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홈쇼핑 2대 주주 태광 "사옥 매입 반대"롯데-태광, 사돈간에도 이해관계 얽혀 갈등
태광산업은 롯데홈쇼핑의 2대 주주이자, 이호진 전 태광산업 회장은 롯데그룹 창업주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동생인 신선호 일본 산사스 회장의 사위로 두 기업은 사돈 관계다. 그럼에도 태광산업이 롯데홈쇼핑의 계획에 강력히 반기를 들고 나서며 그 배경에 업계 관심이 쏠린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홈쇼핑은 지난달 27일 이사회를 열고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본사 건물과 토지를 2039억원에 매입하기로 했다. 이 부동산은 롯데지주와 롯데웰푸드가 각각 64.6%, 35.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그간 이 건물을 임차해 사옥으로 사용해왔다. 업무 편의성과 효율성 저하로 자체 사옥 확보 방안을 검토해왔고, 이번 사옥 매입을 결정했다는게 롯데홈쇼핑 측의 설명이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2017년부터 자체 사옥 확보 방안을 검토해왔으며, 직원 복지 증진 및 미래가치 상승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롯데홈쇼핑 2대 주주인 태광산업도 당시 이사회에 참석해 매입 계획에 찬성표를 던졌던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사옥 매입이 부적절하다며 이사회 재개최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매각 금액이 너무 높다며 부동산 감정평가부터 원점에서 다시 해야한다는 게 태광산업 측 입장이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과도하게 비싼 금액으로 사옥을 매입할 경우 '배임' 행위에 해당될 수 있어 이사회 재개최를 요구하고 매입 계획 중단을 요청했으나 롯데홈쇼핑은 기존 방침을 철회하지 않았다"며 "이사회 결의가 절차상 위법하고 잘못된 감정평가 결과를 토대로 이뤄진 만큼 회사 및 주주 모두를 위해 롯데홈쇼핑이 기존 입장을 재고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더욱이 태광산업 측은 롯데홈쇼핑이 부진한 실적을 거뒀음에도 무리하게 사옥을 매입한다고 꼬집었다. 롯데홈쇼핑의 필요성 보다는 롯데그룹의 현금 확보 목적이 더 큰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롯데홈쇼핑의 부동산 매입 강행 방침은 최근 롯데그룹 경영 위기 상황이 작용한 것"이라며 "지난해 11월에도 롯데그룹은 위기에 직면한 롯데건설을 지원하기 위해 롯데홈쇼핑의 유보금을 활용, 5000억원의 자금 지원을 검토했다. 다만 기업 가치 훼손을 우려한 태광산업 측 반대로 1000억원만 대여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거듭된 이사회 재개최 및 매입 계획 중단 요청에도 롯데홈쇼핑의 입장 또한 변화가 없자 태광산업은 지난주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이사회 결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이르면 이번주 내 나올 전망이다.
롯데홈쇼핑은 태광산업 측 인사들이 모두 이사회에 참석한 가운데 가결된 사안인데도 불구하고 뒤늦게 반대하는 이유를 알지 못하겠단 입장이다. 롯데홈쇼핑 측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된 결과를 갑자기 번복하는 배경이 무엇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더욱이 두 회사는 '사돈지간'이다. 그럼에도 태광산업이 강력히 반기를 들고 나선 것을 두고 재계 일각에선 이호진 태광그룹 총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경영 복귀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는 이 회장이 그룹을 재정비하는 과정에서 뒤늦게 롯데홈쇼핑의 사옥 매입 계획을 알고 반대 지시를 내린 것이란 추측이다.
태광산업이 사옥 매입 과정에서 어떠한 이득을 챙길 수 없어 반대하고 나섰단 해석도 나온다. 태광산업은 롯데홈쇼핑 지분 44.98%를 보유해 롯데홈쇼핑이 이익을 내야 배당금 등을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다. 통상 기업은 재무상황이 좋지 못하면 보유 사옥을 팔고 임차 형식으로 자금을 확보하는데, 최근 실적이 부진한 롯데홈쇼핑이 사옥을 매입할 경우 향후 재무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 때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애초에 롯데와 태광산업은 2006년 매물로 나온 경방 '우리홈쇼핑'(롯데홈쇼핑 전신) 경영권 인수 과정에서 법적 마찰을 겪은 바 있어 그간 긴장감이 흘러온 게 사실"이라며 "사돈지간이 무색하게 롯데홈쇼핑을 두고 두 그룹이 이해관계로 맞물려 있어 이 같은 갈등이 생기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꼬집었다.
뉴스웨이 신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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