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비·신의료기술 증가 등으로 수요 늘었지만비급여 금액 관리 감독·고객 설명 제도 등 미비사전 안내 강화·5세대 실손 전환 통해 정상화 유도
18일 금융감독원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찬대, 김남근, 김재섭 의원실과 함께 '과잉의료 및 분쟁 예방을 위한 실손보험 개선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번 토론회는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현행 실손보험의 구체적 개선방안을 모색하고자 마련됐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그간 도덕적 해이, 과잉진료 등 비급여 '버블'을 폭증시키는 실손보험의 구조적 문제인 제3자 리스크가 심화하고 있다"며 "보험사의 적자 지속이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면서 소비자의 부담을 가중시켜 왔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 원장은 실손보험이 국민 의료보장제도 등 비금융영역과도 복잡다단하게 얽혀있기 때문에 감독당국 차원의 개선 노력만으로는 구조 재편에 한계가 있다고도 부연했다.
그는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금융감독원은 관계부처와 함께 소비자 보호방안을 마련하고자 한다"며 "과잉진료 우려가 큰 비급여의 보장을 제외하는 한편, 비중증 비급여 치료의 자기부담률을 높이고 급여 치료와 건보정책 간 연계성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순서에서는 최근 실손의료보험의 분쟁현황과 문제점에 대한 주제발표가 이어졌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약 7500건에 달하는 실손보험 관련 분쟁 민원이 접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보험 분쟁의 20%에 해당한다.
금감원은 이러한 분쟁 발생 원인에 대해 실손보험의 보상 구조가 보험의 기본원리에서 벗어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유명신 금감원 분쟁조정2국 팀장은 "진료 일정을 고객이 직접 정하는 치료에 대해 보상하는 실손보험은 보험의 기본원리인 우연한 사고에 대한 금전적 보상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며 "보상 약관 역시 특정 질병이나 진단 방법 없이 포괄적 방식으로 정하고 있어 소비자와 보험사 간의 인식 간극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분쟁 대상에 오른 소비자들에게 구제책을 제시한다 해도 이는 전체 소비자가 아닌 일부 피해자에 대한 사업적 구제에 불과하다"며 "대대적인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소연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공·사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등을 위한 상호 연계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김 교수는 실손보험이 국민 대다수의 의료 접근성과 연관이 있어 사실상 공공재 성격을 갖고 있음에도, 비용 증가를 통제할 기관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불필요한 실손보험금 지급은 과잉 의료 유발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 누수와도 연결된다"며 "또 자동차보험이나 산재보험에서 공·사보험간 보험금이 중복 지급되는 부실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법제적으로 이러한 부분들이 연결되지 않고서는 보험금 누수에 대한 사전 대응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며 "독일이나 호주 등 주요 국가의 경우 의료 비급여 관리위원회를 통해 국가 차원에서 이를 관리하고 있는데, 보건복지 당국에서도 이에 대한 책무를 더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에 금감원이 내건 향후 실손보험 감독 방안은 사전 안내 강화와 상품·운영, 지급 관행 등을 골자로 한다. 전현욱 금감원 보험계리상품감독국 팀장은 "별도 보장 관련 설명 자료를 직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자료를 소비자들에게 제시하고, 갱신 혹은 보험금 청구 시 수시로 반복적으로 안내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며 "주요 비급여 진료 보험금 지급 기준 등을 사전에 논의할 수 있는 창구를 개설하고 업계 표준화된 상담 스크립트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전 팀장은 "분쟁 여지가 될 수 있는 진료 항목은 계속 변하기 때문에 지속해서 업데이트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것"이라며 "그간 보험사들도 소극적이었던 보장 여부 사전 상담도 적극적으로 시행하겠다"라고 말했다.
기가입자들의 정책 부합성 문제에 대해서는 내년 도입을 앞둔 소위 '5세대' 실손보험으로의 전환을 통해 해결키로 했다. 5세대 실손보험은 건강보험 본인 부담률과 연동해 자기부담금 비중을 높인 상품이다.
금감원은 10여년 간 3000만명 이상의 5세대 실손보험 가입자를 확보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재가입 주기가 있는 약 2000만건의 기계약과 신규 가입 추세 등을 고려했을 때 예상치인 1000만건을 합한 규모다.
전 팀장은 "5세대 계약 비중이 증가할 경우 비급여 가격 기능이 회복돼 과잉 진료 방지를 도모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한 지급 보험금 감소를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밖에 금융당국은 효과적인 비급여 관리를 위해 금융·보건당국 간 협조체계를 긴밀하게 구축하기로 했다. 과잉 진료 우려가 큰 비급여 진료의 진료기준과 가격 등을 마련하는 한편, 안전성과 유효성이 낮은 신의료기술의 비급여 진료 퇴출 기전도 마련할 방침이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는 각 시민·소비자단체, 학계·연구원, 의료·보험업계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금감원의 실손보험 개선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내놓았다.
장휘일 법무법인 더신사 대표변호사는 ''보험사들의 의료 진단의 적정성 외에도 입원 인정 여부도 주요 분쟁 요인 중 하나"라며 "입원 인정 시 보험금 규모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악용 여지가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험사가 부지급 결정을 검토할 때 손해사정사를 통해 실시하는 의료자문도 대부분 자회사를 통해 실시한다"며 "이러한 점들이 소비자와 보험사 간의 갈등을 키워 왔다"라고 덧붙였다.
최미수 서울디지털대학교 금융소비자학과 교수는 "실손보험료 인상 구조의 불투명성도 주요 분쟁 발생 요인"이라며 "고령층이나 일반 소비자가 변화된 구조를 이해하기 어려운 만큼 시뮬레이션 기반 상담 플랫폼을 구축해 소비자 친화적 안내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특히 공·사보험 연계 방안에 대해서는 의료계와 보험업계 전문가 패널 모두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신현웅 보험사회연구원 보건의료정책연구실장은 "그간 비급여 진료에 있어 의료기관과 보험사가 같은 공급자 위치에 놓여 있음에도 지속해서 갈등을 빚었던 상황"이라며 "다만 2021년 관련 법안이 추진됐음에도 무산된 바 있는데, 실질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권병근 손해보험협회 손해보험1본부장은 "현재 국회에 관련 입법 조치가 진행되고 있다"며 "정부와 국가 차원에서 관리 필요성을 언급한 것에 대해 고무적으로 생각하고 있고, 향후 비급여 의료 체계를 지금과 같은 방향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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