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식 고문, 사모펀드 손잡고 주식 공개매수 추진경영권 분쟁 2년 만에 재점화···5000억원대 자금 필요유통물량 전량 사들여야···낮은 가격·짧은 기간도 변수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벤튜라는 한국앤컴퍼니의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오는 24일까지 주식 공개매수를 진행한다. 벤튜라는 이번 공개매수를 통해 최대 27.32%를 취득한다는 계획이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2호 스페셜시튜에이션펀드는 벤튜라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조현식 고문은 MBK파트너스와 함께 그룹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의 지분을 공개 매수해 경영권을 되찾겠다는 계획이다. 조현범 회장은 지난 2021년 연말 인사에서 그룹 회장직에 오르며 '형제의 난'을 일단락시켰지만 2년 만에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된 모양새다.
벤튜라는 이번 공개매수를 통해 한국앤컴퍼니의 지분 20.35~27.32%를 추가 취득한다는 방침이다. 매수 가격은 1주당 2만원으로, 공개매수 공고 전날인 4일 1만6820원(종가) 대비 19% 높다. 목표 물량을 모두 매수할 경우 필요한 자금은 약 5187억원에 달한다.
현재 한국앤컴퍼니의 최대주주는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 명예회장의 차남인 조현범 회장으로, 42.03%의 지분을 쥐고 안정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경영권 확보에 나선 장남 조현식 고문은 2대주주이지만 지분율(18.93%)은 조 회장보다 20%p 이상 낮다. 조 고문과 함께 공개매수에 참여하는 차녀 조희원씨의 지분(10.61%)을 합쳐도 29.54%에 그친다.
하지만 조현식 고문과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한국앤컴퍼니의 최대주주가 변경된다. 조 고문과 조희원씨의 지분을 합친 29.54%에 공개매수 취득분 27.32%를 더한 지분율 은 56.86%에 달한다.
MBK파트너스가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에 뛰어든 명분은 '주주가치 제고'다. 국내 타이어업계 1위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최대주주인 한국앤컴퍼니의 경영권을 확보한 뒤 지배구조 개선, 경영 혁신, 재무구조 효율화를 추진해 기업가치를 극대화하겠다는 복안이다.
MBK파트너스 측은 공개매수 설명서를 통해 "최대주주(조현범 회장)의 횡령, 배임 이슈로 사법 리스크가 불거졌고, 일반주주들의 기업지배구조 개선 요구를 이사회에서 원활히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최대주주 및 특별관계자 간의 분쟁도 이어지는 등 회사의 안정적 운영과 중장기 성장 전략 시행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MBK파트너스 측은 이번 공개매수를 통해 소액주주들에게 시가 대비 프리미엄이 반영된 가격으로 투자 회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앤컴퍼니의 소액주식 수는 2255만1169주(9월 30일 기준)로, 전체 물량의 23.75% 수준이다. 최대 공개매수 취득분이 27.32%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시중에 유통되는 물량 전체를 사들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다만 이번 주식 공개매수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선 시장의 의견이 엇갈린다. 공개매수 기간이 다소 짧고, 주가는 이미 공개매수 가격인 2만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사실상 프리미엄이 반영되지 않은 가격에 소액주주들이 주식을 넘길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앤컴퍼니는 이날 경영권 분쟁 소식이 호재로 작용하면서 장 초반부터 상한가를 유지하고 있다.
이날 상한가에 거래를 마칠 경우 한국앤컴퍼니의 가격은 공개매수 가격인 2만원보다 9.25%나 높아진다. 다만 조현범 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공개매수 가격을 더 높게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주식 공개매수의 기간은 영업일 기준으로 열흘 정도 밖에 되지 않고 매수금액도 낮아 성공 가능성을 예견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또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이미 조현범 회장이 42%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우호지분도 있다"며 "높은 지배력을 갖고 있는 만큼 (공개매수에 대응해)추가적인 지분 매수를 검토하진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pkb@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