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아쿠아슬론' 작년보다 참가자 2배 늘어석촌호수 1.5㎞ 수영 뒤 월드타워 123층 올라"수질개선한 석촌호수, 한강보다 훨씬 깨끗해"
새벽 6시, 하늘이 흐렸고 이슬비가 내렸다. 롯데월드타워 앞 광장에 들어서자마자 걱정은 무색해졌다.
앳된 얼굴의 중학생부터 근육질의 젊은이, 머리 희끗한 60대까지. 수영복 차림 사람들은 저마다 건강미를 뽐냈다. 몸을 풀며 의지를 다지는 그들의 모습에 썰렁한 날씨에도 대회 열기는 후끈했다.
16일 롯데물산이 주최한 '롯데 아쿠아슬론'을 찾았다. 이날 롯데물산에 따르면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이번 대회에는 작년보다 2배 많은 800명이 참가했다.
특히 참가자 모집이 3일 만에 조기 마감되는 등 시작 전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최고령 참가자는 72세, 최연소 참가자는 18세였고 외국인 참가자도 눈에 띄었다.
아쿠아슬론은 철인 3종 경기(수영·사이클·달리기)에서 사이클을 제외한 수영과 달리기를 겨루는 종목이다. 롯데 아쿠아슬론은 석촌호수 동호를 두 바퀴(총 1.5km) 완영 후, 롯데월드타워 1층부터 123층 계단을 올라가는 수직 마라톤으로 구성됐다.
'철인 3종 꿈나무 국가대표 선수단'이 가장 먼저 물에 뛰어들었다. '탕'하는 소리와 함께 한 치 망설임 없이 11명의 중등부 학생들이 일제히 석촌호수에 몸을 던졌다.
완벽한 아치형 다이빙에 응원석에선 환호성이 터졌고 곧 치열한 레이스가 펼쳐졌다.
물살을 헤치고 나가는 얼굴에선 '중학생'이 아닌 '선수'의 모습만 보였다. 운동에 소질 없는 기자는 그 광경에 넋을 잃을 정도였다.
산책하던 시민들은 발걸음을 멈췄고, 선수를 응원하는 사람들로 강변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어 엘리트(직업 선수)와 동호인 부문 입수가 진행됐고, 물에서 빠져나온 이들은 곧바로 롯데월드타워 수직 마라톤 코스로 향했다.
롯데월드타워 계단 곳곳에선 "파이팅, 파이팅. 조금만 더"라며 서로를 격려하는 목소리와 헉헉대는 숨소리가 울려 퍼졌다.
층이 높아질수록 선수들의 숨소리도 한층 거칠었다.
"파이팅이라고 하는데 파이팅 할 수가 없어, 하하."
달아오른 얼굴로 올라오던 한 쌍의 참가자는 기진한 모습에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1층에서 123층까지. 한계에 도전하며 결국 결승점을 통과 해낸 이들은 더없이 밝은 미소를 지었다.
결승점을 가장 이른 시간에 통과한 이는 남성부 권민호 씨(42분 35초)였다. 이어 여자부에선 김혜랑 선수가 49분 27초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롯데 6개 계열사(물산·지주·백화점·칠성음료·케미칼·월드)는 송파구청과 손잡고 지난 2021년부터 석촌호수 수질 개선작업에 힘쓰고 있다. '고분자 전해질'로 기초 수질을 향상하고 '광촉매 물질'로 녹조류 형성을 억제하는 방식이다.
대회를 앞두고 전문기관에 검사를 의뢰한 결과 석촌호수는 수질환경기준 거의 모든 항목에서 1등급 판정을 받았다. 투명도는 최대 2m 이상으로 나타났으며, 현장 당일 물 온도 역시 27.6℃로 수영하기 적합한 환경이었다.
2년 연속 이 대회에 참가한 김지훈(40) 씨는 "석촌호수와 롯데월드타워는 가족들과 자주 오는 곳인데 경기에 참여하니 더욱 뜻깊고 삶의 활력소가 되는 기분"이라면서 "철인 동호회에서 한강에서도 수영을 해본 적 많은데 석촌호수가 한강보다 훨씬 깨끗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화 활동을 열심히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직접 수영해보니 물맛도 좋았다"며 웃음 지었다.
최고령 참가자 곽인수 씨는 "처음에는 긴장을 많이 했는데 만반의 준비를 한 만큼 완주하게 되어 기쁘다"며 "예전 석촌호수에선 수영 생각을 못 했는데 지금 물 상태라면 언제든 수영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근 롯데월드타워는 단순 쇼핑몰이 아닌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대회가 열린 '아레나 광장'은 여름밤 서울 시민의 산책 명소가 됐고 1100평 규모의 잔디광장에선 각종 문화 콘텐츠 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롯데월드몰에는 '노티드 월드'와 '런던 베이글 뮤지엄' 등 '핫'한 브랜드가 속속 입점 중이다.
류제돈 롯데물산 대표이사는 "앞으로도 시민에게 사랑받는 석촌호수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유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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