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VC 투자, 전년比 34.1% ↓···3·4분기는 '반토막'비용 줄이려 인력에 파이프라인도 감축경영권 포기 사례도···'옥석가리기' 기회
1일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가 중소벤처기업부 자료를 인용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벤처캐피탈(VC)들의 국내 바이오의료 분야 벤처투자는 1조1058억원으로, 전년 1조6770억원 대비 34.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기별로 보면, 지난해 1분기 투자액은 4137억원으로 전년 동기 3648억원 대비 13.4% 증가했으나 2분기부터 감소세로 전환됐다. 2분기 투자액은 2936억원으로 전년(4497억원) 대비 34.7% 감소했고, 3분기는 1928억원으로 전년 3965억원 대비 51.4%나 감소했다. 4분기는 2057억원으로 전년보다 55.9% 줄었다.
VC 투자액은 매년 증가추세였다. 2018년 8417억원이던 규모는 2019년 1조1033억원, 2020년 1조11970억원 등으로 늘었지만 상장 바이오기업의 주가하락, 기술특례상장 심사 강화 등의 영향으로 투자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KRX 헬스케어 지수는 2020년 5517에서 2021년 3721로 32.6% 감소했고, 지난해에는 2634로 29.2% 감소했다.
바이오 기술특례상장 건수는 2018년 15건, 2019년 14건, 2020년 17건에서 2021년부터 9건, 2022년 8건으로 확 줄었다.
바이오분야 투자 감소세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 바이오분야 전문매체인 바이오센추리의 BCIQ 데이터베이스 분석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바이오 벤처에 대한 투자액이 크게 감소했는데 특히 유럽의 감소폭이 가장 컸다.
유럽은 2021년 86억 달러에서 40억 달러로 53.5% 급감했고, 미국은 같은 기간 342억 달러에서 264억 달러로 22.8% 줄었다.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이루어진 바이오벤처 투자금은 총 71억 달러로 나타났는데, 이 중 37억8000만 달러는 중국에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오텍들은 자체 매출이 없는 경우가 많아 외부 투자금으로 R&D 비용을 충당해야 한다. 하지만 신약개발까지 10년 이상이 걸리고 불확실성도 높아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어도 결과를 내기가 매우 어렵다.
투자금을 확보하지 못한 일부 바이오기업들은 임원 급여 지급을 미루거나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진다.
심지어는 글로벌 임상시험 비용을 줄이기 위해 바이오기업의 먹거리인 신약 파이프라인을 정리하는 곳들까지 나오고 있다.
일례로 파멥신은 지난해 재발성 교모세포종 치료제로 개발 중인 'TTAC-0001'의 미국, 호주 임상 2상 시험을 중단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임상 계획 대비 일정이 지연되고 비용이 증가해 임상 완료시까지 상당한 금액의 추가 자금 투입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라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R&D에 주력하던 바이오기업들은 재무관리 강화에 힘쓰는 모습이다.
자궁경부암 치료백신, 지속형 빈혈치료제 등을 개발 중인 1세대 바이오텍 제넥신은 최근 최고재무관리자(CFO)인 홍성준 부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에 따라 기존 닐 워마, 우정원 각자 대표이사 체제에서 닐 워마, 홍성준 각자 대표이사로 변경됐다. 우 전 대표는 사내이사직을 유지하면서 R&D 부문을 총괄하고, 홍 신임 대표가 경영관리 부문을 강화할 것이라는 게 회사측 입장이다.
제넥신은 신약 R&D에 투자를 지속하며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신약개발기업 큐라클도 지난해 박종현 CFO를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그는 서울대학교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NH투자증권에서 리서치센터장, 에퀴티세일즈본부장 및 프라임브로커리지본부장 등을 역임한 자본시장에 정통한 전문가다.
분자진단 전문기업 랩지노믹스도 최근 새로운 최대주주인 루하프라이빗에쿼티(이하 루하PE)의 임원진을 새로운 경영진으로 내정하고, 내부 조직 개편을 추진했다.
우선 써모피셔 싸이언티픽 한국지사의 김정주 부사장과 이종훈 루하PE 대표를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했으며, 삼성전자, KPMG, 씨젠 등에서 근무한 바 있는 인력도 해외 사업 총괄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아울러 루하PE 운용역으로 활동한 오세진 회계사를 CFO로 영입했다. 오 회계사는 삼일회계법인과 법무법인 율촌에서 근무한 바 있으며, 코스피 코스닥 상장사에서 CFO를 맡으면서 다수의 M&A(인수합병)를 주도한 바 있다.
창업주가 회사 경영에 손을 떼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한때 시가총액이 4조원을 넘기도 했던 헬릭스미스는 작년 12월 카나리아바이오엠과 경영권 양수도 계약을 체결해 최대주주가 김선영 대표에서 카나리아바이오엠으로 변경됐다.
진단기기 개발 기업 휴마시스는 최대주주 차정학 대표 외 3인이 보유한 지분 7.65%(259만3814주)를 아티스트코스메틱에 매각했다.
업계에서는 바이오 기업들의 경영권이 흔들리면서 신뢰도와 밸류에이션(기업 가치)의 하락이 함께 이어지고 있지만 오히려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이번 기회를 활용해 기업간 협력기회를 찾아야 한다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한국바이오협회는 "바이오 벤처들에 대한 투자 감소와 기업 가치 하락은 기존 대·중견기업들과의 투자, 기술이전, 인수·합병(M&A) 등의 협력 기회가 확대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며 "다국적 제약사들의 재정 여력은 역대 최고 수준이고, 국내 바이오분야 대기업 및 중견제약사들의 현금성 자산도 증가 추세다. 대중소 오픈 이노베이션이 그 어느 때 보다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지난해 생명과학 분야 M&A가 축소되고 거래금액도 크게 줄었다. 실제 자금조달은 80% 가까이 줄었는데, 체감으로는 100% 감소한 것 같다"며 "벤처캐피탈의 바이오 투자 비율도 이전까지는 30%대를 꾸준히 유지했었지만 최근에는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이럴 때 벤처, 스타트업들은 버티는 것이 답"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캐시카우가 있는 기업들에게는 오히려 변별력 있게 투자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자금이 필요한 기술 기업과 협업을 통해 글로벌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협회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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