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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초심 잃은 행동주의 펀드, 테마주 투기꾼이 될텐가

오피니언 기자수첩

초심 잃은 행동주의 펀드, 테마주 투기꾼이 될텐가

등록 2023.04.03 11:07

임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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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er
"행동주의가 지분을 샀다? 주가 오를 일만 남았네", "평단가의 2배 이상은 먹고 나가겠지?", "한진칼, 오스템 다 해본 사람이면 알거다"(DB하이텍 종목 토론방)

국내 행동주의 펀드인 강성부 펀드(KCGI)가 지난달 30일 장 마감 후 DB하이텍의 지분을 매수했다는 공시가 나자 해당 종목의 토론방에는 추가매수를 해야 한다는 글들이 쌓였다. 행동주의 펀드가 지분을 샀다면 주가가 오르는 건 당연지사라는 것이다. 과거 강성부 펀드가 지분을 매수했던 한진칼과 오스템임플란트 사례를 고려하면 DB하이텍도 그 수순을 밟을 것이란 의견이다.

개인 투자자들이 몰려들면서 DB하이텍의 지난 3월 31일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8.33% 오른 7만23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도 전 거래일 대비 2% 이상 주가가 상승해 거래 중이다.

어쩌다가 행동주의 펀드가 '찜'한 종목에 개인 투자자들이 몰리는 현상이 발생한 걸까?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지분만 사들인 단계에서 기업가치와 주주가치가 나아질 것이란 기대감에 주가가 급격하게 오르는 것은 '투기'에 가깝다.

토종 행동주의 펀드는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와 달리 국내 저평가된 기업들을 찾아 지분을 확보한 후 일정 수준 이상으로 기업의 가치와 주주 가치를 높이는 활동을 하겠다고 나선 펀드들이다. 이를 위해 지분 확보 후 주주제안을 하고 주주총회에서 최대주주와 표 대결은 물론 소송도 불사한다. 기한도 짧게는 1년에서 수년 동안 주주가치를 올리기 위해 주력한다.

하지만 최근 강성부 펀드의 오스템임플란트 지분 매각, SM엔터테인먼트(이하 에스엠) 경영권 분쟁에서 침묵한 얼라인파트너스 등의 행태를 살펴보면 다소 의문스러운 부분이 존재한다. 기업의 주가가 오르면 기업의 가치와 주주 가치 모두 개선된 것일까?

최근 에스엠 사례를 살펴보면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얼라인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로 불거진 경영권 분쟁은 결국 이수만 전 최대주주만 이득을 챙긴 채 종결됐다. 한 때 '꽃놀이패'를 쥔 줄 알았던 개인투자자들은 꼭지에서 산 주식을 손에 들고 매일 떨어지는 주가를 들여다 보고 있다. 그 사이 에스엠이 새로운 지배구조 개선을 단행한 것은 없다.

취약한 국내 기업들의 지배구조를 개선시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시킨다는 점에서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은 중요하다. 지속돼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선 지속적이고 일관성 있는 태도가 중요하다. 단순 이슈에만 반응하고 투자 수익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행동주의 펀드도 단순 투기꾼으로 전략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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