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조 시장 '동반진단', 항암제 개발시 활용 '바이오마커' 확인해 신약개발 리스크 ↓HLB파나진·젠큐릭스 등 글로벌 시장 '노크'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CDx는 치료제를 사용하기 전 환자의 유전자, 단백질 등을 분석해 특정 생체표지자(바이오마커) 보유 여부를 진단하는 기술이다. 특정 약물이 환자에게 효과가 있을지 미리 알아보고 효능 및 안전성이 입증된 환자군을 선별하는데 도움을 준다.
CDx 사용이 가장 활발한 분야는 암이다. 정상 세포들은 공격하지 않고 암세포만 골라 죽이는 표적항암제가 등장하면서 '바이오마커'를 활용한 유전자 분석기술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표적항암제는 질병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 발현 단백질의 활성을 특이적으로 억제하는데, 환자마다 유전적 상황이나 암의 변이상태가 다른 만큼 바이오마커를 정밀하게 측정해 최적의 항암요법을 적용하는 것이 치료에 있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신약개발에서의 CDx 활용은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는 환자군의 범위 선정을 용이하게 해 개발 리스크나 임상 비용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미국바이오협회(BIO)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신약 후보물질이 품목허가 승인을 받을 확률은 7.9%였는데, 바이오마커를 통해 임상시험을 한 경우에는 확률이 15.9%로 뛰어 성공률이 약 2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표적치료제와 CDx기기가 같이 개발되고 함께 허가 받는 것이 보편화되는 추세다.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는 식품의약국(FDA)이 지난 2014년부터 CDx기기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제품 특성에 맞는 허가·심사를 해왔으며, 항암제 개발 시 동반진단 사용을 의무화했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지난 2015년 '체외동반진단기기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CDx 시장은 항암제 시장과 함께 빠르게 성장 중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테크내비오는 전 세계 CDx 시장이 연평균 26.49% 성장해 2019년 25억6420만 달러(약 3조4400억원)에서 내년 83억410만달러(약 11조1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성장세에 국내에서도 CDx 시장에 뛰어들거나 신약개발에 이를 활용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HLB를 주축으로 한 HLB 컨소시엄은 최근 국내 암 진단 전문기업 파나진을 인수하고 글로벌 진단시장 공략에 나섰다. 파나진은 HLB그룹에 합류된 이후 'HLB파나진'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HLB파나진은 지난 6월 1차 치료제로 국내 허가를 받은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레이저티닙)의 '오리지널 CDx기기'를 최초로 허가받은 곳이다. 앞서 회사는 작년 9월 유한양행과 파트너십을 통해 폐암 진단제품 '파나뮤타이퍼 R EGFR'를 공동개발했다.
렉라자가 1차 치료제로 허가를 받으면서 해당 제품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렉라자를 처방하기 위해서는 CDx를 통해 치료제가 타깃하는 표적 유전자 변이를 판별해내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HLB는 파나진 인수 후 글로벌 CDx 시장 진출에 힘쓸 예정이다. 현재 렉라자 또한 미국 허가를 위한 글로벌 임상을 진행 중이다. 지난달에는 미국 정부 주도의 '캔서엑스'에 합류하며 암 정복 프로젝트의 일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폐암 CDx기기를 허가 받은 바 있는 젠큐릭스는 제품 및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회사는 지난 6월 식약처로부터 액체생검 폐암 CDx기기 '드롭플렉스 EGFR 뮤테이션 테스트 V2'의 품목허가를 받은 이후 아랍에미레이트(UAE), 콜롬비아, 태국 등에서 연이어 허가를 받았다.
이 제품은 기존 V1 제품에서 추가로 성능을 개선해 정확도를 높였고, 신약 출시로 주목받고 있는 '엑손20삽입(Exon 20 Insertions)' 변이까지 정확히 검출해 낼 수 있다.
'EGFR 뮤테이션 테스트 V1'은 지난 2021년부터 신촌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등 메이저 종합병원들을 대상으로 공급되고 있다.
디엑스앤브이엑스(DXVX)는 차세대 염기서열분석(NGS), 형광제자리부합법(FISH), 중합효소연쇄반응(PCR) 등 CDx 분석기법을 아우르는 통합형 서비스를 출시하고 해당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현재 항암신약 등을 개발하는 제약바이오기업들로부터 개발 의뢰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디엑스앤브이엑스는 40만건 이상의 임상 유전체 분석 데이터를 활용한 인공지능(AI) 기반 디지털 DB 시스템과 PCR 및 면역진단 키트의 개발·제작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동반진단시 필요한 세포조직이나 혈액 샘플 등 고객사의 요구를 반영한 맞춤형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의료 AI기업 루닛은 미국 가던트헬스의 다양한 액체생검 및 조직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국내에 유통하기 위한 계약을 이달 체결했다. 우선 공급하는 '가던트360'은 FDA로부터 모든 고형암에 대한 포괄적 유전체 검사로 허가 받은 서비스다. 특히 비소세포폐암 치료에 사용되는 타그리소, 리브레반트, 엔허투, 루마크라스 및 유방암에서 ESR1 변이를 적응증으로 하는 오르세르두 등의 항암요법에 대한 동반진단으로 지정돼 있다.
동아에스티는 신약개발을 위해 지난 달 씨비에스바이오사이언스와 공동연구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씨비에스바이오사이언스의 CDx 기술을 활용해 삼중음성유방암 등 난치성 암종에 대한 항암제 및 각종 질환 치료제 개발과 바이오마커 발굴 등에 협력키로 했다.
씨비에스바이오사이언스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반의 정밀의학 전문 기업이다. 특정 항암제에 반응하는 환자군을 선별할 수 있는 CDx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자체 개발한 인공신경망 데이터분석 플랫폼을 활용해 간암, 삼중음성유방암, 직장암에서 바이오마커를 발굴하고 있다.
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suin@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