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고용, 8년 만에 10만명 줄어초호황기 진입에도 인력난은 큰 숙제政·업계, 외국인력 등 인재 확보 '총력'
정부와 조선업계는 외국인 투입과 임금 개선 등으로 인력 이탈 방지에 힘쓰고 있으나, 여전히 현장 인력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조조정 그림자···인력 부족 여파 수면 위로
15일 조선해양산업 인적자원개발위원회의 '2023 조선해양산업 인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2년 말 국내 중대형 조선소의 총 고용인력은 9만6254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조선업계의 초호황기 시절인 지난 2014년(20만3400명)에 비해 절반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 같은 인력 부족 현상은 조선업계의 대규모 구조조정 여파로 풀이된다. 앞서 조선업계는 지난 10년간 불황기에 따른 수주 가뭄으로 2015년 인력 감축을 본격적으로 진행했다. 이에 따라 조선업 고용 인원은 지난 2015년 18만8000명에서 구조조정이 단행된 2017년 말에는 무려 11만4000명으로 대폭 줄었다.
실제 당시 삼성중공업은 근속 7년 차 이상 생산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신청받았고, 현대중공업(현 HD현대)도 같은 기간 두 차례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역시 전체 근로자 1만명을 대상으로 순환 무급 휴직을 시행하는 등 3사 모두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시행했다. 이는 모두 불황기에 따라 일감이 떨어진 데 따른 조치다.
슈퍼사이클 진입한 K-조선···위기는 '인력난'
다만 심각했던 조선업계의 구조조정은 지난 2020년을 기점으로 막을 내렸다. 통상 10~15년 주기로 반복되는 불황 사이클을 벗고 2020년 말부터 본격적인 호황기가 시작되면서다.
국내 조선사들도 업계 훈풍에 힘입어 연초 내세웠던 목표액을 초과 달성하기 시작했다. 2021년 기준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한화오션은 각각 152%, 134%, 141%로 연간 수주 목표액을 초과 달성했다. 특히 이들은 2021년에만 무려 367척, 459억달러에 달하는 선박을 휩쓸었다. 이는 3사 합산 수주 목표액(317억달러)의 45%를 초과 달성한 규모다.
2022년과 지난해에도 업계 호황기는 더욱 두드러졌다. 조선 3사는 2022년 수주 호황이 지속되면서 연간 수주 목표액을 나란히 초과 달성했다. 이는 2년 연속 수주 목표치를 초과한 규모다. 특히 불황기로 조(兆)단위의 대규모 적자를 썼던 이들은, 지난해 1분기를 기점으로 나란히 흑자 전환에도 성공했다. 현재 이들은 3년 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한 상태다.
다만 이들에게는 인력난이라는 큰 과제가 남아있다. 연초부터 굵직한 수주를 연이어 성사시키며 순항을 거듭하고 있지만, 불황기에 단행한 구조조정 상흔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특히 조선업계 현장에서는 사건·사고도 지속되고 있다. 올해 국내 조선 3사에서 숨진 근로자는 모두 4명으로 집계됐다. 업체별로는 HD한국조선해양 1명, 삼성중공업 1명, 한화오션 2명 등이다. 이들은 모두 하청업체 소속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이같은 중대재해가 안전 시스템이 부실한 이유도 있지만, 근본 원인은 인력 부족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조선업계는 지난해부터 연평균 1만2000명 이상의 부족 인력이 발생하고, 오는 2027년에는 13만명의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해 10월 기준 국내 조선업 근로자 수가 약 9만5030명인 점을 감안하면, 대략 3년 내 4만명의 인원이 더 필요한 셈이다.
다만 조선업은 대표적인 고위험 업종으로 분류되는 데다가, 타 업종 대비 상대적인 저임금 구조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높은 업무 강도와 열악한 근무 환경으로 인력대란은 더욱 심화되는 분위기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업계 인력이 매우 부족한 상황에서 일감이 늘어나는 것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며 "일감이 늘어나는 만큼 인력이 있어야 회사가 돌아가는데, 생산 인력이 부족할 경우 인도일 준수도 불가피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비자 늘리고 채용 확대하고"···정부·조선업계, 인력 확보 '맞손'
인력난이 심화되자 정부와 조선업계는 지난해부터 인력 충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조선 3사 모두 역대급 호황에 수주 랠리를 펼치고 있지만, 정작 일손이 없어 건조 물량을 소화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일단 정부는 조선업 인력난 해소를 위해 '외국인 도입'을 해결법으로 선택했다. 이를 위해 총 4개월이 소요되는 외국인력 도입 절차를 1개월로 단축하고, 비자 연간 배정을 기존 2000명에서 5000명으로 늘렸다.
또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상반기 구직자 대상 맞춤형 인력양성을 통해 총 1793명을 양성했으며, 이 중 1716명을 중소 조선업체에 투입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3분기 기준 총 1만4000여명의 인력이 조선업계에 새로 투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조선업체들도 잇달아 외국인력 모시기에 나섰다. 국내 조선 3사는 지난해 총 8600여명의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한 뒤, 업무에 신속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도 제공하고 있다.
업체별로 HD한국조선해양 조선 계열사들은 협력사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국어 교실을 운영하는 한편, 고용노동부와 협력해 'E-9 비자 외국인 근로자 특화훈련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훈련은 한국어 교육을 포함해 용접 등 직무별 교육 과정에 따라 운영된다.
삼성중공업 역시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전문 통역사 배치, 현지식 메뉴 구성, 종교행사 지원 등 다양한 방법으로 외국인력에 도움을 제공 중이다.
한화오션은 '조선소 생활 백서'를 7개국 언어로 번역해 제공하는 동시에, 현지 생활 경험과 생활문화에 능통한 '글로벌 외국인 코디'를 운영해 의사소통에 도움을 주고 있다.
다만 이같은 외국인력 모시기는 중장기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인력난이 워낙 심하기 때문에 외국인력을 많이 투입하고 있지만, 조선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꼽히는 저임금과 근무 환경 등을 먼저 개선해야 한다고 본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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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전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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