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주주 '경영진 사퇴' 촉구···고성 오가 '강퇴' 당하기도···서 회장 주주달래기 나서 "저녁 모시겠다···공동의장은 리스크 방지 차원"
기 대표는 이사회 의장으로서 총회를 진행했으나, 시작부터 주주들의 야유를 받았다. 일부 주주들이 주가 하락과 경영 부실에 대한 책임으로 기 대표의 재선임을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실제 일부는 이날 '경영진 사퇴'가 적힌 머리띠와 어깨띠를 두르기도 했다. 이에 주총도 예정 시간보다 약 10분정도 늦게 시작됐다.
기 대표는 주총 시작 전 주주들에게 "화가 난 것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우리가 만든 주총 문화가 깨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많은 사람이 1년에 한 번씩 모여서 의견을 내는 자리이니만큼 행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협조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며 "사임하거나 사퇴하라고 하면 결과에 따르겠다. 의견을 내주면 승복할 테니 화만 내지 말고 주총이 진행될 수 있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후 기 대표는 '이사 선임의 건'과 '사내이사 보수 한도 승인의 건' 의결 과정에서 주주들과 직접적인 마찰을 빚었다.
기 대표가 가장 많이 한 말이 "앉으세요", "조용히 하세요", "협조해주세요" 였을 정도다.
주주 반발이 심화되며 의사진행이 불가능해지는 상황까지 오자 기 대표는 큰 소리로 "자리에 앉아 달라"는 말만 수차례 반복했고, 한 주주에게는 "혼자만의 주총이 아니니 본인만 말하지 말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한 주주를 강제 퇴장시키기도 했다.
이사 선임의 건은 서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및 기 대표와 이혁재 부문장의 3년 임기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었다.
일부 주주들은 기 대표의 사퇴를 요구했으나 의안 투표 결과 80% 이상 과반수 찬성으로 서 회장, 기 대표, 이혁재 부문장 모두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성과급 지급에 대한 주주들의 지적도 이어졌다. 몇몇 주주들은 "역성장 속에서도 성과급은 10% 증가했다"며 "주주들은 배고파서 눈물, 피눈물 흘리며 손해 보는데 일도 제대로 못한 임원들이 성과급을 잔치를 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기 대표는 "성과급을 받지 않겠다. 하지만 급여가 높지 않은 임원들 성과에 대해 삭감하고 반납하자는 건 어렵다"며 "직원들 사기를 고려해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기 대표는 지난해 주총에서도 주가가 일정기간 회복될 때까지 최저임금만 받겠다고 밝힌 바 있다.
주주들의 고성으로 원활한 주총진행이 어려워지자 서 회장이 직접 나서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서 회장은 "나도 주주다. 나보다 예민한 사람이 어디 있느냐. 보유 주식 1주도 안 팔았다. 주주들과 동거동락하겠다는 얘기"라며 "주총장 옆에 50명의 기자들이 모여 있다. 몸싸움을 보려고 이 회사를 만든 게 아닌데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게 회사에 도움이 되겠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내가 가장 많이 받은 급여가 7억원이다. 삼성 부장 월급보다도 적다"라며 "은퇴할 때 임원들 급여를 보니 대기업 중에서 제일 낮길래 최소한 대기업의 85%는 받게 했다. 바이오로직 사업하는 회사 중 우리 급여가 제일 낮다"고 호소했다.
그는 "임원들이 내게 급여 더 달라고 한 적도 없다. 주주들이 힘들면 우리도 힘들다"며 "기 대표가 오늘 하루 종일 여러분들에게 야단을 맞았다. 죄송한 마음이 크다. 기 대표에게 질의토의 하는 것보다 내가 답하는 게 더 위로가 된다면 내가 진행하겠다. 그러고도 안 끝나면 저녁까지 직접 모시고 답변을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서 회장은 공동의장을 맡는 이유에 대해 "내 나이 67세다. 2년 더하면 69세"라며 "나는 왕이 아니고, 우리 회사의 정년은 65세이기에 그때 은퇴한 거다. 다만 좋은 기회이자 위기가 왔기 때문에 한시적으로 온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내가 계속 있으면 내가 회사의 리스크가 된다. 그게 오너리스크"라며 "내가 떠났을 때 공백이 없어야 하기에 후배들에게 경영을 맡기는 것이다. (복귀를) 반가해줘서 고맙지만 내 후배들을 인정해 달라. 같이 올 1년 열심히 하겠다"고 전했다.
기 대표를 포함, 임원들을 대상으로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에 대한 불만 상황 등에 대해서도 서 회장은 "기 대표는 최저 임금을 받는다. 대표이사를 하고 싶어 안달 난 친구도 아니다. 맨날 그만두게 해달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전문가가 별로 없다. 외국에서 데리고 오면 업무파악만 2~3년 걸린다. 우린 바보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제 장남인 서진석 의장 역시 경쟁사 대표이사 급여보다도 적게 받고 일한다. 전세계가 실력을 인정하는 친구인데 인정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주총은 2시간 만인 12시 12분경 종료됐다.
기 대표는 마무리 인사에서 "(주주들의 성토는) 회사에 대한 사랑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루 빨리 주가가 일상으로 돌아가고 원상복귀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해했다. 운 좋아서 여기까지 왔는데 오늘 이런 모습을 보여 죄송하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밖에서는 셀트리온을 잘 부탁한다. 우리가 불협화음을 내면 공매도 소재로 쓰일 수 있어 우려된다. 그런 일이 없도록 주총 후에도 사랑과 응원을 부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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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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