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의 소송 제기 가능성" 현지 매체 보도"우리 기업 먼저"···'자국 우선주의'에 깐깐 심사대한항공 "소송은 사실무근"···최종 승인 기대
미국의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8일(현지시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 법무부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에 대한 소송 제기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항공 인수 계획이 한국과 미국 간의 여객‧화물 운송 경쟁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미 법무부는 지난 2년간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가 미국 내 경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조사해 왔다. 두 항공사 모두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시애틀, 뉴욕, 하와이 호놀룰루 노선을 운항하고 있어 기업결합 시 중복노선이 발생한다.
미 법무부는 이번 기업결합 이후 반도체 등 공급망의 탄력성에도 문제가 있을 것으로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소송과 관련해 결정된 사항이 없고 법무부가 최종적으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을 수 있다는 내용도 이번 보도에 담겼다.
미국 정부가 외국 항공사 간의 기업결합을 저지하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다. '알짜노선'으로 평가받는 미국은 수익성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시장인 만큼, 대한항공으로선 셈법이 복잡해진 상황이다. 경쟁 제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슬롯을 다른 항공사에 넘긴다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고, 시정조치가 없다면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도 무산된다.
앞서 전날 EU(유럽연합) 집행위원회도 중간심사보고서(SO)를 내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시 유럽경제지역(EEA)과 한국 사이 여객·화물 운송 서비스 시장의 경쟁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EU 집행위는 합병 승인 요건으로 인천발 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페인 노선의 점유율을 낮추고 신규 항공사를 진입시키라고 요구하고 있다. EU 측은 대한항공이 제출할 시정조치 방안을 검토한 뒤 오는 8월 3일까지 기업결합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2021년 1월 14일 이후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한 14개국 경쟁 당국에 아시아나항공 인수 관련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현재까지 11개국 경쟁 당국은 기업결합을 승인했거나 신고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심사를 끝냈다. 하지만 필수 승인국인 미국, EU, 일본 3개국은 기업결합 심사를 이어가는 중이다.
대한항공이 슬롯 반납을 통해 EU의 심사를 통과한다면 미국과 일본도 이와 비슷한 시정조치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EU와 미국, 일본의 경쟁 당국은 서로의 심사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이 미국과 유럽의 주요 노선 슬롯을 반납하게 될 경우 국내 항공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외에 장거리 운항이 가능한 국적항공사는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 뿐이다. 티웨이항공 등이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하지 못하면 외항사에 슬롯을 빼앗길 수 있다는 얘기다.
EU와 미국 등 각국의 경쟁 당국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에 제동을 거는 건 '자국 우선주의'가 배경인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 안팎에 따르면 이번 기업결합에 대해 미국 항공사인 유나이티드항공이 경쟁 당국에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해 4월 캐나다 항공사 에어캐나다는 EU 경쟁 당국의 기업결합 승인 조건을 수용하지 않고 에어트랜샛 인수를 자진 철회했다. 올해 초에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의 EU 경쟁 당국의 반대로 무산됐다.
다만 대한항공 측은 미 법무부의 소송 제기 검토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소송 여부는 전혀 확정된 바 없고, 현지 매체가 소송 가능성을 제기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5월 12일 미 법무부와의 대면 미팅을 진행했다. 법무부는 기업결합 심사 일정과 승인 여부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고, 회사 측과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공식 입장을 전달했다.
대한항공은 미국에서의 기업결합 승인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미 노선에서 한국인 승객이 대다수라는 점과 한국 공정위에서 강력한 시정조치를 이미 부과했다는 점에서 최종 승인에 기대를 걸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번 통합은 정부의 항공 산업 구조조정 및 고용 유지 방침에 적극 호응한 점도 충분히 고려될 필요가 있다"며 "LA,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 주요 노선에 신규 항공사 진입해 증편이 계속되고 있어 경쟁환경 복원이 가능한 점 등도 적극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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