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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철근 누락 LH, '전관예우'가 문제다?

오피니언 데스크 칼럼 김성배의 터치다운

철근 누락 LH, '전관예우'가 문제다?

등록 2023.08.16 15:35

수정 2023.08.17 08:23

김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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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er
"(공공주택) 설계도 감리도 시공도 모두 빨리빨리, 대충대충 하다 보니 이런 사태가 터진 것이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전관예우 문제 때문이라고들 하는데, 주택공사 전신으로 따지면 역사가 어언 70~80년이 되었는데, LH 전관 출신이 참여하지 않은 설계나 감리회사가 어디 있나. (나아가) 그렇게 따지면 대형 로펌 변호사들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고위직 판·검사 출신인데 전관인 판·검사 출신들이 소송전에서 변론하면 안 되는 거다. 전형적인 전관예우 아닌가. 이 때문에 전관특혜 척결은 법조계부터 해야 한다. 사태를 잘 뜯어보면 설계비도 제대로 안 주고 감리·감독도 제대로 안 하고, 시공도 마찬가지이고, 그런 부실들이 터진 것으로 봐야 한다. 공기도 짧고, 일부 건설사들은 원가 절감한다고 빨리빨리 대충 짓고 하니. 과연 LH 전관의 문제일까. 총체적인 주택건설 시스템적 문제가 터진 것으로 판단된다. "(전 국토교통부 고위 관계자)

최근 철근 누락 아파트 논란이 커지면서 LH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크다. 윤석열 대통령이 LH 공공아파트 단지의 지하 주차장 철근 누락 사태를 '이권 카르텔'로 규정하면서 LH의 고질병이었던 '전관예우' 문제도 다시 수면 위로 떠 오르고 있다. LH 출신끼리 유착하는 '엘피아(LH와 마피아의 합성어)'가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의미다. 삼풍백화점을 비롯해 성수대교 붕괴 등 고질적인 부실 공사 문제를 이렇게 단순하게 LH 전관예우 문제로 치부해버려도 될까.

도마위에 오른 공기업 LH부터 들여다보자. 이번에 부실시공으로 적발된 15개 LH 공공아파트 단지 중 8개 단지의 감리 업체는 LH 퇴직 직원을 '전관예우'로 영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역시 '이권 카르텔'이라는 의심받기 충분하다.

LH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철근 누락이 확인된 15개 아파트 단지를 감리한 업체 10곳은 2019년부터 2022년 사이 LH로부터 '감리 미흡' 등 사유로 벌점을 받았다. 이 가운데 8개 업체에는 LH 퇴직자가 재취업한 회사다.

경실련이 2015~20년까지 LH가 발주한 설계용역 수의계약과 건설사업관리용역 입찰 경쟁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LH 직원을 영입한 업체 47곳이 용역의 55%, 계약금액의 70%가량을 수주했다. 역시 전관 특혜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빗발치는 LH 전관예우 비판 속 혹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건 없는 걸까.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가 2009년 통합해 만들어진 거대 공기업인 LH는 국내 최대 발주처로 LH 전관들이 참여하지 않은 설계나 감리, 구조 기술 업체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전체적인 시장 구조에서 절대적인 포션을 차지하고 있다. LH 일은 전관이 없으면 못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 이 때문에 단순히 LH전관 몇 명이 사고를 친 수준이 아닌 시스템적인 문제가 있을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전관예우 문제라면 무엇보다 LH가 아닌 로펌에 들어가 소송에서 변론하고 있는 일부 고위직 판·검사부터 척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전관예우란 단어 자체가 원래 일본 왕실에서 메이지(明治) 시절부터 쓰던 법률용어로 전직 고관에게 하사하는 특전을 뜻한다고 한다. 법조 카르텔만큼 뿌리가 깊은 그들만의 리그도 없다는 게 정설이다. 막대한 수임료를 챙길 수 있는 전관예우는 기본에 스폰서 관행, 접대 문화 등으로 공생 관계를 유지해온 게 법조 카르텔이다. 부패 사슬로 얽힌 게 드러난 건 빙산의 일각. 그조차 제 식구 감싸기와 봐주기가 만연해 있다. 이렇듯 사회시스템적인 문제로 본다면 LH 전관예우보다 법조계 카르텔부터 척결해야 한다는 의미다.

'혹시나' 하는 가능성 때문에 도덕성과 전문성을 두루 갖춘 전관을 배척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건설업계에선 대개 전관예우 유형을 크게 실무형과 방패형 두 가지로 나누는데, 실무형의 경우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오래 근무했던 임직원들로 오랜 경험과 노하우, 지식, 제도를 민간에 전파하는 측면이 있는 만큼 무작정 색안경만 끼고만 쳐다볼 필요가 없다는 시각도 적잖이 존재한다. 오히려 고질적인 부실시공 문제가 곪아 터진 지금부터라도 공공주택 설계부터 시공, 감리까지 모든 건설과정에 여전히 빨리빨리, 대충대충 문화가 부실시공의 근본 원인이 되고 있지 않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최적의 해결책을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한 퇴임 관료의 말처럼 구더기(전관 특혜) 무서워서 장 담기를 포기할 게 아니라, 구더기만 골라낼 수 있는 시스템을 국토교통부와 정부가 함께 고민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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