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24일 블록딜 사전 공시 의무제 도입···시장 투명성 강화투자자 보호 차원···규제 도입 전 기업들 잇따라 블록딜 시행CB규제와 비슷한 흐름···기업 '꼼수' 가능성에 제도 변질 우려도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지난 3월25일~6월25일) 국내 증시에서 총 22개 상장사가 블록딜을 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행 기업들은 지난달 상장한 노브랜드를 비롯해 마녀공장, 엔켐, 티움바이오, HD현대중공업, 대원전선 등이다. 이들 주가는 블록딜 공시일 기준 최대 16% 하락률을 보였다.
특히 대원전선은 총 3차례나 블록딜을 했다. 지난 4월16일 최대 주주인 갑도물산은 유동성 확보 차원으로 160만주를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공시 당일 주가는 전 영업일 대비 10.41% 하락했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전선주가 수혜를 받으면서 대원전선 주가도 치솟자 지난달 8일에는 120만주, 17일에는 보통주 147만6091주를 국내외 기관에 매도했다. 공시 이후 주가는 각각 2.88%, 10.69% 떨어졌다.
같은 달 24일 SK이터닉스의 2대 주주인 사모펀드 한앤코컴퍼니가 장 개시 전 시간외매매를 통해 SK이터닉스 주식 252만주를 매각했다. 전체 발행 주식의 9% 달하는 물량으로 주당 매매가격은 23일 종가 3만600원에서 10.3% 할인된 2만7448원이다. 24일 SK이터닉스는 전 영업일 대비 7.35% 하락한 2만8350원에 장을 마감했다.
가장 큰 하락률을 보인 에코프로머티 주가는 이달 14일 벤처캐피털 BRV캐피탈매니지먼트가 에코프로머티 주식 210만주를 블록딜로 매각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16% 급락했다. 앞서 지난달 21일에도 장 전 에코프로머티 주식 220만주를 블록딜로 처분해 에코프로머티 주가가 12% 넘게 하락한 바 있다.
지난 24일에는 우리프라이빗에쿼티(PE) 등 엔켐 재무적 투자자(FI)가 보유한 엔켐 지분 1900억원어치를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한다고 밝혔다. 엔켐 주가는 공시 당일 11.28% 하락했고, 블록딜 여파로 지난 26일에도 5.93% 떨어졌다. 이 밖에도 이달에만 지난달 상장한 노브랜드를 비롯해 총 6개 기업이 블록딜을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기업들이 잇따라 블록딜에 나서는 이유는 다음 달 24일부터 시행되는 '블록딜 사전 공시 의무제' 도입 영향으로 풀이된다. 사전 공시 기간과 실제 블록딜 사이 시차 괴리로 매각 대금이 줄어들 것을 우려했기 때문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사전 공시 의무제를 시행하면 공시 시작과 실제 블록딜 사이에 30~90일의 시차가 생기는데, 이 기간에 블록딜로 인한 유통 주식 증가와 주요 주주의 대량 매도 자체가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해 주가를 끌어내릴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 밖에도 공매도(차입 주식 매도)가 재개되는 경우 공매도 세력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점 등이 이유로 진단된다.
블록딜 사전 공시의무제 주 골자는 유가증권시장(코스피)과 코스닥 상장사 임원이나 지분율 10% 이상인 주요 주주가 발행주식 수 1% 이상을 거래할 때 가격·수량·기간을 블록딜 90일 이전부터 최소 30일 전까지 공시하는 것으로 시장 충격을 완화하고 투자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일각에서는 과거 전환사채(CB) 제도 변경 때와 같다며, 규제 도입 전 기업들이 물량을 재빨리 털어내면서 시장 투명성이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효과가 작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2021년 말 금융당국은 CB 전환 가액 상향 조정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기존에 CB 발행 시 주식 가격이 내려가면 전환 가액이 하향 조정되는데, 주식이 반등하면 다시 상향 조정하도록 제도가 변경됐다. 이에 CB 투자 매력도가 떨어져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것을 우려한 기업들이 제도 변경 전 CB 발행에 열을 올린 바 있다.
'꼼수' 사례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블록딜 사전 공시 의무화가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1% 미만의 거래에 대해선 공시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하루에 3% 처분할 것을 3일 이상 나누는 방안이나, 50억원 미만 거래의 경우 공시 의무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급한 자금이 아닐 경우 기관들을 모아 공동투자(클럽딜)방식으로 소규모 분할 매각을 하는 것 역시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점이 블록딜 사전 공시 제도 역시 '허울'뿐인 제도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개인투자자 보호를 내세우고 있지만 자칫 투입비용이나 시간 대비 실효성이 적다는 의견도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 연구원은 "새로운 규제가 시행되기 전 이전 규제가 유리하다고 판단되면 일반적으로 흔히 관찰되는 현상으로 사전공시제도를 탈피하기 위해 현재 블록딜이 많이 집중되는 현상"이라며 "기업들이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우회로를 검토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며 그 부분을 또 보완하면서 제도가 진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블록딜 사전 공시의무제도가 일정 수준 투명성을 높이는 데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김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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