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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산 넘고 물 건너' 확인한 지프 랭글러의 진가···"오버랜딩엔 만점"

산업 자동차 야! 타 볼래

'산 넘고 물 건너' 확인한 지프 랭글러의 진가···"오버랜딩엔 만점"

등록 2023.08.31 15:10

수정 2023.08.31 15:12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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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어 슬립無"···물 불어난 경반계곡서 도강능력 증명 무늬만 SUV와 다른 정통 오프로더···오버랜딩 캠핑에 '딱'장단점 뚜렷···빈약한 편의사양, 온로드 주행성능 아쉬워

지프 랭글러가 가평 경반분교로 가는 임도를 주행하고 있다. 사진=박경보 기자지프 랭글러가 가평 경반분교로 가는 임도를 주행하고 있다. 사진=박경보 기자

코로나19 확산 이후 우리의 삶과 일상은 크게 달라졌습니다.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국내 캠핑산업은 매우 가파르게 성장해왔는데요.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는 인구가 늘자 자동차 시장의 중심축도 세단에서 SUV로 이동했습니다. 넉넉한 적재공간과 험로주행 능력을 갖춘 SUV는 일반적인 출퇴근은 물론이고 다양한 레저 활동에서 유용하게 쓰이고 있죠.

다만 국내 판매되는 SUV들은 대부분 '무늬만 SUV'에 가깝습니다. 대체로 도심 속 온로드 주행에 적합하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에 안락하고 편안한 주행이 가능한데요. 다만 임도(林道)나 모래사장에선 사실상 세단이나 다름없습니다. 최저지상고가 높지 않은데다 AWD(상시 사륜구동) 시스템도 험로주파보다 온로드 주행안정성 향상을 위해 적용됐기 때문입니다. 세단과 똑같은 빈약한 휠하우스 탓에 오프로드 주행에 적합한 큰 타이어를 넣기도 어렵습니다.

그런 점에서 지프 랭글러는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파워풀한 동력성능과 각지고 강인한 외관 디자인, 큼지막한 타이어와 휠하우스. 바디온 프레임 기반의 4WD(파트타임 사륜구동) 시스템까지. 곱상하게 생겨 도심에서만 달릴 수 있는 SUV들과 확연히 구별되는 정통 SUV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시승한 랭글러는 루비콘 4도어 파워탑 모델인데요. 시승차를 받자마자 곧장 오프로더들의 성지인 가평 경반분교로 향했습니다. 이곳으로 올라가는 임도는 일반 2륜 SUV로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험한 편입니다. 자갈과 모래만 깔려있다면 세단도 가능하겠지만 계곡물을 5번 가량 넘어야 하거든요.

지프 랭글러가 가평 경반분교로 가는 임도를 주행하고 있다. 사진=박경보 기자지프 랭글러가 가평 경반분교로 가는 임도를 주행하고 있다. 사진=박경보 기자

경반분교 운동장은 백패커들의 성지이기도 한데요. 진입할 수 있는 차량이 제한적이라 가벼운 짐 가방만 메고 걸어 올라오는 분들이 많습니다. 지프 랭글러, 랜드로버 디펜더, KG모빌리티 렉스턴, 기아 모하비 등 진짜 '오프로더'들에겐 놀이터와 같은 곳이죠.

특히 시승 전날과 당일 비가 많이 내렸기 때문에 시승이 더욱 기대됐습니다. 경반분교 임도의 계곡들은 평소엔 그리 깊지 않지만 비가 오면 성인의 무릎 또는 허벅지까지 물이 불어나거든요. 수심 762mm의 물길을 헤쳐 나갈 수 있는 랭글러의 도강능력을 시험하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입니다.

경반분교로 향하는 입구. 본격적인 오프로드 주행에 앞서 할 일은 구동모드를 2륜에서 4륜으로 바꾸는 건데요. 계곡을 건너다 자칫 고립되는 건 아닌지 내심 걱정도 됐습니다. 평소라면 일반 2륜으로도 도전해보겠지만 많이 불어난 계곡물을 보니 자연스럽게 4륜 로우에 손이 가더라고요.

첫 번째 계곡을 지나자마자 든 생각은 "역시 랭글러네"였습니다. 무릎 위까지 차오른 물을 건너면서 단 한 번의 미끄러짐도 없었거든요. 이어진 수차례의 도강에서도 랭글러다운 듬직함이 느껴졌습니다. 높은 수위의 계곡물을 안정적으로 건널 수 있는 차종은 그리 많지 않죠. 평범한 도심형 SUV를 타고 물이 불어난 경반계곡에 왔다면 분명 흡기에 물이 차서 시동이 꺼졌을 겁니다.

