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플레이어 투입해 '5대 시중은행 과점' 타파성과급 이연지급 늘리고 경영현황 자율공시 유도 신잔액코픽스 연동 상품 확대로 대출금리 안정화
이를 통해 실효성 있는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소비자의 금융 부담을 덜고, 은행 수익 배분에 대한 국민과 시장의 견제·감시 기능도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5일 금융위원회는 지난 4개월간의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 논의 내용을 바탕으로 이 같은 계획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2월 TF를 가동해 은행권 경쟁촉진과 보수체계 개선 등 6개 과제에 대한 개선방안을 모색한 바 있다.
이는 소수의 은행에 편중된 시장 구조가 소비자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금리 상승으로 소비자의 경제적 어려움이 커진 가운데 은행은 이를 기반으로 역대 최고 수익을 달성하는 일종의 불균형이 감지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금융당국은 은행업의 핵심인 대출·예금 분야에서 5대 은행이 약 70%를 점유한다는 데 주목했다. 실제 금융위 집계 결과 2022년말 기준 주요 영역에 대한 5대 은행의 비중은 ▲대출 63.5% ▲예금 74.1% ▲자산 63.4% 등으로 나타났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작년 어려운 경제 여건에서도 은행이 역대 최대 이자수익을 거둔 것은 코로나 사태, 저금리 등으로 대출 규모가 늘어난 가운데 과점력을 활용해 높은 예대금리차를 책정했기 때문"이라며 "은행이 과점 이윤을 추구함에 따라 소비자는 더 높은 대출금리와 더 낮은 예금금리에 직면했고, 국민과 국가 전체의 후생이 감소했다"고 진단했다.
대구은행 시중은행 전환 지원···챌린저 뱅크는 유보
이에 금융당국은 기존 금융회사에 영역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신규플레어의 진입을 허용함으로써 시장에 새 판을 짜기로 했다.
먼저 당국은 금융회사의 은행 전환 허들을 낮춘다. 안정적인 경쟁자가 단시간 내 자리를 잡을 수 있게 은행업 경험을 지닌 지방은행이나 저축은행이 각각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으로 전환하도록 하는 식이다.
이미 지방은행 중에선 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 의향을 내비친 것으로 파악됐다. 당국은 이들이 신청서를 제출하면 자격 요건을 들여다본 뒤 신속히 전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대구은행이 당국으로부터 허가를 받으면 1992년 평화은행 이후 30여 년 만에 새로운 시중은행이 등장하게 된다.
당국은 지방은행과 인터넷은행의 인가 체계도 손본다. 기존엔 당국의 공고가 떨어져야만 신규 인가 신청·심사가 이뤄졌으나, 앞으로는 충분한 건전성과 사업계획 등을 갖춘 사업자가 수시로 심사를 받도록 한다. 충분한 자금력과 실현 가능한 사업계획만 있다면 언제든 인가를 신청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심사는 엄격히 이뤄진다. 건전성과 사업계획 등을 면밀히 진단하고, 인터넷은행에 대해선 현행 법령상 요건과 인터넷은행 3사 카카오·케이·토스뱅크의 성과 등을 감안해 심사할 계획이라고 당국은 설명했다.
다만 당국은 특화전문은행 이른바 '챌린저 뱅크'의 도입은 유보하기로 했다. 지금도 혁신금융서비스·업무위탁 등을 통해 다양한 은행 서비스가 제공되는 데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을 계기로 관련 분야에 대한 리스크도 부각돼서다. 그 대신 특정 분야에 전문화된 신규인가 신청 시 현행 제도의 틀 내에서 인적‧물적 요건 등을 탄력적으로 심사할 계획이다.
성과급 이연지급 확대하고 '세이온페이' 도입 추진
당국은 은행의 성과보수체계도 개선한다. 소비자의 대출이자 부담으로 역대 최고 수익을 거둔 은행이 고액의 성과급·배당을 지급한 데 따른 비판의 목소리를 고려한 조치다.
특히 우리나라 금융사의 임원 성과보수체계를 보면 이연지급과 성과급 환수·조정 등이 외국에 비해 축소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주주총회에서도 이사보수총액 한도만 승인할 뿐 개별 임원별 보수지급액 등이 공개되지 않아 정보도 부족하다.
이에 당국은 성과급 이연지급을 확대하고 조정·환수의 실효성을 높인다. 세부적으로 이연 비율을 현행 40%에서 50%로 상향하고 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늘림으로써 장기성과를 보다 효율적으로 반영토록 한다. 이와 관련해선 TF를 통해 세부 기준을 마련하고 하반기 내 개정을 추진한다.
등기임원 보수지급 계획에 대한 주주 통제를 강화하는 '세이온페이'도 도입한다. 개별 임원의 보수지급 내역을 주주총회에서 공개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듣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정부가 2020년 6월 국회에 제출한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안에 포함된 내용이기도 하다.
국민과 시장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은행의 경영현황을 자율적으로 공개하는 방안도 마련한다. 임원 성과급 뿐 아니라 직원의 성과급·희망퇴직금, 배당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제시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당국은 3분기 시범 운영을 거쳐 내년 4월부터 이를 본격 시행할 계획을 갖고 있다.
신잔액코픽스 연동 상품 확대···대출금리 산정 체계 합리화
이와 함께 당국은 급격한 금리 변동에 따른 차주의 부담을 덜고자 은행의 금리 산정 체계에도 신경을 쏟는다. 그 일환으로 신잔액코픽스와 연동한 신용대출 상품의 판매를 독려한다.
현재 수협‧전북‧경남‧하나은행 등이 관련 상품을 판매 중이며 하반기엔 신한‧우리‧광주‧부산은행이, 4분기엔 농협‧기업‧국민은행‧카카오뱅크가 해당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SC제일은행은 2024년에 출시한다.
통상 신용대출 상품 금리는 은행채와 양도성예금증서(CD) 등 1년 만기 단기시장금리와 함께 움직인다. 시장금리가 급격히 상승하면 신용대출 금리도 따라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해 신용대출 차주의 이자 부담이 크게 늘어난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로 산출되는 만큼 금리 산정이 상대적으로 늦다. 자금 잔액의 가중평균금리를 산출하는 신잔액기준 코픽스를 기준금리로 삼으면 하루 단위로 산출하는 금리보다 변동성이 줄고 금리 부담도 감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당국은 대출금리 산정 체계도 합리화한다. 반기마다 이뤄지는 은행별 자체 금리산정 점검 시 대출금리 조정 속도의 일관성과 조정 폭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본다. 전체 가계대출의 기준금리와 가산금리, 우대금리를 비교‧분석할 수 있게 공시항목을 세분화해 기준금리 변동 시 가산‧우리 금리 조정 수준을 확인하도록 할 예정이다.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확대를 통한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 개선에도 나선다. 고정금리·분할상환 목표비중 관리기준을 '장기‧고정금리' 대출 확대로 변경하고 주신보출연료 우대와 변동금리 대출실적을 차등예보료에 반영하기로 했다. 중도상환수수료 완화 방안도 검토한다.
김소영 부위원장은 "은행산업을 언제든 경쟁자가 진입할 수 있는 경합시장으로 바꾸겠다"면서 "실제로 경쟁자가 진입하지 않더라도 잠재적 경쟁자에 대해 인식하게 되면 경쟁의 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배구조법 개정 등을 통해 임원에 대한 성과보수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한편, 5월 발표한 추진 계획에 따라 고정금리 확대와 금리체계 개선 등 세부과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뉴스웨이 정단비 기자
2234jung@newsway.co.kr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han324@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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