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준 사퇴 그 후]경영진 먹튀 논란 확대, 신뢰 회복 위해 다양한 조치 강구계열사 CEO 상장 후 2년간 주식 못판다···컨트롤타워 첫 조치미래 먹거리 '커머스' 본사 편입···엔터·모빌리티 등 상장 재검토
◇스톡옵션 '먹튀', 사익 챙기기였나 = 내용의 경위는 이렇습니다. 지난달 류영준 내정자와 신원근 차기 카카오페이 대표 내정자를 포함한 경영진 8명이 대량의 스톡옵션을 팔아치웠습니다. 스톡옵션은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미래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만약 미래에 회사의 가치가 올라간다면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셈입니다. 주로 회사의 설립·경영·발전에 이바지한 사람에게 주어집니다.
카카오페이는 최근 주식시장에 상장하면서 몸값이 많이 올랐습니다. 이들은 가지고 있는 스톡옵션을 활용해 1주당 5000원에 주식을 샀고 20만4017원에 팔았습니다. 주식 수는 44만993주, 차익만 878억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금액입니다.
내 주식을 내 맘대로 판 것이 왜 문제가 되는 걸까요? 세금을 위한 급전이 필요할 수도 있었겠습니다. 또는 회사 설립에 이바지한 공로를 하루빨리 보상받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류 내정자는 자신이 카카오의 대표로 옮기면서 발생할 수 있는 오해를 막기 위해서라고 설명했습니다. 일견 일리가 있는 말입니다. 류 내정자는 현재 카카오페이의 대표입니다. 자리를 옮긴 후 두 회사 간 이해관계에서 사적인 부분이 개입될 여지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를 미리 방지하기 위해 카카오페이의 주식을 전량 팔겠다는 말입니다.
문제는 주식 매각의 규모, 시점, 이들의 영향력입니다. 일반적으로 경영진의 주식 매각은 악재로 해석됩니다. 가령 류 내정자가 카카오페이의 가치가 미래에 더 오른다고 생각한다면 주식을 팔지 않는 것이 당연합니다. 차익이 커지기 때문이죠. 반대로 미래에 가치가 하락한다고 생각한다면 조금이라도 더 높은 지금 팔아야 합니다.
대량의 주식을 팔았다면 불신은 더욱 커집니다. 투자자들은 "류 내정자가 카카오페이의 미래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는구나"라고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내부 구성원들도 불안해집니다. 회사 경영진들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기 때문이죠.
경영진들은 이런 사태를 예상하지 못했을까요? 많은 사람은 예상했을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경영진이 주식을 팔아치운 날이 모두 같은 날이었다는 점, 그리고 이러한 중대한 사안을 카카오의 수장인 김범수 의장이 모를 수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카카오 노조는 류 내정자의 사퇴를 강력하게 압박했습니다. 창립 첫 집단행동까지 나서겠다고 엄포를 놨습니다. 결국, 류 내정자가 차기 대표직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상황이 일단락됐습니다.
◇김범수 의장, 측근경영의 '명암' = 많은 사람이 이번 사건을 두고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라고 합니다. 카카오의 과도한 성과주의, 내부 차별 등 쌓여왔던 문제가 터졌다는 반응입니다. 여기에 김범수 의장의 측근경영 책임론까지 거론됩니다.
김범수 의장은 카카오 초기 측근 멤버들을 주요 보직에 기용합니다. 김 의장과 10년 이상 인연을 맺은 소위 '오른팔'들이 계열사 곳곳에 자리해있습니다.
일례로 현재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인 남궁훈은 김범수 의장과 삼성SDS 선후배 사이입니다. 둘은 또 한게임 창립멤버이기도 합니다. 여민수·조수용 카카오 공동 대표는 2000년 초반부터 김 의장과 NHN에서 인연을 쌓았습니다. 이번에 사퇴한 류영준 내정자 역시 카카오 초기시절부터 함께해온 사이입니다.
김범수 의장은 일찍부터 '100인의 CEO(경영인)'를 양성하겠다는 철학을 밝혀왔습니다. 이를 위해 각 계열사에 자율성과 독립성을 줬습니다. 이는 창의적이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그 덕에 현재의 카카오는 급격한 성장을 이끌어냅니다.
그러나 측근경영이 문제였을까요. 일부 경영진들의 도덕적 해이가 나타났습니다. 특히 김범수 의장은 카카오 자회사가 상장할 때마다 대량의 스톡옵션이나 성과금을 챙겨준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는 계열사의 각자도생, 과도한 성과주의, 내부 차별 등 잡음으로 이어졌습니다.
◇변화하는 카카오, 그 미래는? = 이제 남은 건 카카오의 변화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카카오 내부에선 긍정적인 움직임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먼저 카카오는 내부 조직을 재정비합니다. 최근 기존의 공동체컨센서스센터를 '코퍼레이트얼라인먼트센터'로 개편했습니다. 코퍼레이트얼라인먼트센터는 카카오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고민하고 공동체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조직입니다. 센터장에 여민수 카카오 대표를 내세워 영향력도 강화했습니다.
그 첫 번째 행동으로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임원들의 주식 매도 규정을 마련했습니다. 이번 사태가 다시 생기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의도입니다. 앞으로 카카오 계열사의 임원들은 상장 후 1년간 주식을 팔 수 없게 됩니다. CEO의 경우에는 2년으로 늘려 책임감을 강화했습니다. 또 공동 주식 매도 행위도 금지됩니다.
주식을 매도하는 절차도 까다로워집니다. 임원들이 주식을 매도하려면 한 달 전 매도 수량과 기간을 미리 IR팀에 공유해야 합니다. 이 규정은 계열사를 이동해 기존 회사의 임원에서 퇴임하더라도 적용됩니다.
앞으로 예정된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계열사의 상장 일정도 재검토할 것으로 보입니다. 구체적인 로드맵이나 상장 과정의 문제점, 그리고 사회적 책임의 관점에서 상장을 꼼꼼히 들여다보겠다는 것입니다.
카카오 노조가 요구한 '신뢰회복위원회'의 설립 여부도 관심입니다. 노조는 외부전문가, 노동조합, 경영진으로 이 조직을 꾸려 카카오페이의 대내외적 신뢰 회복 대책 등을 논의하자고 요구합니다. 이번 사태로 투자자와 이해관계자의 신뢰도가 추락했고, 이를 회복하자는 것이죠.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만큼 골목상권 문제 해결도 필요합니다. 지난해 김범수 의장이 언급했던 상생 자금 3000억원의 구체적인 사용 방안은 아직 감감무소식인 상황입니다.
잠시 주춤했던 미래먹거리 사업에 대한 구상도 시작합니다. 남궁훈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은 올해 주력사업으로 '커머스'를 강조했습니다. 카카오는 최근 이커머스 사업을 전담하던 사내독립기업 '카카오커머스CIC'를 해체하고 본사로 편입시켰습니다. 독립적인 체제로는 시너지를 내는 데 제약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내 직원들의 불만부터 임원의 도덕적 해이까지. 이제는 투자자와 소비자들의 신뢰까지 추락하는 카카오. 작은 스타트업에서 국민기업으로 성장한 카카오의 쇄신전략. 여러분은 카카오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뉴스웨이 김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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