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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증권사 인수만 고집"···우리금융 발목 잡는 임종룡의 '옛 생각'

금융 은행

"증권사 인수만 고집"···우리금융 발목 잡는 임종룡의 '옛 생각'

등록 2023.06.14 07:09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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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설' 아닌 '인수' 고집하는 CEO 방침에우리금융 '증권업 진출' 수년째 지지부진 "시기 놓칠 수도···방향 재설정해야" 지적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우리금융상암센터에서 열린 금융권 전산센터 화재 예방·대비를 위한 금감원·소방청 업무협약식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우리금융상암센터에서 열린 금융권 전산센터 화재 예방·대비를 위한 금감원·소방청 업무협약식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우리금융그룹의 증권업 진출을 위한 행보가 지지부진하다. 마땅한 매물이 없는 데다, 인수를 희망하는 기업이 늘자 덩달아 증권사 몸값도 크게 뛴 탓이다. 금융권에서는 'Only 인수' 고집을 버리고 다양한 전략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미래사업추진부문을 중심으로 증권사 인수합병(M&A) 기회를 모색해왔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증권가를 중심으로 우리금융이 유안타증권, 한양증권, 유진투자증권 등에 손을 뻗었다가 실패했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우리금융의 증권사 인수가 지연되는 것은 우호적이지 않은 M&A 시장 환경과 무관치 않다. 당장 경영권 매각을 공식화한 증권사가 나타나지 않았음에도 금융회사의 연이은 증권업 진출 선언에 M&A 시장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있는 기업의 몸값만 뛰는 현상만 발생했다.

실제 OK금융그룹은 대부업 철수 시점을 당초 계획보다 6개월 앞당기면서 증권사 인수 의향을 드러냈다. 또 김기홍 JB금융 회장은 증권사 인수를 포함한 자본시장 역량 확대를 최우선 과제로 지목했고, 지주사 전환을 준비하는 Sh수협은행 역시 장기적 관점에서 증권사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이처럼 인수를 희망하는 금융사가 우후죽순 등장하는 것은 증권사 가격을 높이는 요인이기도 하다. 경쟁자가 많을수록 '부르는 게 값'이 되기 때문이다.

이는 일찌감치 증권업 진출을 준비해온 우리금융에게는 큰 고민거리다. 뜻하지 않은 경쟁자가 생겼을 뿐 아니라, 이들을 제치고 인수전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상당한 출혈을 감내해야 한다. 우여곡절 끝에 목표를 달성한다고 하더라도 인수 기업이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우리금융이 성공적인 M&A를 위해 방향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한다. 인수만을 고집하지 말고 신설을 포함한 더 많은 시나리오를 수립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당초 우리금융은 중소형 증권사 인수를 최우선으로 하되, 매물이 나타나지 않으면 토스증권과 같은 모바일 기반 증권사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이 계획은 임종룡 회장의 CEO 내정과 동시에 사실상 폐기됐다. 진입 장벽이 높고 복잡한 증권업의 특성을 감안했을 때 회사를 새로 만들기보다 경쟁력을 갖춘 곳을 인수하는 게 낫다는 임 회장의 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금융권에서는 임 회장이 증권사 신설 계획을 접은 것은 NH투자증권의 성공에 대한 기억에서 비롯됐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그가 농협금융 회장 시절 옛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을 사들여 그룹 핵심 계열사로 키워낸 바 있어서다.

나아가 증권사 신설에 따른 까다로운 절차보다는 돈을 좀 더 투자하더라도 인수가 깔끔하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도 읽힌다.

임 회장이 취임 후 "증권사를 세우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인력을 채워서 경쟁력을 발휘하도록 하는 것도 간단하지 않다"면서 "NH농협금융 회장 시절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을 인수한 것처럼 M&A로 경쟁력을 높이는 게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언급한 것은 이를 방증한다.

시장에서는 임 회장의 증권사 인수 고집이 우리금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우선 마냥 매물이 나오기만을 기다린다면 비은행 강화 전략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또 증권업계가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등 리스크에 노출된 만큼 새로 합류하는 증권사가 당장 그룹에 이익을 가져다준다고 보기도 어렵다.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우리금융으로서는 새 증권사의 건전성 회복과 소비자 기반 확보를 위해 한동안 적잖은 재원을 쏟아야 할 것으로 점쳐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취임 후 과감한 인적 쇄신으로 주목받은 임 회장이 사업 영역에 대해선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금융그룹 CEO로서 신중을 기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혁신 행보가 멈췄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여러모로 불리한 시장 환경이 지속되고 있지만, 증권업 진출과 관련해선 여러 가능성을 놓고 저울질하는 게 우리금융에 장기적으로 유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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