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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중동 특수 노리는 건설업계···관건은 미수금(未收金) 관리

부동산 건설사

중동 특수 노리는 건설업계···관건은 미수금(未收金) 관리

등록 2022.12.14 16:09

장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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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네옴프로젝트 비롯 대규모 인프라 사업 줄이어 발주이라크·UAE·오만·바레인 등 '오일머니' 앞세워 개발 나서부실한 거버넌스 '리스크'···미수금 때문에 적자 볼 수도

중동 특수 노리는 건설업계···관건은 미수금(未收金) 관리 기사의 사진

오일머니를 앞세운 중동 국가들이 공격적인 투자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인프라 조성과 신도시건설 등 개발 사업에 아낌없이 돈을 쏟아 붓겠단 모습이다. 국내 기업들도 중동 특수를 노리고 영업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하는 모양새다. 정부도 적극적으로 기업진출을 돕겠다고 나섰다. 다만 일각에선 중동지역 국가들의 취약한 거버넌스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단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중동 산유국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중동의 맹주로 꼽히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실권을 잡은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대규모 신도시 조성 프로젝트 '네옴시티'를 비롯해 각종 인프라 조성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2년 월드컵을 개최한 카타르는 월드컵을 계기로 3개의 지하철을 건설하고 경기장을 짓는 등 대규모 인프라 사업을 벌였다.

외에 아랍에미리트(UAE)와 이라크, 오만, 바레인 등도 오일머니로 벌어들인 돈으로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발전소 등 미래 에너지 사업과 신도시 조성에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11월17일 방한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만났다. 사진=연합뉴스 제공.윤석열 대통령은 11월17일 방한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만났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중동, 유가 고공행진에 막대한 '오일머니' 축적···자국 개발사업 투자로 이어져=중동이 이처럼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할 수 있는 것은 이들 국가의 경제근간이 되는 유가(油價)가 높게 유지됐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는 2000년대 들어서 중국, 인도 경제 성장과 맞물리면서 계속 고공 행진했다. 최근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일어나면서 또 다시 가격이 치솟았다. 중동 국가는 이렇게 벌어들인 '오일머니'를 자국의 개발에 쏟아 부었다.

실제로 오일머니의 힘은 경제성장률에서도 곧바로 드러난다. 11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통계청은 올 3분기 사우디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1조360억리얄(약 362조원)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8.8%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사우디는 이달 초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국가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내년 전망치도 7.6%로 G20 국가 중 가장 높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국내 기업은 중동에서 발주하는 사업을 따내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오너들도 수시로 현장 방문을 통해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은 부회장 시절부터 현장을 방문해 직원을 격려하고 해당 국가의 요인과의 회담을 가졌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사막 한 가운데 짓는 이라크 비스미야 신도시의 현장 직원들에게 광어회를 공수해서 제공하기도 했다.

정부도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는 모양새다. 국토교통부와 중소벤처기업부 등 주요 부처와 산하 기관들이 나서서 우리나라 기업들과 함께 '원팀 코리아'를 구성해 주요 사업 입찰에 힘을 싣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6일 사우디를 직접 방문했고, 17일 빈 살만 왕세자가 방한했을 때는 특임장관으로 임명돼, 왕세자의 입국부터 출국까지 밀착 대응하면서 직접 수행했다.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항공사진. 사진=한화건설 제공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항공사진. 사진=한화건설 제공

◇계약 때 같이 웃고, 막판엔 법정에서···중동지역 미수 리스크가 관건=일각에선 중동의 공격적인 투자 행보에도 불구하고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중동지역은 사막으로 대표되는 악천후에 맞서야 하는데다 공사비 지급에 관한 거버넌스가 다른 곳에 비해 부실하기 때문이다.

거버넌스는 이해 당사자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투명하게 의사 결정을 수행할 수 있게 하는 제도나 장치를 말한다. 국가 간 계약이나 국가와 기업, 기업 대 기업이 계약을 맺게 되면 그 계약이 정상적으로 이행하도록 만드는 유무형의 정치‧행정‧법률을 포괄한다.

문제는 중동에선 이 거버넌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가 많았다는 데 있다. 중동 내 개발사업은 투자 주체가 국가 자체이거나 국가가 절대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공기관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중동 대부분의 국가는 절대 권력을 가진 왕실과 독재정권에 의해 운영된다. 이 때문에 권력층의 판단이나 사정, 권력의 변화에 따라 공사비 지급이 늦어지거나 사업이 틀어지기 쉽다는 것.

실제로 국내 기업들도 중동에서 미수금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삼성물산은 사우디의 금융센터인 타다울센터를 지을 때 미수금 문제로 상당한 곤혹을 치룬 끝에 적자를 봤다. 현재 리야드 지하철 공사도 미수금이 약 450억원 가량 발생했다. UAE에서 지은 828m 부르즈 할리파도 소송에 6년 이상을 쏟아 부었다.

현대건설은 중동에서 미청구공사금이 있거나 미수금이 있는 현장이 3분기 기준 14곳에 이른다. 카르발라 정유공장 공사를 97%까지 완성한 상태지만 약 1588억의 미청구공사금과 325억원의 미수금이 남아있다. 사우디 마잔 오일처리 시설 신설 및 확장 공사도 약 875억원의 공사비를 받지 못한 상태다.

한화그룹은 미수금 때문에 계약파기라는 강수까지 던졌다.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NIC)가 비스마야 신도시 기성금 약 6억2900만 달러를 지연·미지급하면서 공사를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이후 NIC가 다시 협상을 요청해와 공사재개를 논의 중이다.

실제로 업계에선 부실한 거버넌스로 인해 중동 국가 내 사업에서 흑자를 본 기업이 드물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관계자는 "유가가 높을 때는 대금을 잘 주다가, 유가가 떨어지면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면서 지급을 미루는 식으로 기성금 지불이 늦을 때가 많다"라면서 "다른 최초 계약 내용 외에 계약이나 설계를 변경한 데 따른 추가비용에도 인색한 편이다. 오죽하면 공사기간만큼 소송에 시간을 써야 한단 말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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