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두 달간 평가 프로세스 가동구태 벗어나겠다고 했지만 '깜깜이' 선정 여전'인사 시스템 혁신' 성공하려면 지속 보완 필요
우리금융지주는 26일 신임 우리은행장 후보에 조병규 우리금융캐피탈 대표를 추천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이석태 부행장과 조 대표는 경영계획 프레젠테이션을 포함한 심층면접을 진행한 뒤 최종 후보로 이 부행장을 내세웠다.
이번 우리은행장 선임은 임 회장 취임 후 도입된 경영승계 절차에 따라 진행됐다. 임 회장이 취임사를 통해 낡은 관행을 버리고 공정하지 못한 인사 문화를 멈추겠다고 선언한 만큼 이번 은행장 인사는 향후 우리금융그룹 인사의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봤다. 특히 그룹 인사 시스템 혁신이 어느 정도 수준이 될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평가가 많았다.
은행장 선임 절차는 절반의 성공으로 보인다. '오디션' 형식을 차용한 행장 선임 프로그램은 1차 후보군 선정 이후 2개월 가까이 평가 시간을 가졌다. 기존 자추위 위주의 '깜깜이' 인선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인데 실상은 기존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상 1~2주일 내 최종 후보가 결정되는 통상적인 선임 절차에서 벗어나 2개월 동안 다방면의 평가를 진행했다는 것인데, 다른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자추위) 역시 오랜 기간 동안 후보군을 관리하면서 평가 체계를 마련해 두고 있어서다.
기존 방식에서 소요 시간이 길어진 것 외에는 '철통 보안'을 이유로 '깜깜이' 인선이 이뤄진 것은 변함이 없는 셈이다.
아울러 회장 입김 역시 여전한 상황이다. 자추위 위원장인 임종룡 회장은 3단계 평가인 1대1 업무보고를 받아 역량을 검증하는데 이 평가가 숏리스트 결정 직전 단계여서 임 회장의 평가가 영향을 크게 미쳤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수년째 임원을 대상으로 행장 육성 프로그램을 이어가고 있는 DGB대구은행은 선정된 후보군은 1~2년에 걸쳐 교육에 참여해야 한다. 여기서 계열사OJT(직무교육)와 다면평가, 심층인성검사를 비롯해 어학능력개발 등 다채로운 교육과 평가가 이뤄진다. 임성훈 전 행장은 물론 황병우 현 행장도 이를 거쳐 CEO로 발탁됐다. 이들은 공정성과 투명성, 능력까지 모두 인정받은 행장으로 평가받는다.
금융업계 안팎에서는 지난해 연말부터 '외풍 인사' 지적에 시달려 온 만큼 임 회장이 자회사 대표이사 인선에서 공정성을 강조한 것을 두고 인사 혁신의 첫발을 디딘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처음 도입된 인선 프로그램을 좀 더 보완한다면 CEO 인사 때마다 되풀이되는 혼돈을 줄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업계가 유난히 인사 외풍이 심한 곳으로 인사철이 되면 수많은 설과 하마평이 나온다"면서 "인사 검증을 촘촘히 하고 공정한 평가가 이루어지도록 시스템이 마련된다면 그만큼 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은행장 인사가 마무리되고 나면 부족한 부분 등을 보완해 다음 자회사대표이사 인사 때는 더욱 공정한 절차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우리금융 관계자는 "행장 선정 프로그램을 통해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그룹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더욱 고도화해 새로운 기업문화를 구축하는 계기로 발전시킬 것"이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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