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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디파이 플랫폼의 붕괴, 디파이 시스템의 종말을 뜻하나?

IT 블록체인 권승원의 코인읽기

디파이 플랫폼의 붕괴, 디파이 시스템의 종말을 뜻하나?

등록 2022.07.04 05:15

권승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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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5월 발생한 '루나 사태'를 비롯해 '셀시우스 사태'와 3AC 파산 등 연쇄적인 감염 속에 디파이 시장은 2달 가량 끝없이 무너져가고 있다.

시작은 어찌보면 단순했다. 당시 시총 1위와 6위를 기록하던 '쟁쟁한' 암호화폐 비트코인(BTC)과 루나(LUNA)를 준비 자산으로 내세운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 테라USD(UST)가 1달러의 가치를 잃어버리며 '스테이블코인'으로써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급격하게 시작된 하락장에 준비 자산이던 비트코인의 가격은 급락했다. UST의 1달러 가치 유지를 위해 루나가 과도하게 팔리면서 파국을 맞았다. UST의 1달러 연동성 상실, 준비 자산인 비트코인과 루나의 급락은 테라가 UST를 활용해 운영하던 디파이 플랫폼 앵커 프로토콜을 파괴했다.

이 사건이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루나 사태'이다.

투자자들은 루나 사태가 암호화폐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잠시 잠깐 지나가는 태풍으로 봤다. 하지만 '루나 사태'는 스쳐 지나가는 '태풍'이 아닌 '바이러스'로, 시장 전체를 감염시켰다.

# '루나 사태', 바이러스가 되어 디파이 시장에 창궐

디파이 시스템이 내포한 '탈중앙'이란 철학적 개념에 열광하며 그것이 선사하는 수익에 환호하던 투자자들은 안전성에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이는 디파이 플랫폼을 표어로 내건 대부분의 암호화폐 플랫폼에 파멸을 선사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디파이의 대표주자' 이더리움이 플랫폼에 대한 시장 붕괴의 선봉에 섰다.

이더리움과 연관된 디파이 플랫폼 업체들은 루나와 생각보다 복잡하게 얽혀있었다. 가장 빠르게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참여자들이 코인을 예치해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지분증명(PoS) 전환을 위해 이더리움 재단은 공을 들이고 있다. 완전하게 지분증명 전환에 성공한 이더리움을 '이더리움 2.0'이라 부른다.

이더리움 재단은 '이더리움 2.0'을 위한 업그레이드가 끝날 때까지 참여자들이 최소 32개의 이더리움(ETH)을 예치해야 추가 보상을 제공하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5월 기준 개당 약 300만원의 가격을 유지하던 이더리움을 32개 예치하는 것은 개인투자자에게는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이 과정에서 '리도(Lido)'라는 업체가 소액 이더리움 투자자들의 이더리움을 한데 모아 대신 예치해주는 서비스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이더리움을 예치한 투자자들에게 이더리움과 동일한 가치를 보증하는 '스테이킹 이더리움(stETH)'을 지급했다. 스테이킹 이더리움은 일종의 '어음'이다.

암호화폐 담보 대출 서비스 업체 '셀시우스'는 이 스테이킹 이더리움을 담보로 예치받아 최대 70%까지 현금에 해당할 수 있는 이더리움을 투자자들에게 대출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투자자들은 어음을 예치하고 이를 담보로 높은 비율의 현금을 대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상황에서 투자자들에게 쉽고 간편하게 대출을 제공하던 셀시우스의 너무나 복잡하게 얽힌 파생상품이 문제를 일으켰다.

셀시우스가 고객 자금 인출을 위해 위해 9500만 달러(한화 약 1230억원)을 대출받았다는 루머가 떠돌며 셀시우스의 재무상태에 의심을 품은 투자자들이 순식간에 이더리움 인출에 나서면서 문제가 커졌다.

순식간에 시작된 이더리움 인출과 스테이킹 이더리움의 매도 사태에 당초 1대1로 유지되야 하는 이더리움과 스테이킹 이더리움의 가치 연동성은 무너졌다. 어음과 현금의 가치가 어긋난 것이다.

