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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성장' 전면에 내세웠지만···OCI·이수화학의 같은 듯 다른 인적분할

산업 에너지·화학

'성장' 전면에 내세웠지만···OCI·이수화학의 같은 듯 다른 인적분할

등록 2023.03.22 07:21

김다정

  기자

각각 이달 22일, 31일 주총서 의결···5월 1일 분할기일사업다각화로 돌파구···성장성이라는 인적분할 '공통점' 자사주 마법에 대한 평가 엇갈려···OCI는 험로 예상

'성장' 전면에 내세웠지만···OCI·이수화학의 같은 듯 다른 인적분할 기사의 사진

사업다각화로 돌파구를 찾는 석유화학업계에 인적분할 바람이 불고 있다. 하지만 최근 소액주주를 중심으로 '인적분할'과 관련 찬반 논란이 이어지자 '성장성'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내세운 두 석유화학기업 OCI와 이수화학 사이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OCI와 이수화학이 분할기일은 오는 5월 1일이다. 양사는 각각 이달 22일과 31일에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화학사업 분리를 담은 '분할계획서 승인' 안건을 상정·의결한다.

OCI는 존속법인인 지주회사 'OCI홀딩스'와 신설법인인 화학회사 'OCI'로 분리한다. OCI홀딩스는 자회사 관리와 신사업 투자 등을 맡고, OCI는 케미컬·전자소재 관련 사업을 담당하게 한다는 구상이다. 지주사에 태양광 사업을 몰아주고 신설 사업회사에서 반도체와 배터리소재 사업 등 화학부문 신성장동력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수화학도 인적분할을 통해 석유화학 사업부문의 이수화학과 정밀화학 사업부문의 이수스페셜티케미컬(가칭)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한다. 미래 성장성이 높은 전고체 배터리 전해질 원료 생산 신산업을 정밀화학사업에 귀속시켜 본격적으로 육성하겠다는 취지다.

체질개선의 분주한 두 석유화학 기업의 인적분할은 '성장성'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기존 복합적인 사업구조에서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웠던 개별 사업의 가치를 재평가받고, 사업 간 분리를 통해 전문적 의사 결정과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노린다는 의도다.

자사주 마법에 대한 '극과 극' 평가
하지만 소액주주들 사이에서 인적분할 이후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통한 '자사주 마법'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 두 회사의 대한 평가는 '극과 극'으로 엇갈리는 분위기다.

자사주의 마법이란 기존 회사의 자사주에 신설회사 신주를 배정함으로써 지배주주의 지배력이 강화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자사주엔 의결권이 주어지지 않는 게 원칙이지만 인적분할 과정에서 신설회사 주식을 배분하면 자사주에도 신주를 배정한다. 지배주주 입장에서는 추가적인 자금 투입 없이도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셈이다.

이미 지주사 전환이 완료된 이수화학과 달리 OCI의 인적분할은 대주주 지배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진 게 아니냐는 시각이 존재하는 이유다.

현재 이수화학은 대주주인 이수그룹 김상범 회장의 지주회사 지배구조가 완성된 상태다. 지주회사 이수는 이수화학의 최대주주로 24.77%의 지분율을 보유, 김상범 회장은 지주회사 이수의 최대주주로 26.56%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수화학 인적분할은) 대주주의 지주회사 중심 지배구조가 완성된 상태에서 성장사업 육성 관점에서만 단행됐다"며 "기존 복합적인 사업구조에서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웠던 성장사업만 분할됐기에 숨겨진 사업가치 부각이 가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OCI 이우현 부회장은 부친인 고(故) 이수영 회장이 2017년 말 타계한 이후 경영권을 이어받았으나, 현재 OCI 보유 지분율은 5.04%에 불과하다. 이 부회장은 숙부인 이화영 유니드 회장(5.43%)과 이복영 SGC그룹 회장(5.40%)에 이은 3대주주다.

이 부회장이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OCI 보유주식을 OCI홀딩스에 현물로 출자하고 그 대가로 OCI홀딩스 신주를 배정받는 방식으로 지분율을 늘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주총 이후 이우현 부회장이 회장에 오를 가능성도 재계 안팎에서 거론된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자사주 마법은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인적분할 과정에서 현물출자 유상증자와 짝을 이루어 지배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지배주주의 추가적인 출연없이 이루어지는 지배주주의 지배력 강화는 결국 외부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주회사 전환과 무관한 인적분할의 경우 지배주주와 외부주주의 지배권 분포와 부의 배분에 유의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며 "기업구조조정 시너지에 대한 시장의 긍정적 평가가 관찰된다"고 말했다.

다만 OCI 관계자는 "경영권 강화라는 오해가 있지만 화학부문 재평가와 사업부문간 이질성 극복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라는 명확한 목적이 있다"며 "자사주 매입과 겹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현재 자사주 비율이 1.26%에 불과해 인적분할을 하더라도 대주주의 지분율이 급격하게 오르는 구조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 엇갈린 의견···소액주주 '표심' 주목

최근 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이 36%였던 현대백화점의 인적분할이 무산된 만큼 OCI도 만만찮은 험로가 예상된다.

안건이 통과되려면 전체 지분 34%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올해 2월 기준으로 OCI의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22.23%에 그친다.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들이 제동을 건다면 지주사 추진 계획이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물적분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인적분할에도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 큰 걸림돌이다. 이미 소액주주들은 즉각 반발하면서 집단행동 조짐까지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엇갈린 의견을 내놓으면서 OCI 주총 결과는 더욱 예단하기 어려워졌다. 일부 자문사는 OCI의 인적분할이 소액주주 의결권을 침해한다고 반대하는 반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명성을 강화할 것이라며 찬성표를 던지는 의견도 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부설 독립기구인 지배구조자문위원회는 "회사가 한국거래소의 재상장 심사를 통과했다는 점은 주주환원이 충분하다고 인정받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며 "화학 사업부문을 친환경 사업으로 분류되는 태양광 사업부문과 분리하고 양사 모두 상장함으로써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중시하는 투자자에게 선택권을 준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가 OCI 인적분할 계획에 반대 의견을 내놓은 데 이어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와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 등은 OCI의 인적분할 계획에 반대하고 나섰다.

CGCG는 "실질적인 변화 없이 대주주의 지주회사에 대한 지배력이 높아지고 지주회사를 통해
자회사인 OCI에 대한 지배력이 강화된다"며 "인적분할을 추진하는 것은 지주회사와 그 자회사에 대한 지배력 강화가 더 큰 목적으로 보인다"고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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