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방한부터 유럽 출장까지 숨가쁜 일정 소화尹정부 출범 직후 삼성 '450조 투자·8만 고용' 발표반도체 장비 해결사로···네덜란드 총리·ASML 담판
이 부회장의 반도체 현장 경영은 지난달 2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삼성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날로부터 정확히 4주간 이어지고 있다.
주가 부진 등이 더해져 삼성 안팎에서 '위기설'이 나돌던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반도체 출장은 삼성을 바라보던 부정적 시선을 바꿔놓는 변곡점이 될 거란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14~15일(현지시간) 이 부회장이 네덜란드 마르크 뤼터 총리 면담과 반도체 장비 제조사 ASML 경영진 회동, 벨기에 유럽 최대규모 반도체종합연구소 imec 방문 일정을 소화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과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협력에 핵심 역할을 약속한 이 부회장은 네덜란드 정부와 장비 확보 해결사 면모를 보여주면서 삼성과 ASML 파트너십을 공고히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부회장의 유럽 출장은 지난달 24일 삼성이 향후 5년간 차세대 반도체 등 미래전략산업에 450조원을 투자하고 8만명 고용 계획을 발표한지 정확히 2주 만에 나왔다.
재계에선 윤석열 정부 출범에 맞춰 이뤄진 삼성의 대규모 투자 발표 이후 이 부회장이 긴 출장을 통해 후속 실행력을 몸소 보여준 것으로 평가한다.
이 부회장은 출장 준비를 하던 지난달 26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열린 중소기업인대회에 참석해 대규모 투자 발표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 그냥 목숨 걸고 하는 것"이라며 비장함을 내비쳤다. 당장 해외 출장을 통해 하반기 사업전략을 들여다봐야 하는 총수의 절박한 심경이 담긴 것 아니냐는 재계 시각이 있었다.
지난해 12월 중동 출장 이후 6개월 만에 재개된 글로벌 현장 경영의 핵심 일정은 반도체 장비 확보 건이었다. 경쟁 업체인 TSMC, 인텔 등이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선점에 열을 올리고 있는 시점에서 반도체 증설 투자가 한창인 삼성전자도 마냥 넋놓고 장비 확보 건에 대해 안일하게 대처할 수 없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이 부회장은 2016년 9월 삼성전자 서초사옥을 방문한 뤼터 총리를 이번 출장에서 6년 만에 만났다. 이 부회장은 뤼터 총리를 만나 파운드리 협력 확대 및 반도체 공급망 문제 해소 등 포괄적이고 전략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재계 일각에선 이 부회장이 네덜란드 총리와 만나 '반도체 외교'를 펼친 점에서 ASML과의 장비 수급 논의에 원활한 협상을 이끌어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네덜란드 정부 차원에서 ASML과 삼성의 파트너십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ASML 방문과 비교해 달라진 점을 꼽자면 이번 출장에선 네덜란드 총리를 만나 반도체 장비 공급난 협력을 이끌어냈다는 것"이라며 "올해 삼성이 받을 장비는 이미 확보된 상황에서 이번 출장을 통해 2~3년 뒤에 받을 장비를 미리 확보한 게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반도체 장비 문제를 해결해 주기엔 상황이 너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으니까, EUV 장비를 최대한 빨리 확보하는 데 우선 순위를 뒀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도 "반도체 초격차를 위해선 안정적인 EUV 장비 수급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이 부회장이 직접 EUV 확보전에 뛰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부회장의 출장 일정에서 눈길을 끄는 장면은 벨기에 루벤(Leuven)에 위치한 유럽 최대 규모의 종합반도체연구소 imec 방문이 꼽힌다. imec 방문은 11박12일 간 유럽 출장에서 공개되지 않았던 일정이었다.
이 부회장이 루크 반 덴 호브 imec CEO와 만나 반도체 분야 최신 기술, 연구개발 방향 등을 논의한 것은 미래 전략사업 분야에서 투자 영역을 면밀히 살폈을 것으로 풀이된다. 이 자리엔 삼성 반도체를 총괄하는 경계현 사장(DS부문장)이 배석한 만큼, 이달 말 반도체 부문 글로벌전략회의에서 경영진과 출장 결과물을 공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imec 방문에서 최첨단 반도체 공정기술을 비롯해 인공지능, 바이오·생명과학, 미래 에너지 등 imec가 진행하고 있는 다양한 분야의 선행 연구과제를 살펴봤다고 설명했다. imec에서 진행 중인 첨단분야 연구 과제는 삼성이 지난달 발표한 반도체, 바이오, 인공지능(AI) 및 차세대 통신 등 450조원 투자 대상 사업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이 부회장의 imec 방문 의미에 대해 한 관계자는 "대규모 투자에 앞서 (이재용 부회장) 최첨단 기술에 대한 시야를 넓히는 자리를 겸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부회장은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방문에 이어 남은 일정을 프랑스 등에서 보낸 뒤 오는 18일 김포공항 전세기 편으로 귀국할 예정이다.
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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