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아이오닉에 SK온 '하이니켈 배터리' 탑재될 듯 '블루온'이 맺어준 인연···주력 모델 협업으로 이어져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현대차와 연내 출시되는 '아이오닉9'에 배터리를 공급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SK온 서산공장에서 생산되는 고성능 하이니켈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탑재하는 시나리오를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아이오닉9는 현대차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설계되며, 기아 EV9과 동급 모델이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외부에선 고성능 하이니켈 NCM 배터리를 장착함으로써 최장 500km를 주행하는 성능을 낼 것으로 기대한다. 앞서 SK온은 니켈 비중을 약 90%까지 끌어올리면서도 충전시간을 크게 단축한 배터리를 선보인 바 있다.
블루온부터 GV80, EV9까지 전방위 협업 지속
재계에서 눈여겨보는 부분은 전기차 산업 부흥이란 공통의 목표로 손잡은 SK와 현대차의 전략적 관계가 더욱 굳건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두 기업의 '전기차 동맹'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대차가 고속 전기자동차 '블루온'에 SK에너지의 리튬이온폴리머 배터리를 탑재한 게 출발점이었다.
블루온은 소형차 'i10'을 토대로 만들어진 첫 국산 고속전기차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친환경과 신기술이 화두로 떠오른 무렵 등장해 이정표를 제시한 기념비적 모델이라 할 만하다. MB정부 당시 현대차가 청와대에서 차를 처음으로 공개하고 시승식까지 가진 것도 이를 방증한다.
SK에도 여러모로 의미가 큰 프로젝트였다. 국내 최대 완성차 업체를 우군으로 끌어들이는 동시에, 중대형 2차 전시 시장 후발주자인 이들이 단숨에 선도적 지위를 확보하는 전환점이 됐다.
블루온 개발을 계기로 양측은 전방위적 협업을 이어갔다. 일단 전기차 보급 활성화를 위해 배터리값부터 낮춰야 한다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해결책을 모색했다. 전기차가 비싼 것은 배터리의 높은 가격에 기인한다는 판단에서다. 그 결과 2014년엔 기아차 쏘울EV에 SK이노베이션 27kWh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하는 성과를 냈다.
이후에도 동행은 계속됐다. 현대차가 아이오닉5·6부터 GV70·80, EV9(기아)에 이르는 주력 모델의 협력사로 SK를 낙점하면서다. 이를 통해 '현대차에 탑재되는 배터리는 SK 제품'이라는 인식을 시장에 각인시키기도 했다.
업계에선 SK온 매출에서 현대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웃도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올 1분기에도 이 회사가 1조683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적어도 8000억원을 현대차가 책임진 것으로 추산된다.
최태원·정의선 회동 이후 더 굳건해진 '배터리 동맹'
이처럼 SK와 현대차의 배터리 연합전선을 지켜낸 것은 수시로 얼굴을 맞대며 우호적 관계를 확인한 총수일가였다.
최태원 SK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회장의 2020년 7월 서산공장 공개 회동이 대표적인 장면이다. 이 때 정 회장(당시 수석부회장)은 기아차 니로EV에 쓰이는 배터리 셀 조립 라인을 둘러보는 한편, 최 회장과 차세대 기술부터 서비스 플랫폼에 이르는 광범위한 사업 청사진을 공유했다.
무엇보다 현대차 측이 차세대 전기차 전용 배터리 1차 물량 공급사로 SK이노베이션을 선정한 상황이어서 두 재계 거물의 만남은 더욱 눈길을 끌었다.
SK를 향한 현대차의 애정은 올해 'CES 2024' 현장에서도 드러났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환담을 나누는 정의선 회장과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의 모습이 포착되면서다.
정의선 회장은 미래 모빌리티 기술을 집약한 SK의 전시 부스에 남다른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SK가 '탄소중립'을 주제로 CES에 참가해 친환경 솔루션을 선보였는데, 올해 수소로의 대전환을 선언한 현대차 전략과 맞닿아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대화 내용에 대한 취재진의 질의에 웃으며 "개인적으로 알고 지낸지 수십년이 됐고, 친하기도 하다"면서 "이번엔 손님으로 오신 만큼 그룹 사업 관련 얘기를 했다"고 귀띔했다.
재계에선 십여 년간 다방면으로 쌓아온 SK와 현대차의 신뢰가 신형 전기차와 함께 더욱 깊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양측은 작년 4월 미국에 배터리셀 합작법인(JV)을 설립하는 한편, 총 6조5000억원을 들여 조지아주에 연 35GWh 규모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SK온은 물량 확대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서산공장 증설을 결정하고 안전계획 승인 등 제반 절차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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