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초과세수 10조대, 오후엔 19조로재난지원금 막았지만 여당에 빌미 제공잇단 '미묘한 말바꾸기'에 바닥친 신뢰성
이 후보는 방역지원금이라는 명분으로 올해 초과세수를 활용한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방침을 밀고 나갔고, 홍 부총리가 고수하면서 당정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민주당의 거센 압박에도 홍 부총리는 끝내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기재부는 여당과의 갈등에서 매번 꼬리를 내리며 ‘패’하기 일수였던만큼, 홍 부총리의 ‘소신’이 빛난 1승이였다.
그러나 ‘값진 승리’ 속에 무언가 찝찝함이 남았다. 올해 연간 초과 세수가 10조원대로 예상된다고 밝혔던 기재부가 세수 규모를 19조원 선으로 돌연 바꾸면서 여당 공격의 빌미를 제공한 셈이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지난 16일 오후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올해 초과세수는 현시점에서 추가경정예산 대비 약 19조원 수준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날 오전만 하더라도 월간 재정동향을 발표하며 "초과 세수가 10조원 남짓"이라고 주장했다가 돌연 말을 바꾼 것이다.
기재부는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가 라디오 출연을 통해 ‘초과세수 규모 19조원’이라고 말한 것과 관련해 기자들이 질문을 했을 때도 ‘10조원대’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여당이 기재부에 대한 국정조사까지 거론하며 강하게 압박하자 마지못해 반나절만테 자료를 낸 것으로 보인다.
파장이 일파만파 일자, 기재부는 “세수 예측을 정확하게 하지 못해 송구하다”며 머리를 숙였다. 그러면서 “이 전망치는 지난주 문재인 대통령에, 지난 15일에 여당에 설명했다”고 해명했다.
그렇다손 치더라도 기재부 주장이 사실이라면 대통령과 여당에 이미 19조원이라는 초과세수 전망치를 보고해 놓고도 이날 오전 기자들에게 거짓 브리핑을 했다는 얘기가 된다. ‘미묘한 말바꾸기’가 들통나면서, 기재부는 기본적인 신뢰성까지 의심받는 처지가 됐다.
앞서 기재부는 유류세 인하 발표 하루 전까지도 ‘유류세 인하 방안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혀 혼란을 초래한 바 있다. 지난달 유류세 인하 거론될 당시 기재부는 두 차례에 걸쳐 보도설명자료를 내며 “유류세 인하 방안에 대해서 검토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손바닥 뒤짚듯 수시로 뒤바뀌는 정부의 말과 정책에 국민들은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다.
홍 부총리는 “당측에서 정부의 고의성 등을 언급한 것은 유감스럽다”면서 “모든 정책·예산의 최종 지향점은 그 무엇보다 ‘국가와 국민’”이라고 강조했다. ‘동네북’이 된 기재부는 안타깝지만 세수 추계 오류는 명백한 기재부의 잘못이다. 전국민 추가 재난지원금 주장을 밀어붙이던 민주당 입장에서는 기재부에게 ‘괘씸죄’를 물 수 밖에 없는 상황도 이해된다.
고의성이 없다고 치더라도, 국민의 불신을 자초한 건 사실이다. ‘곳간 사정도 모르는 사람에게 곳간을 맡겨서는 안 된다’며 기재부에 더이상 나라살림을 맡길 수 없다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곳간지기’로서 ‘재정 기준과 원칙’을 지키는 것은 당연하다. ‘소신’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에게 ‘신뢰감’을 먼저 보여줬으면 한다.
뉴스웨이 주혜린 기자
joojoosky@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