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한파' 사그라들어···은행권, 대출 빗장 풀어가계대출 감소세 3개월 연속···총량 규제 '힘' 잃어차기 정부서 DSR 규제 완화까지 이뤄질 전망'추세적 안정' 판단 이르다는 우려 목소리도 나와
28일 업계 등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 24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05조1618억원으로 지난 2월말대비 7755억원 줄었다. 5대 은행의 전월말대비 올 1, 2월 가계대출 감소액은 각각 1조7522억원, 1조3634억원으로 가계대출 감소세는 3개월 연속 지속될 전망이다. 은행권 가계대출이 3개월 연속 감소하는 것은 한국은행이 통계를 작성한 2003년 이후 처음이다.
업계는 가계대출이 안정적으로 관리되는 상황에다 차기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뜻을 보이면서 자체적으로 조여놨던 가계대출 정책들을 하나둘씩 풀기 시작했다. 은행의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가계대출이 감소세를 지속하면서 실적 악화 우려도 한몫 거들었다.
우리은행은 다음 달 4일부터 신용대출상품 통장대출(마이너스통장) 한도를 5천만원에서 상품 종류에 따라 8천만∼3억원까지 늘리고 같은 날부터 대표 신용대출 상품 '우리 원(WON)하는 직장인대출'의 한도도 최대 1억원에서 2배인 2억원으로 조정한다.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5000만원으로 설정해둔 신한은행도 마이너스통장과 일반 신용대출 한도 복원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B국민은행은 지난 7일부터 한도거래방식 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 상품의 한도를 전문직군 대상 상품(KB닥터론·KB로이어론·에이스전문직 무보증대출 등)은 최대 1억5000만원, 일반 직장인 대상 상품(KB직장인든든신용대출·KB급여이체신용대출·본부승인 집단신용대출 등)은 1억원으로 늘린 상태다.
하나은행은 4대 은행 가운데 가장 빠른 지난 1월 말 '하나원큐신용대출'의 마이너스통장 대출 한도를 5000만원에서 최대 1억5000만원으로 높이는 등 8개 주요 신용대출 상품의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작년 8월 이전 수준으로 되돌렸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은행들이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 따르기 위해 자체적으로 시행했던 한도 줄이기, 우대금리 축소 등을 복원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마이너스 통장이나 직장인 신용대출 등 상품의 한도를 높인다고 하더라도 DSR 40% 규제가 있기 때문에 가계대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완화될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인수위원회와 금융위원회는 지난 25일 업무보고 자리에서 차주별 DSR을 비롯해 가계대출 규제 전반에 대한 완화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DSR 규제가 실수요자나 취약계층 피해로 이어진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한국은행은 지난 24일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서 DSR 규제 강화시 차입한도액이 비취약차주보다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큰 데다, 금융자산 보유 규모가 적어 대출심사 강화시 자금마련의 어려움이 증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이다. 코로나19 상황 장기화 등으로 대출수요가 큰 취약계층은 DSR 규제 강화로 유동성 제약이 클 수 있는 만큼 선별적 금융지원 등 제도적인 보완책을 확충·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가계대출 '추세적 안정'을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규제의 효과도 있지만 계절적인 영향으로 대출 수요가 줄었다는 것이다.
또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시중 금리가 계속해서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차주들의 이자부담은 더욱 늘어나는데 규제가 완화되면 부실화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부채 규제가 완화되면 눌려있던 대출 수요가 한꺼번에 몰릴 가능성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저금리 시대가 끝이난 만큼 가수요보다는 실수요자 중심의 대출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대출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DSR 규제의 소폭 조정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라면서 "LTV와 DSR 규제가 모두 완화 되는 쪽으로 가야할 것"고 말했다.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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