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배임 혐의로 자리비워···총수 공백 노리는 장남2020년부터 시작된 '형제의 난'···지분격차 2배 이상 "기업지배구조 개선 요구 수용 못해 공개매수" 명분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옛 한국타이어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인 조현식 고문과 차녀 조희원 씨가 국내 최대 사모투자펀드(PEF)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한국앤컴퍼니 지분을 공개매수 한다. 한국앤컴퍼니는 한국타이어앤앤테크놀로지의 사업형 지주회사로서, 지분 30.67%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장남과 차녀가 보유한 지분은 각각 18.93%와 10.61%다. 이번 공개 매수에 성공해 최소 20.35%에서 최대 27.32%의 지분을 확보하면 두 사람의 보유 주식 비율은 최소 49.89%, 최대 56.86%로, 최대주주인 조 회장의 지분(42.03%)을 뛰어넘는다.
2020년 발발한 '형제의 난'···사실상 조현범 회장의 '승리'
국내 1위 타이어 제조회사인 한국타이어는 승계를 둘러싸고 해묵은 가족 간 갈등의 골이 깊다.
시작은 지난 2020년 6월 조양래 명예회장이 3세 중 막내인 조현범 회장에게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한국앤컴퍼니 지분 전부(23.59%)를 양도하면서 불거졌다. 장남 조현식 고문과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급기야 두 사람은 아버지 조 명예회장의 결정이 온전한 정신 상태에서 이뤄진 것인지 판단해달라며 성년후견 심판을 청구해 남매간 갈등은 법정 소송으로까지 번졌다.
하지만 형·누나의 거센 공세에도 조 회장이 2021년 12월 한국앤컴퍼니 회장으로 선임되며 경영권 분쟁은 사실상 종식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결국 그 해 조 고문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후 성년후견 개시 심판까지 기각됐고, 조 이사장 측은 항고하며 가족 간 불화는 여전히 봉합되지 않은 상태지만, 사실상 조 회장의 승리로 굳어졌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사법리스크로 되살아난 분쟁의 '불씨'···"명분 찾았다"
표면적으로 '형제의 난'이 종식된 지난 2년 동안 조현범 회장은 과거 경영권을 두고 대립했던 형·누나와 지분 격차를 2배 이상 넘게 벌리면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
하지만 올해 3월 조 회장이 200억원대 회령·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된 것을 기점으로 다시 경영권 분쟁의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 재판에서 유죄 판결이 나올 경우 집행 종료 후에도 취업이 제한되는 등 오너 리스크가 장기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조 회장의 사법리스크는 승산이 없었던 장남에게 '총수 공백'이라는 반격의 빌미를 주게 됐다. 국민연금만 해도 최근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일반 투자'로 변경하면서 사법리스크 견제에 나선 상태다.
실제로 이번 공개매수를 위한 투자 목적 특수법인(SPC) 벤튜라는 "최대주주의 횡령, 배임 이슈로 사법 리스크가 불거진 가운데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일반주주들의 요구를 이사회에서 원활히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공개매수 목적을 밝혔다.
분쟁이 일단락된 이후 경영 최일선에 선 조 회장은 미래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화하는 과정에서 탄탄한 사업 기반을 구축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올해에만 노조리스크와 대전공장 화재 등 잇단 악재에 따른 내홍을 수습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사법리스크까지 조 회장 스스로 위기를 자초하며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대전공장은 화재 직후 조 회장이 구속기소되면서 전소된 공장을 철거한 상태에 머물러있고, 신성장동력확보를 위한 투자는 모두 '올스톱' 됐다.
당장 불확실한 경영 상황에 대응하기보다는 강력한 리더십 부재로 인한 당장 사업 차질을 우려해야 처지다. 그만큼 '경영 정상화'라는 조현식 고문의 명분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있다.
현재 조 회장은 지난달 말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사법리스크가 해소된 것은 아닌 만큼 완전한 경영 복귀는 어려운 만큼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자택에 칩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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