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줄 알았던 푸본현대생명···금감원 '베네핏' 받고도 건전성 '비상등'

킥스 경과조치 적용에도 128%···권고치 하회

자본확충 계속해야 하는데···'부실 우려' 딱지

푸본현대생명의 자본건전성 가늠좌인 1분기 K-ICS비율이 당국 권고치 이하로 떨어졌다. 이는 경과조치를 적용한 뒤 나온 결과다. 사진은 이재원 푸본현대생명 이재원 사장. 사진=푸본현대생명 제공

푸본현대생명 건전성에 비상등이 켜졌다. 신지급여력비율(K-ICS·킥스) 경과조치 적용에도 금감원 권고치인 150%를 밑돌면서 건전성이 우려되는 보험사란 딱지를 달게 됐다. 이에 따라 향후 자본확충은 물론 영업에도 차질이 빚어질 공산이 커졌다.

킥스 비율은 IFRS17 회계제도 상에서 보험사의 건전성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준이다. 기존 지급여력제도인 RBC비율과 달리 자본의 현 가치(시가)를 기준으로 산출하며 100% 이하일 경우 보험 계약자들에게 보험금 지급할 자금이 부족하다고 판단한다. 금감원은 보험사 지급여력비율 최소 기준을 100%로 잡고 있지만 선제적 부실 대비를 위해 150% 이상을 권고하고 있다.

푸본현대생명은 지난달 28일 올해 1분기 경과조치를 적용한 킥스 비율이 128%로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건전성 부실로 매각 조차 쉽지 않은 MG손해보험(경과 조치 후 85.56%)·KDB생명(101.66%) 등과 달리 푸본현대생명의 경우 IFRS17 대비에 무난하게 노력하고 있는 보험사로 평가돼 왔다. 따라서 이번 결과로 푸본현대생명의 업계 평가는 크게 악화될 전망이다.

킥스 비율 적용 경과조치는 금감원이 새 제도 도입시 중소형사들의 건전성 타격이 클 것으로 판단하고 충격을 줄이기 위해 마련한 임시방편이다. 경과조치를 적용받는 보험사는 각사 선택에 따라 가용·요구자본 등을 이전과 같은 방법으로 인식할 수 있어 건전성 지표에서 유리한 점수를 받는다. 아울러 회계상 부채 인식도 장기간에 걸쳐 할 수 있다. 올해 초 전체 보험사의 약 30%가 경과조치를 신청했고 1분기 확정 킥스 비율 발표 결과 대부분의 보험사가 30%~100% 이상까지 수혜를 봤다.

금감원은 경과조치를 받는 보험사들의 킥스 100% 이상이면 문제 삼지 않기로 했지만, 적용 전 비율이 100% 아래인 보험사의 경우 올해 8월 말까지 재무개선 계획을 제출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푸본현대생명도 대표적인 부실 보험사였던 MG손해보험, KDB생명 등과 함께 금감원의 특별 사정권 안에 들게됐다. 푸본현대생명은 이같은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해 꾸준히 채권을 발행하는 등 자본 확충에 힘썼으나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설상가상 푸본현대생명 새회계제도(IFRS17) 상 실적도 적자로 나타났다. 푸본현대생명의 지난해 12월 말 연결기준 실적에 IFRS17을 적용한 결과 순손실 210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영업수익(1조5631억원)에 비에 비용(1조8350억원)이 더 컸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 1분기는 연걸기준 순익 122억원의 순익을 기록해 전년 동기(232억원 손실) 대비 개선된 것은 고무적이다.

푸본현대생명은 건전성에 켜진 비상등을 끄기 위해 올해 상반기에도 꾸준히 유상증자(3925억원 규모)는 물론 후순위채권을 계속 발행하고 있다. 다행히 올해 상반기 푸본현대생명은 채권발행 수요 확보에 성공했고 지난달 16일 98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권(금리 7.28%), 올해 4월 26일에는 800억원규모 후순위채권(7.30%)을 발행했다. 이는 올해 초 푸본현대생명 이사회의 3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권 발행 결정에 따른 것이다. 다만 이는 푸본현대생명 자체의 투자 가치보다는 채권 금리가 7.3% 이상으로 굉장히 높은 편에 속했기 때문이라는 게 증권가의 진단이다. 게다가 이번 결과로 '부실' 딱지가 붙은 푸본현대생명의 채권 발행에도 고난이 예상된다.

푸본현대생명은 "작년, 부채 구조 개선과 자본확충 등을 통해 IFRS17·K-ICS 도입과 재무건전성 강화 정책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왔다"며 "지급여력비율 수치는 2023년 1분기 기준 128%로 보험업 감독규정상 최저요구수준인 100%를 상회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규제 변화 및 급격한 금리 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재무건전성 강화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