4분기 전기료 8년만에 전격 인상··· kWh당 3.0원↑원가 상승 충분히 반영 못해...한전 비용 부담 여전5개월째 2%대 물가 상승률···상승 압력 확대 우려
23일 정부와 한국전력은 오는 10월 1일부터 적용되는 4분기(10~12월) 연료비 조정 단가를 전 분기보다 3.0원 오른 kWh당 0.0원으로 책정했다. 전기요금은 4인 가족의 한 달 평균 전기 사용량(350kWh)을 기준으로 매달 최대 1050원씩 오르게 된다.
올해부터 도입된 연료비 연동제는 액화천연가스(LNG), 석탄, 유류 등 전기 생산에 들어간 연료비 변동분을 3개월 단위로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것이다. 4분기 평균 실적연료비(6∼8월 평균 연료비·세후 기준)는 ㎏당 유연탄이 평균 151.13원, LNG 601.54원, BC유 574.40원이다. 3분기 때보다 유연탄은 17원 이상, BC유는 53원 이상 올랐으며 LNG는 110원 이상 상승했다.
연료비 상승분을 반영하면 4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는 kWh당 10.8원으로, 전분기(-3.0원)보다 13.8원 올라야 맞지만, 인상 폭은 3.0원에 그쳤다. 이는 분기별 요금을 최대 kWh당 5원 범위내에서 직전 요금 대비 3.0원까지만 변동할 수 있도록 한 상한 장치를 뒀기 때문이다.
정부와 한전은 올해 1분기에 연료비 조정단가를 kWh당 3.0원 내렸다. 이후 2분기와 3분기에도 1분기와 같은 수준으로 요금을 묶어놨다. 연료비 상승으로 전기료 인상 요인이 생겼음에도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과 높은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2개 분기 연속 인상을 유보했다.
그러나 최근 연료비 상승과 한전의 경영 악화를 고려할 때 정부로서는 그만큼 부담을 감수하고라도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전기요금 인상은 2013년 11월 이후 약 8년 만이다.
한전은 고유가로 인해 2분기 연료비와 전력구입비가 작년 동기 대비 1조2868억원(8.1%)이나 증가했지만, 전기요금을 올리지 못해 전기판매수익은 1.0%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로 인해 2분기에 7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냈다. 한전과 6개 발전자회사는 올해 4조원 상당의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전력 산업계는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 이행을 위해선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늘리고 전력 인프라 구축 등 안정적 전기 공급에 필요한 장기적 투자를 제때 실행하려면 전기요금을 단계적으로 인상해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실제 한전의 RPS(신재생에너지 의무 이행) 비용은 2016년 1조4104억원, 2017년 1조6120억원, 2018년 2조163억원, 2019년 2조474억원, 2020년 2조2470억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는 6월 말 기준 1조6773억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3분기 만의 요금 인상안 발표에도, 한전의 하반기 실적은 크게 개선되기 어렵다고 전망된다. 반년간 연료비 상승을 억제하면서 연료비 상승 충격은 누적됐기 때문이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석탄, 천연가스 등 연료비가 작년보다 거의 2배로 오르고 한전의 재생에너지 전력구입비가 예상보다 훨씬 증가한 상황에서 전기요금 3.0원 조정은 불가피한 결정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사실 원칙대로라면 2∼3분기에도 연료비 상승에 맞춰 전기요금이 조정됐어야 했다”면서 “3.0원 올려봐야 한전이 올해 대규모 적자를 피할 수 없으므로 충분하진 않지만, 연료비 연동제를 살려놓는 신호라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향후 원자재가격 상승 추세등을 감안하면 더 큰 폭의 추가 인상이 필요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제 원자재가격 상승이 계속되는 가운데 동절기 전력수요 증가로 천연가스와 석탄 수요 역시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한전의) 비용 부담은 커질 전망”이라며 “4분기 전기요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kWh당 7.37원의 추가 인상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올해 소비자물가 동향이 심상치 않다는 데 있다.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2.6% 상승해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비자물가는 지난 4월부터 5개월 연속으로 2%대 상승률을 이어갔다.
공공서비스를 제외한 농축수산물, 공업제품, 집세, 개인서비스 등이 일제히 올랐다. 여기에 전기료 인상까지 더해지면 향후 물가 상승 압력이 더욱 확대되면서 서민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원재료비인 전기료 인상이 제품과 서비스 전반의 비용 부담 상승과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기요금을 시작으로 다른 공공요금도 들썩거릴 수 있다. 이번 인상이 다음 달부터 반영되는 점을 고려하면 연간 물가 상승률 역시 추가로 올라갈 수도 있다. 당초 정부는 연간 기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인 2%를 상회할 가능성은 제한적으로 봤으나, 현시점에서 2%대 상승은 사실상 기정사실이 된 상황이다.
한은은 지난달 말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1%로 상향 조정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2.2%)와 아시아개발은행(ADB)(2.0%)도 2%대 상승률을 예측했다. 이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2년(2.2%) 이후 9년 만에 2%대로 올라선다.
한편 정부는 전기료 인상 자체가 물가지수 등락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소비자물가지수 가중치를 고려할 때 올해 4분기 전기료 인상이 연간 물가 상승률에 미치는 영향은 0.0075%포인트(p) 수준”이라며 “연료비 연동제 자체가 요금 부담이 한꺼번에 크게 늘지 않도록 설계돼있다”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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