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勞 "부산 이전 반대"···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출근 첫날 '문전박대'

勞 "부산 이전 반대"···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출근 첫날 '문전박대'

등록 2022.06.08 11:18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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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훈, 노조 출근 저지에 10분 만에 철수 노조 "본점 지방 이전 추진할 낙하산 인사"당분간 임시 사무실서 현안 파악 집중할듯

사진=차재서 기자 sia0413@newsway.co.kr사진=차재서 기자 sia0413@newsway.co.kr

"부산 이전 밀어붙이는 낙하산 회장을 인정할 수 없다."

강석훈 신임 산업은행 회장이 출근 첫 날 노동조합의 거센 반발에 휩싸여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정부의 산업은행 부산 이전 계획 때문인데, 강 회장을 '낙하산 인사'로 규정한 노조 측은 새 CEO가 이를 철회할 때까지 출근을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라 진통이 예상된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기업은행장은 8일 오전 8시47분께 서울 여의도 본점에 도착했으나 노조의 출근 저지 투쟁에 가로막혀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이에 강석훈 회장은 "어디서든 경청하고 의논하겠다"며 대화를 시도했지만, 노조 측은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며 그의 진입을 허용하지 않았다.

결국 강 회장은 도착한지 불과 10분 만에 자신이 타고온 검정색 승용차에 다시 올라 황급히 자리를 옮겼다. 장기간 출근이 어려울 것으로 점쳐짐에 따라 인근에 마련한 임시 사무실에서 업무보고를 받는 등 현안을 파악할 것으로 보인다.

강 회장은 현장을 떠나기에 앞서 취재진에게 "아쉽게도 출근을 못했지만, 향후 은행의 모든 구성원과 열린 마음으로 의논하면서 과제를 해소하겠다"는 짧은 소감을 남겼다.

산업은행 노조가 신임 회장의 출근길을 막아선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통상 '친정부 인사'가 산업은행 회장 자리를 맡아온 탓에 인사철마다 갈등을 빚기는 했지만 당시엔 로비 내 피켓 시위 정도로 그쳤을 뿐, 물리적으로 충돌한 것은 처음이라고 노조 측은 설명했다. 5년 전 이동걸 전임 회장도 노조의 반발 없이 '무혈입성'한 바 있다.

이는 산업은행 본점 이전 계획을 향한 임직원의 강한 반감에 기인한다. 정부와 여당이 대통령의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강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윤석열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옮기겠다는 공약을 내걸었고, 정부의 110대 국정 과제에도 관련 내용을 포함시키며 이를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산업은행 내부에선 반발하고 있다. 본점을 지방으로 이동시키면 기업 구조조정과 해외진출 지원, 혁신 생태계 조성 등 기능이 위축될 것이란 이유다. 무엇보다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려면 기업과 은행, 글로벌 투자기관, 해외 정부 관계자 등과 소통해야 하는데 지역으로 이동하면 제약이 뒤따를 것이란 우려가 크다.

산업은행 노조는 이날 성명을 통해 "신임 회장이 본점 지방 이전 미션을 부여받고 왔다는 점은 자명하다"며 "그의 은행 출입을 단 한 발짝도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 좀 안다'는 사람이면 모두가 반대하는 본점 지방 이전을 추진할 낙하산의 출입을 결단코 막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노조는 신임 회장이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예산 운영 지침을 개선해야 한다고도 요구하고 있다.

강 회장의 정식 출근은 한동안 미뤄질 공산이 크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서 정권 초기부터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탓이다. 금융당국 수장으로 내정된 김주현 금융위원장 후보도 전날 같은 질문에 "대통령의 공약이자 국정과제인데, 최종 결정되려면 입법 과정까지 거쳐야 하는 만큼 다각도로 논의될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이러한 분위기를 암시하듯 강 회장 역시 부산 이전을 추진하겠냐는 노조 측 질의에 "그 또한 대화의 대상"이라며 말을 흐렸다.

이와 관련 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강 회장이 부산 이전을 막겠다는 진정성을 보여야 할 것"이라며 "협상이 이뤄질 때까지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예고했다.

1964년생인 강 회장은 서라벌고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슨 멘디슨교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인물이다. 성신여대에서 경제학과 교수로 몸담고 있을 뿐 아니라 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PECC) HRD 분과위원과 한국은행 객원연구원, 기획예산처 공기업평가위원 등을 거쳐 경제·금융 전문가로 통한다.

강 회장은 정치권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다. 그는 2012년 제18대 대선에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통령선거대책위원회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실무추진단 부단장으로서 경제·복지 등 공약 수립을 이끌었고, 2016~2017년엔 청와대 경제수석을 역임했다. 윤 대통령 당선 이후엔 인수위 정책특별보좌관을 맡아봤다.

국회에 입성한 이력도 있다. 19대 총선에서 서초을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강 회장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간사로 활동하는 한편, 공무원연금제도개혁TF 위원으로서 공무원연금 개혁을 주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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