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직급 폐지·상무보 신설, 전체 직급 단계 수 그대로94년생 오너 3세, 입사 4년 만 고속 승진···40대 이사진 구성삼양라운드스퀘어 지분 24.2%로 2대 주주 올라···지배력 강화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양라운드스퀘어는 지난달 직급 개편 및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삼양라운드스퀘어는 지난 9월 비전 선포식 이후 새로운 비전의 조속한 실행과 현실화를 위해 예년보다 한 달 빠른 인사를 실시했다. 지속성장을 위해 전문성을 강화하고 해외 사업과 혁신 가속화 추진하는 차원에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직급 개편은 임원 체계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기존 임원 직급인 이사·상무·전무 등 단계에서 이사 직급을 폐지하고, 대신 비임원 직급인 상무보를 신설했다. 통상 임원 직급이 통합·축소되면 책임 강화 등 차원에서 기존 임원의 현 직급이 한 단계씩 격상되는데, 이사 직급이던 전 본부장은 이번 개편 이후 자연스럽게 상무로 승진했다.
삼양라운드스퀘어는 전 상무의 승진에 대해 그룹의 혁신 경영을 주도하고 성과를 이뤄낸 공을 인정받은 결과라고 밝혔다. 기업 철학과 비전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라면 태스크포스팀(TFT)을 신설해 국물라면 브랜드 '맵탱'을 출시하는 등 성과를 이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전 상무는 비전 선포식에서 공식 석상에 처음 나타나 존재감을 드러낸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선 이번 임원 간소화가 오너 3세의 고속 승진에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한 밑작업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사 직급을 폐지해 임원의 결재 단계를 줄인 건 사실이지만, 상무보 직급이 신설된 만큼 전체 직급의 단계 수는 그대로다. 오히려 일반 사원의 임원 승진 기회가 축소됐고, 임원 승진이 어려워진 만큼 기존 임원의 권한이 더욱 강력해지는 모양새다.
특히 전 상무는 이번 인사를 통해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총괄과 삼양식품 신사업본부장을 겸직하게 됐다. 지난 2021년 설립된 삼양애니에 이듬해 6월 대표이사로 선임된 데 이어 그룹의 미래를 위한 '신사업 발굴'이라는 중책을 맡게 된 셈이다. 삼양그룹의 승계 작업이 본격화하면서 오너 3세가 경영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를 위해 삼양식품의 임원진도 젊어졌다. 임원 인사에 앞서 삼양식품은 지난달 사내이사로 1970년대생 김명진 마케팅·신성장본부장과 장석훈 경영지원본부장을 신규 선임했는데, 이로 인해 사내이사 4명 중 2명이 40대로 교체됐다. 조직 혁신 차원의 세대교체이지만, 94년생 오너 3세와의 호흡을 고려해 젊은 이사진으로 재구성한 모습으로도 풀이된다.
삼양그룹의 숨 가쁜 승계 작업에 20대 젊은 오너인 전병우 상무의 어깨는 날로 무거워지고 있다. 올해 9월 15일은 삼양라면의 60주년이자 전병우 상무가 만 29세가 된 날이다. 전 상무는 지난 2019년 6월 삼양식품 해외사업본부 부장으로 입사하고 이듬해 경영관리부문장 이사로 임원 승진, 입사 4년 만인 올해 3가지 중책을 겸직한 상무로 고속 승진했다.
전 상무가 초고속 승진으로 그룹 내 입지를 구축해온 만큼 전인장 전 삼양식품 회장의 경영 공백을 메울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전 전 회장은 지난 2019년 50억원 횡령 혐의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바 있다. 앞서 언급했듯 전 상무는 전 전 회장이 구속된 그 해 만 25세이라는 이른 나이로 삼양식품에 입사했다.
전병우 상무 중심의 지배구조 개편도 진행 중이다. 삼양식품의 최대 주주는 지분 34.92%를 보유한 삼양라운드스퀘어(전 삼양내츄럴스)다. 삼양라운드스퀘어의 지분이 높아지면 삼양식품까지 지배할 수 있는 구조다. 삼양라운드스퀘어는 지난해 5월 전 상무가 지분 100%를 보유한 개인회사 아이스엑스를 흡수합병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병우 상무는 삼양라운드스퀘어의 2대 주주로 지분 24.2%를 보유하고 있다. 전 상무가 아이스엑스 합병을 통해 삼양라운드스퀘어 주주로 이름을 올리면서 지배력을 강화한 반면 최대 주주인 김정수 삼양식품 총괄사장(전인장 전 회장 부인)과 전인장 전 회장의 지분은 2021년 각각 42.2%, 21%에서 작년 32%, 15.9%로 감소했다.
전 상무의 사업 방향성은 우선 해외 시장을 향하고 있다. 최근 삼양애니는 삼양애니에 방송PD 출신 김학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를 영입하고 콘텐츠 사업에 힘주고 있다. 이는 전 상무가 내세운 '이터테인먼트(EATertainment)' 전략의 일종으로, K-푸드 콘텐츠 시장에 진출해 해외 소비자를 포섭하기 위한 작업이다. 불닭볶음면이 SNS 등에서 '챌린지'로 인기를 얻은 만큼 이 같은 소통 콘텐츠 생산에 방점을 둔 모습이다.
삼양식품의 해외 실적은 순항 중이다. 삼양식품은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3352억원을 기록했는데, 이중에서 해외 매출은 2398억원으로 전체에서 71.5%를 차지하고 있다. 3분기 누적 실적은 지난해 연간 수출 실적(6057억원)에 근접한 5876억원을 달성했다.
뉴스웨이 김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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