두 코인 간 가치 차이는 한때 8%가 넘어서는 모습을 보이며 UST에서 봤던 풍경을 떠올리게 했다. '루나 사태'가 남긴 바이러스가 극심한 공포로 발현되며 이더리움 디파이 플랫폼 셀시우스를 감염시킨 것이다.

예치된 고객 자산의 비율 중 압도적인 수치가 스테이킹 이더리움이었던 셀시우스는 13일(현지시간) 시장의 극심한 변동성을 호소하며 출금과 송금, 스왑 등 모든 거래를 강제적으로 중단해 버렸다. 셀시우스의 거래 중단으로 인해 약 170만 가입자들이 예치한 약 80억 달러(약 10조3320억원)의 자금이 동결됐다.

이 사태의 중심이 된 이더리움의 가격은 하루새 15% 급락했다. 현재는 지난 해 11월 최고가 대비 약 75% 하락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이 사건은 '셀시우스 사태'로 불리우며 루나 사태 이후 채 한달 만에 또다시 시장을 새파란 공포로 물들였다.

# 치명적 바이러스, 끊임없이 변이되며 공포로 발현

그러나 시장에 감염을 일으킨 바이러스가 번지는 속도는 빠르고 집요했다. 이번에는 글로벌 최대 암호화폐 헤지펀드인 쓰리애로우캐피털(3AC)이 문제를 일으켰다.

SNS를 기반으로 3AC가 무리한 레버리지 대출을 통해 비트코인(BTC)을 구매했으며 비트코인 가격 급락에 따라 대출금이 청산당할 것이라는 뉴스와 함께 스테이킹 이더리움의 최대 매도자가 3AC라는 소식이 시장에 퍼졌다. 자금 융통에 실패한 3AC가 고객들이 예치한 스테이킹 이더리움을 매도했다는 것이다.

더구나 3AC가 사실은 루나의 거액 투자자였으며 3AC가 겪는 유동성 부족의 원인이 루나 때문이었다는 뉴스가 주요 '숙주' 역할을 수행하며 시장 내 심각한 후유증을 발현시켰다. 3AC를 둘러싼 괴소문들이 시장에 퍼졌고 암호화폐는 또다시 하락하기 시작했다.

결국 3AC는 법원으로부터 청산 명령을 받으며 파산했다. 3AC의 파산은 단순히 헤지펀드의 파산이 아닌 3AC와 관계된 시장 내 여러 '빅 네임'의 줄지은 붕괴를 뜻하기도 했다.

시장은 블록파이(BlockFi), '제네시스(Genesis)'를 포함해 3AC와 연관된 암호화폐 업체들의 '줄파산'을 우려하고 있다. 그야말로 무섭고 치명적인 바이러스다. 한 사건이 한 개체를 무너트리고 해당 개체와 맞물려 있던 다른 개체들이 줄줄이 감염으로 쓰러졌다.

# 감염된 디파이의 현재

디파이 플랫폼은 혁신적인 기술을 탑재했지만 정작 금융 시스템의 근간이 되는 명확한 시스템 설립을 통한 '신뢰 구축'에 실패했다. 디파이 플랫폼들은 혁신적인 기술에 근간한 놀라운 이자율로 투자자들을 유치하는데 성공했으며 실제로 일부의 투자자들에게는 놀라운 수익률을 남겨주기도 했다.

하지만 그 디파이 플랫폼의 근간에는 누가 무엇으로 이 시스템을 운영하며 유지하는지, 해당 플랫폼의 보유 자산 규모와 투입 자산 규모가 얼마인지, 또한 이 시스템을 이용한 채무자와 채권자들이 누구인지를 명확하게 제공하지 못했다. 금융 시스템에 필요한 명확한 시스템 설립과 운영으로 인한 신뢰 형성에 실패했다.

