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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EU에 제동 걸린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알짜노선 더 내줄 듯"(종합)

산업 항공·해운

EU에 제동 걸린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알짜노선 더 내줄 듯"(종합)

등록 2023.05.18 13:57

수정 2023.05.18 14:08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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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중간 심사보고서 발부···"4개 노선 경쟁제한 우려"각국 추이 지켜보는 미국···합병 심사 무기한 연기항공 경쟁력 약화 가능성···"그래도 합병 효과 더 커"

EU에 제동 걸린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알짜노선 더 내줄 듯"(종합) 기사의 사진

유럽연합(EU) 경쟁 당국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에 대한 '경쟁 제한' 우려를 굽히지 않았다. 이에 대한항공은 '알짜 노선'으로 꼽히는 독일‧스페인 등 유럽 4개 노선의 점유율을 낮춰야 하는 상황이다. EU는 물론 미국의 심사도 지지부진한 상황이어서 기업결합 최종 승인을 위해 추가적인 노선 반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17일(현지시간) EU 집행위원회는 이날 2단계 기업결합 심사 규정에 의거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중간 심사보고서(이하 SO)를 발행했다. EU 집행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시 유럽경제지역(EEA)과 한국 사이 여객·화물 운송 서비스 시장의 경쟁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내용을 보고서에 담았다.

EU 측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시 한국과 EEA 사이 4개 노선에 대한 여객 운송 서비스에서 경쟁 약화가 우려된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EU 집행위는 합병 승인 요건으로 인천발 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페인 노선의 점유율을 낮추고 신규 항공사를 진입시키라고 요구하고 있다. 유럽 노선은 실적 비중이 높은 이른바 '알짜노선'이라는 평가 받는 노선이다.

EU 측은 대한항공이 제출할 시정조치 방안을 검토한 뒤 오는 8월 3일까지 기업결합 승인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SO에 포함된 경쟁 당국의 우려 사항을 해소할 수 있도록 답변서 제출 및 적극적인 시정조치 논의를 통해 최종 승인을 이끌어낼 것"이라며 "유럽 경쟁 당국 또한 정해진 절차에 의해 SO를 발부하되 대한항공과의 시정조치 협의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2021년 1월 14일 이후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한 14개국 경쟁 당국에 아시아나항공 인수 관련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현재는 미국, EU, 일본 3개국의 승인만 남겨놓고 있고 나머지 11개국 경쟁 당국은 기업결합을 승인했거나 신고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심사를 끝냈다. 하지만 필수 승인국인 EU와 미국, 일본이 승인하지 않으면 기업결합은 무산될 수밖에 없다.

각국의 경쟁당국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시 발생하게 될 경쟁제한을 우려하고 있다. 두 항공사의 합병 전 경쟁 환경을 복원하고, 지속적으로 운항할 수 있는 신규 항공사를 시정조치에 필수적으로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2년여간 국내외 법률 자문에 1000억원 넘게 쏟아부었지만 기업결합 심사 통과에 애를 먹고 있다. 대한항공은 기업결합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5개팀 100여명으로 구성된 국가별 전담 전문가 그룹을 상설 운영하고 있다. 조원태 회장과 우기홍 사장 등 최고 경영진들도 직접 각국 경쟁 당국과 협의하고 신규 시장진입 후보 항공사들을 설득해 왔다.

앞서 공정위는 두 항공사의 국제선 중복노선 65개 가운데 26개의 노선에서 경쟁 제한성이 있다고 보고 일부 운수권과 슬롯을 반납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따라 26개 국제노선 중 운수권이 필요한 11개 노선에 신규 항공사가 진입해야 하고 기존 항공사가 증편할 시 두 회사의 운수권 반납이 의무화된다.

영국 경쟁 당국은 두 항공사가 보유한 17개 슬롯 가운데 7개를 영국 항공사인 버진애틀랜틱에 넘기는 조건으로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EU 경쟁 당국도 유럽 4개 노선의 경쟁 제한을 문제 삼고 있는 만큼 추가적인 운수권 및 슬롯 반납 가능성이 높다.

미국에서의 기업결합 심사도 순탄치 않다. 미국 경쟁 당국은 지난해 11월 면밀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며 심사 기간을 무기한 연장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8월 심층 조사에 대한 자료를 제출했으나 EU와 일본의 심사 추이를 좀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일본 경쟁 당국은 지난 3월부터 대한항공과 시정조치를 협의 중이다. 대한항공은 올해 상반기 내 사전협의를 마무리하면 30일 이내로 승인이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전협의는 시정조치와 관련된 본심사 이전 단계다.

업계 안팎에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이후 되레 국내 항공 경쟁력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EU와 미국의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일부 운수권과 슬롯이 외항사에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서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인 에어프레미아와 티웨이항공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으로 배분될 유럽 4개 노선에 대한 인수를 희망하고 있다. 현재 국내 LCC 가운데 장거리 운항이 가능한 항공사는 시드니 노선을 운항 중인 티웨이항공과 미국을 오가는 에어프레미아뿐이다. 하지만 국내 항공사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하지 못하면 노선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외항사가 대한항공의 유럽노선을 가져가게 된다.

다만 기업결합 승인을 위해 슬롯과 운수권을 일부 내주더라도 '득'이 더 크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두 회사가 하나로 합쳐져야 글로벌 항공사들과의 여객 유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평가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노선과 스케줄을 활용하면 더욱 다양한 노선 구성과 환승 전략 추구가 가능해진다"며 "다만 합병 불발을 대비해 델타항공과의 합작법인(JV) 설립 등 글로벌 항공사들과의 협력을 추진하는 플랜B도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경쟁 제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현지 로펌 및 자문사와 함께 특정 신규 시장진입자 등을 포함한 시정조치를 다각도로 협의하고 있다"며 "일부 경쟁 당국의 과도한 시정조치 요구에 대해 합리적 대안과 의견을 적극 제시해 장기적으로 대한민국 항공산업 경쟁력이 훼손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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