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에 공장 없는 삼성SDI는 어떻게 수백억원 보조금을 받았을까

1분기 IRA AMPC 수익 467억원 반영···5개 분기 소급

현지에 배터리 팩 공장만 운영···모듈로 10달러씩 수취

해외에서 셀 들여와 팩으로 제조···"모듈 개념 사라져"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 그래픽=홍연택 기자

삼성SDI가 예상치 못한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혜택을 1분기 실적에 반영했다. 배터리 셀을 현지에서 생산하지 않으면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는 기존 개념을 뒤집은 것이다. 업계에선 배터리 단위 중 하나인 모듈 개념이 사라지고 있는 만큼 삼성SDI가 미국에서 운영 중인 팩 공장을 통해 보조금을 수령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삼성SDI는 지난달 30일 1분기 영업이익에 AMPC(첨단 제조 생산 세액 공제) 수익 467억원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분기부터 이번 분기까지 5개 분기 동안 생산한 제품에 대한 수익을 소급 적용한 것으로 2분기부터는 매 분기 발생하는 금액을 영업이익에 반영하기로 했다.

미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IRA 내 AMPC 가이던스는 ▲배터리 ▲태양광 ▲풍력 ▲핵심광물 등의 제품을 미국 내에서 생산해 현지에서 판매할 경우 세액공제를 부여하는 개념이다. 세액공제 규모는 2030년부터 75%로 줄어들고 2031년에는 50%, 2032년에는 25%까지 감소한 이후 2033년부터는 세제 혜택이 완전히 사라진다.

배터리를 생산하는 기업의 경우 셀 기준 kWh당 35달러, 모듈 kWh당 10달러 등 총 45달러 수준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는 보통 배터리를 모으는 단위인 셀→모듈→팩 과정을 거친다. 배터리 셀을 여러 개 묶어 모듈을 만들고 모듈을 또 여러 개 묶어 배터리가 하나의 팩 형태로 만들어져 전기차에 탑재되게 된다.

미국에서 배터리를 많이 만들수록 보조금 규모가 커지기 때문에 국내 기업은 앞다퉈 생산거점을 현지에 세우고 있다. 하지만 삼성SDI는 미국 내에서 배터리 셀 및 모듈을 아직 생산하고 있지 않음에도 보조금을 챙겨 눈길을 끌었다. 현재 삼성SDI가 미국에 세우기로 한 생산 공장은 총 3곳이며 이중 스텔란티스와의 합작 1공장을 이르면 올해 하반기 처음으로 가동할 예정이다.

삼성SDI 측은 AMPC 수취와 관련해 "외부 전문기관의 자문을 받아 이번 실적에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하며 어떤 방식으로 수취할 수 있었는지와 관련해선 "공급 수량 등을 언급해야 하기에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선 지난 2015년 캐나다 자동차 부품 업체인 마그나로부터 인수한 미국 미시간주 오번힐스 배터리 팩 공장을 통해 보조금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헝가리 등 해외에서 생산한 북미향 배터리 셀을 오번힐스 공장에서 팩 형태로 조립해 고객사에 납품한 이후 kWh당 10달러의 모듈 보조금을 확보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당시 삼성SDI는 마그나의 배터리 팩 사업을 전담하는 MSBS(Magna Steyr Battery Systems GmbH & Co OG) 지분 100%를 사들인 이후 SDIA(SDI America) 법인을 세워 현지 팩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이곳의 연 생산능력은 5GWh로 추정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과 교수는 "최근 배터리 시장은 배터리 구성에서 모듈 단계를 제거해 팩에 셀을 직접 조립하는 셀투팩(CTP : Cell to Pack) 기술이 도입되고 있다"며 "모듈 단계가 사라지고 있는 만큼 모듈과 팩을 하나의 개념으로 합쳐 (삼성SDI가) kWh당 10달러의 혜택을 제공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