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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피어나는 옛 자동차의 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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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나는 옛 자동차의 향수 기사의 사진

레트로 자동차 열풍이 한창이다. 자동차에 있어 레트로 디자인(Retro Design)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1930~1960년대 과거에 유행했던 자동차의 고전적인 스타일이나 이미지를 기본으로 현대 디자인의 새로운 기술이나 조형성을 적용하는 최근 디자인 트렌드의 하나'로 규정돼 있다. 과거의 예스러움에 현대의 모습을 덧칠해 내는 일이 바로 레트로인 셈이다.

최근 등장하는 자동차에서 레트로를 찾아내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특히 레트로 자동차는 소비자들의 향수를 자극한다는 점에서 많은 호평을 받고 있다. 심지어 일부 차종의 경우 오래전 인기를 얻은 모델을 최대한 닮도록 만들어 레트로보다 리디자인(redesign)에 가깝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이 레트로든, 리디자인이든 마치 과거를 부활시켜 놓은 듯한 모습은 보는 이들의 시선을 유혹한다.

레트로 스타일은 앞뒤 디자인을 조금씩 클래식 스타일로 만든 단순한 복고풍도 있지만 진정한 의미의 레트로 모빌리티는 스타일 뿐 아니라 당시의 감성까지 포함된 자동차를 의미한다. 여기에는 통상 두 가지 방법이 사용된다. 새로운 모델을 내놓을 때 디자인을 처음부터 레트로풍으로 가는 경우와 과거 엄청난 인기를 누린 인기 차종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게 그것이다. 특히 오래전 주목받았던 인기 차종의 재해석은 사람들이 어려서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보았던 자동차를 연상하게 만들어 감성 측면에서 과거와의 매개체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현대차 아이오닉 5다. 과거 포니의 모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물론 제조사는 그만큼의 시간 축적을 내세우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레트로 스타일은 스포츠카에도 많이 적용된다. 누구나 한 번쯤 갖고 싶은 열망이 있는 데다 보는 것만으로도 기억에 오래 남기 때문이다. 제조사도 스포츠카를 통한 기술 과시에 매진해 온 덕분에 스포츠카의 레트로 트렌드는 당연한지도 모른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문화적인 접근이다. 초창기 유럽의 자동차 문화는 미국과 달리 귀족의 전유물로 시작됐다. 헨리 포드가 포드 T형으로 미국 내 자동차 대중화를 이끈 것과 달리 유럽은 일부 장인들이 자신의 기술이 총집합된 자동차를 뽐내는 데 주력했다. 이들은 자동차를 만들어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았고 그중 하나가 경주다. 귀족들이 자신의 자동차를 자랑하기 위해 서로 속도 경쟁을 펼쳤고 자연스럽게 구경꾼이 모여들었다. 많은 사람이 한 장소에 모인다는 것은 개발자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홍보 기회였고, 레이스에서 이기면 엄청난 부와 명예가 뒤따랐다. 그 결과 자동차경주는 기업의 스포츠카 개발 경쟁을 촉진했고 사람들은 자동차경주를 통해 고성능 스포츠카에 열광하게 됐다.

그런데 요즘은 겉모습만 놓고 '레트로' 수식어를 붙이는 일도 많다. 이 경우 감성적인 부분이 배제될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레트로는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와 감성, 그리고 무엇보다 향수를 담고 있어야 제격이다. 게다가 레트로에는 미래도 담겨 있어야 한다. 만약 과거의 모습만 그대로 재현하면 이는 레트로가 아닌, 레플리카(replica)의 범주에 머물러야 한다. 혹자는 이런 이유로 레트로 자동차를 '과거라는 모습에 미래라는 기관을 내장시킨 자동차'로 표현한다. 모양은 과거를 지향하지만 성능이나 기타 상품성 측면에선 미래를 겨냥하고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새로운 형태, 파격적인 스타일로 인식하는 자동차 가운데 기억에 남는 차가 있다면 훗날 레트로 자동차의 원형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때는 지금에 없는 새로운 기술이 접목돼 제3의 새로운 레트로가 탄생하게 된다. 그렇게 기억이 연장되는 게 레트로 디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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