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태릉 인근 주민들 환경훼손 및 문화재 문제로 반발최근 인천 검단신도시 역시 왕릉 경관 문제로 논란 일어“문화유산 가치 지켜야”···이달 유네스코 서한 발송 방침국토부 “태릉, 장릉과 달라···입지 검토부터 경관 분석”
정부는 지난해 내놓은 8·4대책을 통해 노원구 태릉골프장 부지에 1만 가구의 아파트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문화재적 가치 훼손을 우려하는 시민단체와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정부는 개발밀도를 낮춰 6800가구로 공급 규모를 낮췄지만 여전히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는 모양새다.
실제로 서울환경운동연합, 초록태릉을지키는시민들,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등은 지난 28일 서울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가 있는 포스트타워 앞에서 태릉·강릉 보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최근 태릉과 서삼릉, 서오릉, 창릉 일대 신도시계획이 발표됐을 때 유네스코가 한국정부의 입장을 묻는 서한을 발표했다”며 “영국 리버풀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세계유산 등재가 취소된 국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환경단체 측은 태릉 부지와 아파트 예정 부지 사이 거리가 김포 장릉 사례와 비슷한 점을 문제 삼고 있다. 환경연합 관계자는 “장릉과 아파트 사이는 직선 거리로 약 400m 떨어져 있고, 태릉골프장 아파트도 문화재보호구역으로부터 100~700m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고 말했다.
앞서 김포 장릉 인근 검단신도시에도 고층 아파트가 올라가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9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김포장릉 인근에 문화재청 허가 없이 올라간 아파트의 철거를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인은 “김포 장릉은 파주 장릉, 계양산과 일직선상에 위치해 이어지는 조경이 특징이다. 해당 아파트는 김포 장릉-계양산의 가운데에서 조경을 방해한다”며 “문화유산등재기준을 충족한다고 보기 어려워져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가 심하게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김포 장릉 인근 검단신도시에 아파트를 올린 건설업체 3곳은 문화재보호법을 위반한 혐의로 경찰에 고발됐다. 3400여가구 규모인 이 아파트는 내년 6월 입주를 앞두고 있지만 최악의 경우 건물을 낮춰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문화재위원회는 지난 27일 김포 장릉 인근 아파트 건설을 심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같은 상황에 태릉골프장 역시 작년 8·4대책 발표 이후 1년 2개월 넘게 정부와 지역 주민 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어 사업 진행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주민들과 환경단체는 조만간 유네스코에 서한을 보내 정부의 공급 계획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정부는 장릉 앞 아파트와 태릉골프장은 경우가 다르다는 입장이다. 태릉·강릉 등 사업지구 내 문화재 영향과 관련해 지난해 하반기 입지검토 단계부터 문화재 보호를 위해 경관 분석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아파트 층고에 따른 경관 시뮬레이션을 통해 훼손 여부를 분석하고 개발구상 마련 과정에서 왕릉에 가까워질수록 주택 층고를 낮춰 왕릉 주변 수목 경계 위로 건물이 보이지 않는 층수 등도 검토했다”며 “유네스코 세계유산 영향평가를 선제적으로 진행해 세계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 보호 및 유지에 영향이 없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주현철 기자
jhchul37@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