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3개국 심사 남겨놓고···'자국 우선주의'에 발목조 회장 합병 의지 강해···직접 경쟁당국 협의 나서"신규 시장진입자 포함, 시정조치 다각도로 협의"
하지만 대한항공을 이끄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가 매우 확고한 만큼 세기의 빅딜을 성사시키기 위한 대안 마련에 관심이 쏠린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유럽연합(EU)과 미국·일본의 기업결합 승인만 남겨둔 가운데 최근 EU와 미국이 잇따라 제동을 걸고 나섰다.
미국 인터넷 매체 폴리티코는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법무부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획이 한국과 미국 간의 여객‧화물 운송 경쟁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 두 회사의 합병을 막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미국 법무부 소송은 해당 미국 매체가 소송 가능성을 제기한 것일 뿐, 아직 확정된 사실은 아니다.
이보다 앞서 지난 17일에는 EU집행위원회가 "두 항공사 간의 합병이 유럽경제지역(EEA)과 한국 사이 여객·화물 운송 서비스 시장의 경쟁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부정적인 의견이 담긴 중간심사보고서(SO)를 발송했다.
EU와 미국에서 잇따라 어깃장을 놓으면서 자칫 순조롭던 기업 결합에 제동이 걸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크다.
무엇보다 EU 경쟁당국은 기업결합심사에 대해 유독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어 이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에서도 최대 난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2021년 캐나다 1·3위 항공사의 합병과 스페인 1·3위 항공사 합병을 '독과점 우려'를 이유로 허가하지 않은 바 있다.
"올해 인수 완수 목표"···'재도약' 위한 최우선 과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은 조 회장 체제를 확립한 한진그룹이 재도약하는 데 가장 중요한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실제로 조원태 회장은 3년째 신년사에 양 항공사의 결합을 언급하고 있다. 올해도 그는 "2023년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라는 큰 과제를 완수하는 해가 될 것"이라며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을 결정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이번 인수·합병이 시대적 과업이자 소명이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인수 문제가 정리돼야 주력 사업인 항공사업의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아시아나항공이 흡수합병되면 대한항공은 국내 유일한 FSC(대형 항공사) 지위를 갖게 된다.
대한항공은 이미 지난해 6월 한진칼의 주요 자회사였던 진에어의 지분 54.91%를 대한항공에 넘기면서 아시아나항공이 거느린 에어부산·에어서울 등 저비용항공사(LCC)를 자회사를 품기 위한 선제적인 조치에 나섰다. 이로써 한진그룹은 지주회사 한진칼에서 대한항공→진에어로 이어지는 탄탄한 지배구조를 구축하게 됐다.
지난 3년간 대한항공이 조원태 회장의 강력한 의지 하에 기업결합에 총력은 다해온 만큼 자칫 합병이 무산되는 최악의 경우, 그에 따른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 자금으로 1조원을 비롯해 2020년 12월부터 현재까지 국내외 로펌 및 자문사에 1000억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했는데 이를 되찾는데 험로가 예상된다. 무엇보다 무산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불안한 분위기 속 '총력전'···"과도한 우려는 금물"
대한항공은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남아있는 EU와 미국·일본의 승인을 받기 위해 총력전을 펼 방침이다.
대한항공은 EU의 발표 이후 "정해진 절차에 의해 중간 심사보고서를 발부하되 대한항공과의 시정조치 협의 또한 지속하겠다는 게 유럽 당국의 입장임을 참고해달라"는 내용의 공식 입장을 내놨다.
대한항공은 △이번 통합이 정부 차원의 항공산업 발전을 위해 진행되고 있다는 점 △경쟁 노선의 승객 대부분이 한국인이라는 점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이미 강력한 시정조치를 부과한 점 △신규 항공사 진입·증편으로 경쟁환경 복원이 가능한 점 등을 적극 강조한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EU에 이어 미국에서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되고는 있지만 과도한 우려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미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 과정에서 제기되는 경쟁제한 우려와 관련해 필요시 시정조치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앞서 영국에서도 영국 버진 애틀랜틱에 넘기고 승인을 받은 것처럼 미국과 EU의 경우도 당국과의 조율을 통해 일부 슬롯을 외항사에 내주고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단순 시정조치를 넘어 조원태 회장이 직접 해외 경쟁당국과의 협의에 적극 나서는 등 외교적 관점에서도 총력을 다하고 있다.
실제로 조 회장과 경영진들은 미국·유럽 등 현지를 수차례 방문하고 경쟁사들에 신규 시장 진입 의향을 확인·설득하는 등 지원조건을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달에는 방미 경제사절단에 합류해 미국 정·재계 관계자들과 만나 기업결합과 관련 얘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경쟁 제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현지 로펌 및 자문사와 함께 특정 신규 시장진입자 등을 포함한 시정조치를 다각도로 협의하고 있다"며 "일부 경쟁 당국의 과도한 시정조치 요구에 대해 합리적 대안과 의견을 적극 제시해 장기적으로 대한민국 항공산업 경쟁력이 훼손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ddang@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