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허가 19개···제품화된 치료제는 '렉키로나' 1개뿐환자모집 어려움, 규제허들 영향 치료제 주권확보 위해 R&D·인허가 지원 필요
국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기업들의 중도 포기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코로나 상황이 엔데믹(풍토병)으로 전환되면서 환자 모집이 어려워지고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임상환경이 까다로워지며 규제기관의 문턱도 높아진 것도 개발 중단에 영향을 주고 있다.
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종근당과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지난 1일 코로나 치료제 개발 중단을 공시했다. 특히 종근당의 중증 고위험군 대상 코로나19 치료제 '나파벨탄((CKD-314, 성분 나파모스타트)'은 임상3상 단계로, 국내에서 임상이 가장 앞선 물질 중 하나였다.
나파벨탄은 지난해 4월 식약처로부터 코로나19로 인한 중증의 고위험군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3상 계획을 승인받았고 9월에는 우크라이나 보건부로부터 임상 3상 시험 계획을 승인받았다. 러시아에서도 임상 3상을 진행했다.
당초 종근당은 국내를 포함해 8개국에서 임상3상을 진행하기 때문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거라는 입장이었지만 환자모집이 어려워지며 결국 자진 중단했다. 회사측은 "코로나19 발생률 감소 및 대다수의 백신 접종으로 인한 중증환자로의 이행률 감소로 임상시험 진행이 어렵다. 개발 전략 변경이 불가피"하다면서 "코로나19 관련 전문가 의견 및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해 해당 임상시험을 중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크리스탈지노믹스도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던 카모스타트의 임상 2상을 조기 종료했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만성췌장염 및 역류성 식도염 치료에 처방되는 '카모스타트'를 약물 재창출 방식으로 개발하고 있었다. 회사측은 임상 조기종료 사유에 대해 "엔데믹 전환이 급속도로 진행됨에 따라 임상시험 환자 모집이 어렵고 코로나 엔데믹 진입에 맞춰 규제당국에서 긴급승인과 같은 '패스트트랙' 절차도 없어지고 있다"며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청한 2상 임상시험을 조기종료했다"고 전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이날 기준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승인을 받은 물질은 두 회사 제품을 포함해 총 19개다. 하지만 코로나19 치료제로 허가를 받은 국내 제품은 지난해 2월 허가 받은 셀트리온의 렉키로나주가 유일하다. 이마저도 오미크론 변이에 치료효과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올해 초 신규공급이 중단되면서 그 뒤를 이을 토종 치료제의 필요성이 높아졌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환자 모집의 어려움, 수익성 저하, 깐깐해진 규제 등이 '국산2호' 치료제 탄생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실제로 국산 1호 코로나 항체치료제 '렉키로나'를 개발한 셀트리온 또한 새로운 후보 항체 CT-P63 물질을 추가한 흡입형 칵테일 코로나19 치료제의 임상을 최근 중단했다. 글로벌 규제기관들이 요구하는 임상 3상 환자 규모가 예상보다 커지고 있어 사업 타당성이 미미할 것으로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셀트리온측은 "규제기관들이 본격적인 엔데믹 진입에 발맞춰 긴급승인과 같은 '패스트트랙' 절차를 지양하는 등 임상 환경이 점차 까다로워지고 있는 실정"이라며 "실제 일부 글로벌 제약사들이 최근 고위험군이 아닌 표준 위험군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에서 병원성 약화로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하면서 규제기관들의 문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큐리언트도 올해 초 환자 모집의 어려움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하던 임상 2상을 중단했다. 회사는 "오미크론 확산으로 인해 중증환자의 수가 크게 줄어 임상시험 대상자 모집의 어려움으로 임상시험 중단 결정을 내렸다"며 "특히 증상 완화를 목적으로 하는 치료제 개발은 현 코로나 상황을 고려할 때 경제성이 높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대웅제약은 100억원 이상 투자해 자체 개발 중이던 코로나19 치료제 'DWJ1248'의 '경증 및 중등증 적응증' 국내 임상2/3상 시험을 중단했다. 오미크론 변이가 주를 이루면서 코로나 중증화 비율이 급감했고, 확진자들이 빠르게 회복됨에 따라 경증 치료제 개발의 의학적 중요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현재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만 진행하고 있다.
신풍제약도 코로나19 치료제 피라맥스의 임상 3상 국가를 러시아에서 콜롬비아로 바꿨으나 심사 및 승인이 지연되고 있다. 회사는 "폴란드 및 콜롬비아 2개국 모두 7월 중 승인을 예상하고 있으나, 현지 상황으로 정확한 승인일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업계는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만큼 치료제 주권확보를 위해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한 제약사 관계자는 "현재 정부 지원을 받아 임상시험을 지속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지원은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백신만큼은 아니겠지만 코로나 상황이 장기화되고 변종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어 보건의료 차원에서 치료제가 필요하다"며 "중증 환자가 그렇게 많지 않진 않지만 치료제라는게 필요에 따라 경증환자에도 쓰일 수 있고, 치료함으로써 환자 수를 줄이는데 꽤 중요한 기능적인 역할을 수 있다. 그런 부분에서 존재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때 정부 역할은 연구개발(R&D) 자금 지원, 피험자 모집, 인허가 지원 등이 있을 것이다. 치료제가 빨리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밀착지원해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국산1호 백신을 개발한 SK바이오사이언스도 R&D 비용은 100억원 미만으로 지원받았으나 규제기관이 달라붙어 상당한 지원을 해줬기에 품목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안전성 외의 문서 검증, 검토 등의 부문에서 속도를 내게끔 규제기관이 지원할 수는 있겠지만 안전성은 확실하게 보장돼야 한다"며 "규제 허들이 높아졌다고 개발을 포기하거나 지연되고 있다는 설명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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