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DX, 대우조선 인수 전략적 가치 증명육·해·공 방산 밸류체인 구축···시너지 확대'HD현대=수상함' 균열···해양방산 경쟁 심화
한화오션이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에서 사실상 승기를 잡으며 국내 해양 방산 시장의 판도 변화가 감지된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주도한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인수가 3년 만에 결실을 맺으면서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다는 평가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 제안서 평가에서 HD현대중공업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유력한 위치에 올랐다. 방위사업청은 이르면 다음 달 내 우선협상대상자를 최종 확정하고, 계약 체결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KDDX는 2030년까지 총 7조8000억원을 투입해 6000t급 차세대 구축함 6척을 국내 기술로 건조하는 사업이다. 국내 함정사업 가운데 상징성이 큰 사업 중 하나로 꼽힌다.
'무리한 인수' 평가받던 대우조선···KDDX로 결실
KDDX 사업은 단순 구축함 수주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한화그룹이 2023년 대우조선해양 인수 후 추진해 온 국내 해양 방산 사업에서 대형 성과를 거둔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은 한화그룹이 인수를 결정한 2022년 말, 당해 연간 1조원 이상의 적자를 내며 부도 위기에 직면하고 있었다. 자본으로 간주되는 채권을 제외하면 사실상 '완전 자본 잠식' 상태였다. 당시 업계에서는 한화그룹이 '독이 든 성배'를 들었다는 우려가 지배적이었다.
그럼에도 한화그룹은 국내 조선 산업 경쟁력 유지와 해양 방산 사업 확대를 이유로 인수를 추진했다. 앞서 2008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대우조선해양의 인수를 주도하다 한 차례 무산된 바 있으나, 김동관 부회장이 뒤이어 인수 과정을 주도해 냈다.
한화그룹은 2023년 5월 '한화오션'으로 사명을 바꾼 뒤 경영 정상화 작업에 돌입했다. 특히 재정 악화로 지연됐던 노후화 설비 교체와 자동화 및 안전 장비 투자 등을 확대하고, 생산 인프라 전반에 대한 구조적 투자를 통해 조선소 체질을 개선하기 시작했다.
이후 한화그룹은 한화오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을 중심으로 육·해·공 통합 방산 체계 구축에 집중해왔다. 함정 플랫폼은 한화오션이, 전투체계와 레이다 등 핵심 전자장비는 한화시스템이, 유도무기와 지상방산, 각종 무장체계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담당하는 구조다. 그룹 차원의 방산 시너지를 통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특히 김 부회장이 2024년 말 미국 필리조선소 인수까지 주도하면서 한화오션은 국내 기업 최초로 미국 조선소를 확보했다. 현재 미국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을 수주하며 글로벌 진출 기반을 마련하고, 잠수함 수출 사업과 해외 함정 시장에도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KDDX 결과가 단순 수주 성과를 넘어 대우조선해양 인수의 전략적 의미를 입증한 상징적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국내 해양 방산 시장에서 '수상함은 HD현대, 잠수함은 한화'로 대표되던 구도가 변화할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HD현대 독주체제 균열···한화, KDDX 품고 질주
이번 KDDX 결과가 주목받는 또 다른 배경은 국내 함정사업의 경쟁 구도 변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 수상함 시장은 HD현대중공업이 사실상 주도해왔지만, 한화오션이 KDDX 선도함 사업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판도 변화가 감지된다.
통상 함정건조 사업은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 및 초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된다. 실제 방사청의 방위력개선사업 관리규정에 따르면 함정 사업은 장기간 소요되고 설계와 건조가 복합적으로 이뤄지는 특수성을 인정함에 따라,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상세설계 및 초도함 건조를 수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업자 선정이 기술 역량보다 '공정 경쟁'을 우위에 둔 결과로 보고 있다. 방사청 개청 이래 이 같은 원칙이 뒤집힌 사실상 최초의 사례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동안 함정사업의 특수성에 따라 기본설계 수행 업체가 후속 사업을 맡는 것이 관행이었다.
실제 HD현대중공업은 KDDX 기본설계 업체라는 점에서 기술 연속성과 사업 안정성 측면에서 강점이 있었다. 반면 한화오션은 공정 경쟁 원칙과 보안 리스크를 강조하며 맞섰다. 그러나 HD현대중공업이 기술능력평가에서 앞섰음에도 과거 군사기밀 유출 사건에 따른 보안 감점이 더 큰 실점으로 반영되며 최종 순위가 뒤집힌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한화오션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한 발 앞서면서 함정사업에서도 기존 관행보다 경쟁입찰 원칙과 보안 신뢰성이 더 큰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이번 결과를 토대로 HD현대중공업 중심의 수상함 시장 구조에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는 분위기도 읽힌다. KDDX는 총 6척 규모의 사업으로, 선도함 건조 이후 후속함 사업과 연계될 가능성이 높고 향후 성능개량과 MRO 사업까지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선도함 사업을 수행한 업체는 향후 후속 사업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해외 시장 진출 측면에서도 강력한 이력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글로벌 함정 시장에서는 단순 건조 능력보다 체계통합 역량과 운영 실적을 핵심 요인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KDDX 사업을 수행할 경우 차세대 국산 구축함 설계·건조 경험을 확보하게 되고, 이를 토대로 해외 함정 수출 사업에서도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KDDX 결과가 국내 해양 방산 시장의 경쟁 구도를 바꾸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향후 차세대 호위함과 수출형 전투함 사업 수주 경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잠수함 강자로 평가받던 한화오션과 수상함 강자인 HD현대중공업 간 주도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KDDX 사업 수주 자체보다도 향후 국내 함정사업과 해외 수출 시장의 경쟁 구도를 결정할 상징성이 더 클 수 있다"며 "이번 수주로 한화의 존재감이 커진 만큼 HD현대와의 해양 방산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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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제영 기자
zero1013@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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