디파이 붕괴의 상징이 된 두 회사, 셀시우스와 3AC는 결국 파산되었거나 파산 직전에 몰렸고 막강한 자산을 보유한 전통 씨파이 회사에게 보유한 자산을 빼앗기는 지경에 이르렀다. 해당 플랫폼을 이용한 이용자들의 자산 또한 디파이 청산 시스템과 플랫폼 자체의 파산으로 인해 씨파이 회사들에게 자산을 빼앗겼다.

셀시우스의 경우 미국 파산법 제 11조를 선택하며 법원의 보호 상태에서 법원으로부터 회생 계획을 인가받고 회사를 운영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이 와중에 골드만삭스가 셀시우스의 파산 이후 부실화 된 자산을 헐값에 인수하기 위해 투자자로부터 약 20억 달러(2조 5800억원) 투자 유치를 추진 중이라는 소문이 번졌다. 디파이의 몰락 뒤에 씨파이가 있다는 얘기가 나도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씨파이와 디파이의 전쟁은 우연이던, 의도건 씨파이의 승리로 보여진다.

# 디파이의 미래

골드만삭스를 필두로 씨파이를 대표하는 회사들은 암호화폐에 큰 관심을 보이며 지속적으로 투자 의지와 확장 움직임을 보이고있다. 변화하는 세계 속에 새로운 기술을 통한 금융 시스템 개혁은 기존 금융 시스템을 이끌어온 현재 씨파이 기업들의 숙제이자 고민거리다. 씨파이 기업들에게 디파이 시스템은 매우 매력적인 옵션일 수 있다.

이 맥락에서 개혁을 원하는 대형 씨파이 기업들의 디파이 플랫폼 인수는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비춰진다.

디파이 시스템이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 많은 이들은 씨파이의 몰락과 함께 디파이가 씨파이의 패권을 빼앗아 '은행'이 아닌 '탈중앙화 플랫폼'에 의해 운영되는 금융 시스템 주도의 사회를 기대했다. "기술의 진화로 인한 사회의 변화는 순리다"는 말을 외치며 디파이 패권 금융을 점쳤다. 하지만 디파이 플랫폼들의 붕괴로 인한 씨파이 기업들의 디파이 플랫폼 인수는 그 자체로 많은 이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디파이의 패배이자 멸망을 뜻하는 것만 같다.

하지만 이제 곧 파산될 디파이 플랫폼들은 씨파이를 대표하는 금융 기업들에게 인수합병된 이후 디파이의 기술로 씨파이를 물들이며 기존 씨파이 금융을 변화시킬 것이다.

"그리스는 정복되었지만 오히려 야만적인 정복자를 정복했다(Graecia capta ferum victorem cepit)"

로마의 시인 호라티우스는 로마 문명의 그리스화를 두고 이렇게 표현했다.

전투에서 승리한 개체는 패배한 개체를 정복한 후 이를 말살시킨 뒤 자신들의 문명을 주입하곤 했다. 이러한 예는 인류 역사를 통틀어 수없이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로마는 그리스를 정복한 후 찬란한 그리스 문명에 매료되어 도리어 자신들의 문명에 큰 변화를 겪게 되었다. 반대로 그리스는 로마에게 정복당했으나 그리스만의 찬란한 문명을 통해 로마 문명을 크게 변화시켰다.

그 결과 '그리스 로마 신화'로 대표되듯 두 문명은 마치 원래 하나였던 것처럼 하나의 문명으로 탄생했다. 디파이 또한 씨파이에게 정복당했으나 결국 씨파이를 크게 변화시키며 디파이와 씨파이가 융합된 새로운 금융 시스템이 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디파이 플랫폼은 두 가지의 길을 통해 결국 궁극적인 하나의 운명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디파이 플랫폼이 금융기관으로서의 지휘를 획득해 씨파이 운영을 병행하는 기업으로 진화하는 길. 씨파이 업체에게 인수되어 디파이 기술을 씨파이 업체에 심고 동화되는 길. 결국 이 모든 길은 씨파이와 디파이가 융합된 디지털 금융 상품 회사로 진화되는 운명을 뜻한다.

뉴스웨이 권승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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