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바이오 제약사 공동판매, 품목 보강 넘어 '채널 전략'으로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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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사 공동판매, 품목 보강 넘어 '채널 전략'으로 진화

등록 2026.07.13 17:09

이병현

  기자

의료기관 규모별 맞춤 영업 구조 강화백신·바이오벤처까지 협업 영역 확대유통망·콜드체인 역량 결합으로 경쟁력 확보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국내 제약업계의 공동판매(코프로모션)가 단순한 매출 보강 수단을 넘어 정교한 '시장 진입 전략'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과거에는 부족한 제품군을 메우기 위해 외부 품목을 도입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으나, 최근 들어서는 의료기관의 병상 규모, 약국 유통망, 콜드체인 역량 등 각자 특화된 영업망을 서로 보완하는 방식으로 협업 구조가 고도화되는 모습이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성사된 주요 계약에서 공동판매 영역은 더 이상 전통적인 전문의약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불면증 신약부터 성인 백신, 영유아 RSV(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예방항체, 일반의약품, 바이오벤처 품목에 이르기까지 전방위로 확장됐다. 이는 신약 보유 기업이 초기 시장 침투 속도를 극대화하고, 영업망을 갖춘 기업은 새로운 치료 영역의 파이프라인을 단기간에 확보하려는 상호 이해관계가 맞물린 결과로 분석할 수 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병상 규모별 역할 분담'이다. SK케미칼은 한국에자이와 불면증 치료제 '데이비고' 코프로모션 계약을 체결하며 300병상 이하 병·의원을 전담하기로 했다. 한국에자이가 300병상 이상 대형 의료기관을 맡고, SK케미칼이 전국 유통과 로컬 영업을 챙기는 구조다. 한미약품과 한국페링제약의 야간뇨 치료제(미니린·녹더나) 협업 역시 영업망 세분화에 초점을 맞췄다. 한국페링제약이 종합병원을, 한미약품이 30~300병상 규모 1·2차 중소형 병원을 집중 공략하며 접점을 넓히고 있다.

부광약품과 한국세르비에의 순환기 치료제 7종 협업은 병상별 분업을 더 촘촘하게 쪼갠 사례다. 300병상 이상은 세르비에가, 100~299병상은 양사가 공동으로, 100병상 이하는 부광약품이 영업과 마케팅을 책임진다. 공동판매가 단순히 제품을 함께 파는 개념을 벗어나, 의료기관 규모별 타겟팅 방식을 설계하는 단계로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예방의약품과 백신 시장에서도 합종연횡이 활발하다. 광동제약은 한국MSD의 성인용 21가 폐렴구균 백신 '캡박시브'의 국내 코프로모션을 맡아 마케팅과 유통을 공동 진행한다. 양사가 기존 HPV 백신 파트너십을 통해 쌓은 신뢰를 성인 백신 분야까지 확장한 것이다.

휴온스는 사노피와 인플루엔자, 수막구균 등 백신 5종의 유통·코프로모션 계약을 맺으며 백신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회사가 백신사업부를 신설하고 기존 냉장 주사제 유통 노하우를 접목하겠다고 밝힌 점을 감안하면, 이는 콜드체인 인프라와 의료기관 영업망을 결합한 전략적 사업 확장에 해당한다. 영유아 RSV 예방항체 '엔플론시아'의 국내 유통을 위해 한국MSD와 손잡은 보령바이오파마 역시 하반기 RSV 유행 시기에 맞춘 발 빠른 시장 안착을 노리고 있다.

이러한 채널 분할 전략은 약국과 바이오벤처 영역으로도 번지고 있다.

SK케미칼은 경남제약과 비염 치료제 '노즈알연질캡슐'을 공동 판매하며 기존 유통 인프라에 경남제약의 약국 대상 영업력을 더했다. GC녹십자웰빙은 알테오젠바이오로직스의 재조합 히알루로니다제 '테르가제주' 코프로모션을 통해 기존 통증 치료 제품군과의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

신라젠이 신신제약의 외부 영업망을 활용해 수액제 4종 공급에 나선 것이나, 대웅바이오가 영진약품과 손잡고 호흡기·항감염 치료제 라인업을 강화한 것 모두 연구개발과 영업 역량의 교환이라는 맥락으로 읽힌다.

최근 제약사가 이처럼 코프로모션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명확하다. 보관·유통 역량이 필수적인 주사제나 특정 진료과와 끈끈한 네트워크가 요구되는 질환 치료제가 늘어나면서, '무엇을 팔 것인가' 못지않게 '어느 채널에서 누가 팔 것인가'가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다만 공동판매의 양적 확대가 무조건적인 수익 창출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부 품목 의존도가 높아지면 계약 종료 시 심각한 매출 타격(특허절벽 등)을 입을 수 있고, 대규모 영업조직을 갖춘 특정 제약사로 파트너십이 편중될 우려도 있어서다.

실제 일동제약은 2025년 사업보고서에서 전년 대비 매출 감소의 주요 요인으로 바이엘사 계약 종료와 건강기능식품 부문 이전에 따른 제품·상품 매출 감소를 꼽았다. 공동판매가 외형 확대의 지름길이 될 수는 있지만, 계약 종료 이후에도 남는 자체 품목과 권리 확보가 수익성의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글로벌 컨설팅업계도 제약·바이오기업의 성장 전략에서 외부 협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딜로이트코리아는 '2026 제약·바이오·의료기기 산업 전망'에서 지속 성장을 위해 "탄탄한 외부 파트너십"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서 칼 구비츠 아르젠엑스 최고재무책임자는 기업이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일"에 집중하고, 그 외 영역에서는 유연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내 제약·바이오사의 코프로모션 확대도 이 같은 흐름 속에서 품목과 영업망, 유통 채널을 결합하는 전략으로 자리 잡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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