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횡령 혐의 이후 8년만에 복귀SK그룹 전기차 배터리 사업 진두지휘지동섭과 각자 대표···김준 이사회 의장투자 확대, 사업 확장 등 어깨 무거워 첫 공식 행보로 미국 CES 유력
SK온은 17일 오전 이사회를 열어 최재원 수석부회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앞서 SK이노베이션 이사회는 사외이사 전원이 참석하는 확대 인사평가보상위원회를 열어 최 수석부회장의 사내이사 및 대표 선임 안을 보고 받았다.
이사회는 최 수석부회장이 일찍이 배터리 사업의 미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 사업 기획과 투자 확대 등을 주도해 온 점과 주요 관계사 CEO와 그룹 글로벌위원회 위원장 등으로 활동했다. 이를 통해 글로벌 사업 감각과 네트워크 등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수석부회장이 SK온 대표를 확정지으면서 SK온은 지동섭 대표이사와 각자 대표 체제를 구축한다. 이사회 의장은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이 맡는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한다는 SK그룹 원칙을 이어갔다는 게 SK측 설명이다.
최 수석부회장의 SK 계열사 경영 복귀는 2013년 횡령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모든 등기이사직에 물러난 이후 8년 만에 성사됐다. 최 수석부회장은 2016년 7월 가석방으로 풀려나 취업제한을 적용받아왔으며 지난 10월 말 취업제한이 풀렸다.
최 수석부회장은 미국 브라운대 물리학 학사 및 스탠퍼드대 대학원 재료공학 및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SK 대표이사 부회장 및 SK텔레콤 이사회 의장, 2011~2014년 SK네트웍스 이사회 의장, 2011년부터 SK 및 SK E&S 수석부회장 등을 지냈다. 현재 SK㈜, SK E&S 미등기 임원만 맡고 있다. SK온에서 경영 활동을 재개하면서 대표이사 및 사내이사를 맡는다.
최 수석부회장의 SK온 복귀는 이달 초 SK그룹 임원인사가 발표되고 나서 예고된 바 있다. 인사 명단에 최 수석부회장이 빠졌고 SK그룹이 SK온 이사회를 12월 중순 별도로 열 예정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SK온 관계자는 “그룹 대주주이기도 한 최 수석부회장의 책임 경영을 통해 중요한 성장기를 맞은 배터리 사업을 SK그룹의 핵심성장동력으로 육성함과 동시에 SK온을 배터리 분야의 글로벌 톱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회사 의지가 실린 인사”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최 수석부회장은 SK그룹의 배터리 사업 발굴에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그룹 내 사업 관심 분야가 배터리 등 미래 사업이어서 경영 복귀 계열사 확정은 최 수석부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최 수석부회장은 최태원 회장의 배터리 관련 비즈니스 미팅에 동석하기도 했고, 2018년 3월 SK이노베이션 헝가리 공장 기공식, 2019년 3월 미국 조지아 공장 기공식에도 참여해왔다. 올해 최태원 회장 미국 출장에도 함께하며 배터리 사업을 챙긴 것으로 전해진다.
SK온 배터리 사업 투자 확대에도 속도가 붙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최태원 회장이 SK그룹 먹거리로 배터리 사업 확장을 강력히 추진 중인 데다, 총수 일가인 최 수석부회장이 배터리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만큼, 투자 움직임은 이어질 전망이다.
SK온은 미국 완성차 포드와 합작법인 '블루오벌SK'를 세우고 13조원 규모 미 배터리 공장과 전기차 조립공장을 짓기로 확정했다. 현재 약 40GWh(기가와트시) 수준인 연간 배터리 생산 능력을 2025년 220GWh, 2030년 500GWh로 늘리기 위해 미국, 유럽, 중국 등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 중이다.
이밖에 SK온은 총 3조원 규모의 프리 기업공개(상장 전 지분 투자 유치) 결정을 앞두고 있는 만큼, 최 수석부회장의 역할이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SK온은 배터리 사업 전문성을 높이고 투자 자금 조달을 더 원활하게 하기 위해 올해 10월 SK이노베이션에서 물적분할을 거쳐 독립 출범했다. 배터리 사업부문 자회사인 SK온은 SK이노베이션이 지분 100%를 갖고 있다.
첫 공식 행보는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소비자가전박람회(CES)가 유력하다. SK그룹은 'CES 2022'에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온 등 주요 계열사 경영진이 참석을 앞두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CES는 매년 빠지지 않고 참관해왔고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을 때도 CES는 반드시 챙긴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경영 복귀 후 이번에도 CES에서 미래사업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SK온은 이날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신규 임원 6명을 선임하고 계열사 및 관계사에서 9명의 임원을 영입하는 등 미래 성장과 혁신을 위한 의지를 드러냈다. 배터리 제조 관련 조직을 강화하고 지역별 전담조직도 신설했다. 연구개발(R&D)분야에서는 미래 배터리 소재 등 선행 연구를 강화하기 위한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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