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CE신평, 롯데케미칼 신용등급(AA+·안정적) 하향검토·등급감시 대상 등재 2.7조 인수자금 외 조 단위 추가 투자금 소요로...재무부담 가중 우려 모회사 롯데지주 신용등급도 하향검토·등급감시 대상으로 올라계열사 자금 지원에 차입금 확대...롯데케미칼 지원시 신용도 하방압력 확대
롯데케미칼의 미국 배터리 소재 지주사인 '롯데 배터리 머티리얼즈 USA(LOTTE Battery Materials USA Corporation)'은 지난 11일 국내 동박 생산 1위(2022년 생산능력 기준) 업체인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위한 2조 7000억원의 주식매매계약(지분 53.3%)을 체결했다. 일진머티리얼즈는 국내 메이저 동박 생산 기업으로 한국과 말레이시아에 생산기지를 운영하며 약 6만톤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일진머티리얼즈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글로벌 동박 시장에서 13%로, 4위를 기록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통해 전자소재사업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한편, 2030년까지 총 4조원을 투입해 연간 매출액 5조원을 달성키로 한 당초 목표를 조기에 이룰 수 있게 됐다고 자평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지난 7월 미국 최초로 약 3만6000톤 규모의 양극박 생산 기지 건설을 발표하였으며, 금번 동박 생산 기업 인수로 유럽 및 미국 등 주요 시장 선점을 통해 글로벌 배터리 소재 선도기업으로 성장해 나아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롯데케미칼의 야심찬 계획과 달리 이번 M&A를 바라보는 신용평가 업계의 시각은 부정적이다. 2조 7000억원 규모 인수 자금에 조 단위의 대규모 투자 비용 추가 발생으로 재무부담이 가중됐다는 분석에서다.
일진머티리얼즈는 연간 동박 생산능력을 현재 6만톤에서 2027년까지 23만톤 늘린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급증하는 동박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로, 배터리 업계는 일진머티리얼즈 생산능력 확대에 최대 1조 5000억원 규모의 투자금이 추가로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인수 대금 2조 7000억원과 합치면 4조원을 넘어서는 규모다. 이는 앞서 밝힌 롯데케미칼의 2030년까지 총 4조원 투자 계획과는 별개다.
올해 6월 연결 재무제표 기준 롯데케미칼의 상반기 보유 현금 규모(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는 약 2조 8164억원으로, 인수 대금 2조 7000억원을 대응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 다만 보유 현금을 모두 인수 대금으로 활용할 가능성은 낮다는 점에서 결국 차입이 불가피하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6월말 기준 순차입금 9343억원, 순차입금의존도 3.9%로 우수한 재무안정성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조 단위 인수 자금에 투자 비용까지 가중되면 견고했던 롯데케미칼의 재무 안정성은 후퇴될 수밖에 없다. 국내 신용평가 업계가 우려하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NICE신용평가는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공시 직후 국내 신평사 중 가장 먼저 롯데케미칼 신용등급(AA+·안정적)을 하향검토·등급감시 대상에 올렸다. NICE신평은 "석유화학 산업 전반의 경기둔화와 시장구조 변화로 수익성 하락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존재하는 가운데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와 대규모 신증설투자가 지속될 예정임을 감안할 때 당분간 차입금 부담이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롯데케미칼은 2021년 하반기 이후 원재료인 나프타의 가격 상승과 함께 수급 악화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올해 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수익성이 나빠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현재 추진 중인 인도네시아 LINE 프로젝트, EV배터리 전해액 유기용매 투자, D-EOA 증설투자 등 사실상 이번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외에도 자체 신증설 투자 부담이 높은 상황이다.
NICE신평은 롯데케미칼의 자체 조달이 한계치를 넘을 경우 그룹 차원의 지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 롯데케미칼의 모회사 롯데지주의 신용등급도 하향검토 대상으로 등재했다. 롯데지주는 지난 4월 이후 코리아세븐 유상증자(3984억원) 참여뿐만 아니라 롯데헬스케어 설립(700억원), 롯데바이오로직스 설립 등 계열사 유증 참여와 지분 추가 인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에 일환으로 롯데케미칼 재무적 지원에 나설 경우 롯데지주 자체의 구조적 후순위성 강도가 이전 대비 증가하면서 모회사 신용도에 대한 하방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게 NICE신평의 설명이다.
한국신용평가도 NICE신용평가와 비슷한 의견을 냈다. 한신평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은 원가 상승, 경기 둔화, 공급 과잉 등의 여파로 지난 2분기 영업적자를 냈다"며 "이같은 상황에서 현재 인수사업 자체 EBITDA(상각전 영업이익)창출력이 기존 사업 대비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동박 사업 내 경쟁 수준, 추가 투자부담 등을 감안할 때 사업 다각화 효과가 유의미하게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소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한신평은 NICE신평과 달리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에 즉각적인 변화를 주지 않았다. 앞선 관계자는 "롯데케미칼 신용도는 석유화학 사업의 이익창출력 회복 시점과 폭, 이번 인수 이후에도 우수한 재무구조를 유지할 수 있는지 여부에 영향을 받을 전망"이라며 "향후 롯데케미칼의 인수 자금조달방안과 석유화학 사업의 3분기 실적과 중기적 업황 전망 등을 점검해 신용도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두 신평사의 다른 등급 평정에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 전망에 스플릿(등급 불일치)이 발생했다.
뉴스웨이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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