지프 랭글러가 가평 경반분교로 가는 임도를 주행하고 있다. 사진=박경보 기자지프 랭글러가 가평 경반분교로 가는 임도를 주행하고 있다. 사진=박경보 기자

저는 랭글러를 타고 왕복 4.6km에 달하는 임도를 주행했는데요. BF 굿리치의 MT(머드 터레인) 타이어와 랭글러가 합작한 오프로드 주행능력은 만점을 주고 싶었습니다. 마치 온로드를 주행하듯 바퀴가 헛도는 일이 전혀 없었으니까요. 워낙 최저지상고가 높다보니 하체가 지면에 긁히는 현상도 없었습니다. 오프로드에서의 랭글러는 그야말로 물 만난 고기와 같았죠.

튜닝된 렉스턴 스포츠를 이용해 오버랜딩 캠핑을 즐기는 저로선 특히나 랭글러의 오프로드 주행능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렉스턴 스포츠의 경우 스프링을 2.5인치 가량 키우는 '인치업' 튜팅이 일반적인데요. 윈치가 반드시 필요한 고난이도의 오프로드가 아니라면 랭글러는 순정상태로도 어디든 주파할 수 있을 듯합니다.

특히 랭글러는 저와 같은 오버랜딩 캠퍼들에게 완벽한 선택지로 느껴졌습니다. 전국 각지의 아름다운 노지에서 나만의 사이트를 만들어 조용한 캠핑을 즐기는 것. 캠퍼라면 생각만 해도 즐겁고 행복한 일이죠. 랭글러는 박스형 디자인 덕분에 캠핑 짐도 넉넉히 실을 수 있는데요. 랭글러의 기본 트렁크 용량은 897ℓ, 2열공간까지 모두 사용하면 2050ℓ에 달합니다.

지프 랭글러가 가평 경반분교로 가는 임도를 주행하고 있다. 사진=박경보 기자지프 랭글러가 가평 경반분교로 가는 임도를 주행하고 있다. 사진=박경보 기자

오프로드 주행에서 한 가지 더 인상적이었던 건 출력입니다. 2.0ℓ 가솔린 터보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품은 랭글러는 최고출력 272마력, 최대토크 40.8kg‧m의 힘을 발휘합니다. 공차중량은 2톤이 넘어가지만 넉넉한 힘 덕분에 가파른 경사각과 험로에서도 무난한 주행이 가능했습니다.

또 한 가지. 지붕이 활짝 열리는 파워탑도 랭글러가 가진 독특한 매력입니다. 시승차인 파워탑 모델은 지붕이 소프트한 패브릭 재질로 덮여있는데요. 한적한 임도에서 모두 개방하면 자연 속 '오픈 에어링'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시승한 날 비가 계속 내려 지붕을 열고 다닐 순 없었지만, 파노라마 선루프나 컨버터블카와는 전혀 다른 개방감을 줬습니다.

랭글러가 워낙 제 취향과 맞아떨어지는 차라 칭찬이 길었는데요. 오프로드와 달리 온로드 주행에선 많이 아쉬웠던 게 사실입니다. 껑충한 키 탓에 롤링과 피칭이 두드러지고, 파워탑 모델이라 실내에서 들리는 소음이 더욱 컸습니다. 터널에선 창문이 열린 게 아닌지 자꾸 확인할 정도입니다.

지프 랭글러의 파워탑을 개방한 모습. 사진=박경보 기자지프 랭글러의 파워탑을 개방한 모습. 사진=박경보 기자

랭글러는 바디온 프레임 특성상 승차감도 불편하고 인테리어 디자인도 여전히 투박합니다. 한국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첨단 편의사양도 랭글러에선 찾아보기 힘들죠. 굳이 편의사양을 언급하자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충돌경고 시스템, LED 헤드램프, 안드로이드 오토 정도입니다. 흔하디 흔한 엠비언트와 전동‧통풍시트는 물론이고 운전석 풋레스트도 랭글러엔 없습니다.

◇ 총평
지프 랭글러는 국내 판매되는 모든 차량 가운데 가장 장단점이 뚜렷한 차라고 생각합니다. 온로드에선 매우 불편하지만 오프로드에서만큼은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으니까요. 디자인도 꽤나 투박하지만 랭글러 특유의 아이코닉함을 선호하는 마니아층도 견고하게 형성돼 있죠. 8000만원이 넘어가는 포드 브롱코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루비콘 4도어 하드탑 기준 7390만원)도 장점입니다.

정통 SUV의 대명사인 랭글러가 주는 가치는 명확합니다. 남들과 구별되는 나만의 개성을 추구한다면, 번잡한 캠핑장보다 오버랜딩을 좋아하는 캠퍼라면 랭글러를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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