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전산화, 14년만에 국회 소위 통과

중계기관 결정은 시행령으로 위임하기로

향후 전체회의 본회의 거처야 최종 확정

그래픽=박혜수 기자 hspark@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이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를 14년만에 통과했다. 실손보험 간소화 법안은 이후 전체회의와 본회의를 거치게 된다.

국회 정무위는 16일 열린 법안소위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담긴 '보험업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다만 의료계의 반발이 심한 상황인 만큼 향후 전체회의와 본회의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개정안에는 보험사가 실손보험 청구 절차를 전문 중계기관에 위탁해 청구 과정을 전산화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됐다. 청구 중계기관과 관련해서는 시행령으로 위임키로 했다. 앞서 정부 산하기관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중개기관으로 언급됐지만 의료계의 반대에 보험개발원이 유력한 상황이다.

이번에 통과된 개정안은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제도를 도입하고 전산시스템 구축 및 운영이 핵심이다. 우선 이날 정무위는 서류 요청의 주체를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 보험금 취인인이나 그 대리인으로 하고 전자 방식으로 의료기관에서 보험사로 서류를 전송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진료비 계산서와 영수증, 진료비 세부산정내역 등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는 금융위가 고시토록 했다. 특히 의료법과 약사법에도 불구하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당한 사유 없이는 서류 전송 요청에 따르도록 한 내용도 여야가 합의를 이뤘다. 전산시스템의 경우 보험회사가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토록 하고 비용도 보험사가 부담한다. 서류 전송과 관련해서는 보험회사와 의료기관 등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하고, 업무 외 사용과 보관을 금지하는 등 보안 관련 내용도 합의됐다.

실손보험은 4000만명이 가입한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불렸지만, 청구 과정이 복잡해 절반 이상이 가입하고도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았다. 실손보험청구 간소화 법안은 2009년 발의됐지만 의료 기록이 보험사 전산으로 넘어가면 보험사들이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의료계의 반발에 14년째 미뤄졌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실손보험을 청구하기 위해 종이 서류를 발급 받을 필요 없이 병원에 요청만 하면 된다.

보험업계는 숙원사업이었던 실손보험 전산화 제도 도입 물꼬가 트이자 환영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14년 동안 제자리 걸음이던 실손보험 전산화가 최종 통과되면 소비자들과 보험사 모두에게 편익이 돌아갈 것"이라며 "다만 의료계의 반발이 큰만큼 앞으로 남은 절차들이 무리 없이 진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