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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조원태의 '뚝심'···"아시아나 합병, 항공역사 새로쓰는 것" 재확인

산업 항공·해운

조원태의 '뚝심'···"아시아나 합병, 항공역사 새로쓰는 것" 재확인

등록 2023.06.07 14:58

수정 2023.06.07 16:24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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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미국 등 주요국서 잇따라 급브레이크···부정적 기류 커져조 회장, 국제 여론전 나서···"무엇을 포기하든 성사시킬 것"슬롯 반납 확대 가능성 '↑'···지배력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에 대한 강력한 완주 의지를 드러냈다. 그래픽=박혜수 기자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에 대한 강력한 완주 의지를 드러냈다. 그래픽=박혜수 기자

"무엇을 포기하더라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성사시키겠다"(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절박한 결기를 다졌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이 '자국 우선주의' 압박 속에서 휘청이자 국제 여론전까지 나서면서 강력한 완주 의지를 드러냈다.

조 회장은 지난 5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례 총회를 계기로 가진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합병 문제와 관련해 "우리는 여기에 100%를 걸었다"면서 "무엇을 포기하든 성사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합병 의지 '100%'···슬롯 반납 확대되나
2020년 11월부터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 중인 대한항공은 현재 14개 경쟁 당국의 기업결합심사 가운데 EU·미국·일본 단 3개국 심사만 남겨놓고 있다.

지난 3년간 조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시대적 과업이자 소명'이라며 확보한 의지를 밝혀왔음에도 이번 발언이 유독 세간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최근 EU와 미국 등 주요국에서 잇따라 제동이 걸리면서 부정적인 기류가 커졌다는 데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지난달 17일 "두 항공사 간의 합병이 유럽경제지역(EEA)과 한국 사이 여객·화물 운송 서비스 시장의 경쟁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부정적인 의견이 담긴 중간심사보고서(SO)를 발송했다.

바로 이튿날에는 미국 법무부(DOJ)가 국내 항공사 빅2의 합병을 저지하는 소송에 돌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현지 보도가 나오는 등 해외 경쟁 당국의 압박이 이어졌다.

항공업계에서는 조 회장의 '포기' 발언에 대해 흔들림 없는 합병 의지를 대외적으로 밝히는 동시에 노선 독과점 우려 해소를 위해 '슬롯(특정 시간 공항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을 더 반납할 정도로 총력전을 펼치겠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무엇보다 조 회장이 두 회사의 합병을 마무리하려면 경쟁 당국이 요구하는 조건을 사실상 대부분 수용하는 방법밖에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앞서 지난 3월 영국 경쟁시장청(CMA)은 합병 승인 조건으로 대한항공이 가진 런던 히스로공항의 7개 슬롯을 자국 항공사 버진애틀랜틱에 넘겨주도록 했다. 미국과 EU에서도 당국과의 조율을 통해 일부 슬롯을 외항사에 내주고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 회장은 "그들(미국, EU 등)은 더 많은 경쟁을 요구하고 있다"며 "우리가 좋은 해결책을 갖고 있다고 믿으며 그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조원태의 '뚝심'···"아시아나 합병, 항공역사 새로쓰는 것" 재확인 기사의 사진

다만 시장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과정 중에 예상보다 많은 슬롯을 빼앗기면서 국내 1·2위 항공사 간 빅딜의 시너지 효과가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미 예상보다 인수·합병 일정이 지연되고 있어 연내 승인이 미뤄지거나 예상보다 많은 슬롯을 외항사에 빼앗길 가능성 등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이미 이 정도로 시간이 지연됐고 해외 당국의 반발도 높아진 이상 처음 인수를 결정했을 때 기대했던 효과나 재편 계획들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합병 무산 가능성에 한진칼 주가 급등한 이유
하지만 시장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조원태 회장이 직접 나서 총력전을 벌이는 한편 노선 '포기'까지 거론하고 나섰다는 것은 그만큼 조 회장으로서는 기업결합을 반드시 성사시켜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방증한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은 조 회장 체제를 확립한 한진그룹이 재도약하는 데 가장 중요한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대한민국 유일한 국적사로서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키우는 동시에 조 회장의 지배력도 견고하게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진그룹은 오너 일가가 한진칼 지분을 나눠 가지면서 지배력을 행사하는 구조다. 현재 조원태 회장(5.78%)과 조현민 사장(5.73%), 재단 등 오너일가가 총 18.85%(조현아 제외)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20년 말 한진그룹의 경영권을 둘러싼 '남매의 난' 당시 산업은행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조건으로 한진칼 주식 10.58%를 취득하면서 '백기사' 노릇을 자처했다. 이를 통해 현재 조 회장의 지배력은 한층 공고해진 상태다.

하지만 이는 곧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산될 경우 우호 세력인 산업은행의 지분 보유 명분이 사라지면서 조 회장의 지배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실제로 EU와 미국에서 잇따라 부정적인 기류가 감지된 이후 한진칼의 주가는 최근 2주 사이 20% 넘게 급등하기 시작했다. 투자자들이 인수합병 무산 가능성에 베팅한 것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100%를 걸었다"는 조 회장의 말에는 진심이 느껴진다.

최근 조원태 회장을 비롯한 대한항공 주요 경영진은 미국 법무부 차관을 면담하는 등 기업결합 승인을 위한 해외 당국 설득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도 여러 차례 방문하고, 경쟁 제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여러 조건을 논의하고 있다.

결국 관건은 조 회장이 유럽연합과 미국 경쟁 당국을 얼마나 잘 설득하느냐다. 핵심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어디까지 양보할 수 있느냐를 결정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경쟁 제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현지 로펌 및 자문사와 함께 특정 신규 시장진입자 등을 포함한 시정조치를 다각도로 협의하고 있다"며 "일부 경쟁 당국의 과도한 시정조치 요구에 대해 합리적 대안과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시해 장기적으로 대한민국 항공산업 경쟁력이 훼손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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