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말 퇴직연금 시장규모 385조원···증권사가 90조 차지미래에셋證 퇴직연금 운용 규모 25조원···이어 현대차·한투 順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지난 3일 퇴직연금 시장 참전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키움증권은 연초 엄주성 신임 대표이사 부임 이후 퇴직연금을 신사업으로 추진해 사업다각화를 꾀하려는 것이다.
이에 키움증권은 지난 4월부터 퇴직연금 사업 진출을 재검토하고 5월 들어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는 등 내년 시장 진출을 목표로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앞서 키움증권은 지난 2016년 신탁업 인사를 취득하고 퇴직연금 사업 진출을 고려했지만 오프라인 지점이 없어 무산됐다. 이후 영상통화 등을 통해 비대면으로도 신탁 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되면서 퇴직연금 사업자 등록을 진행했으나 이내 보류를 결정했다.
키움증권은 향후 성장성이 높은 퇴직연금을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은 385조7521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증권업계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90조7041억원으로 전년 동기(76조8838억원) 대비 약 18% 증가했다. 은행은 174조9013억원에서 202조3522억원으로 15.7%, 보험은 92조7054억원으로 7% 증가세에 그쳤다.
직전 분기 대비해 증권사가 3조9644억원으로 4.57%, 은행 4조3041억원으로 2.17% 증가했고, 보험은 5521억원(0.59%) 줄어들었다. 증권사들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90조원을 넘어서면서 전체 퇴직연금 시장 파이 중 4분의 1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처럼 퇴직연금 적립금이 증권업계로 옮겨가는 배경에는 운용 방식이 '안정성'에서 '수익성'으로 변화함과 동시에 디폴트옵션 도입 및 증권사들의 로보어드바이저(RA) 기술 활용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사 중 규모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곳은 NH투자증권이다. 지난 3일 NH투자증권은 상반기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이 7조146억원으로 7조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대비 5148억원(7.92%) 늘어난 수치다.
NH투자증권은 통합연금 자산과 RA를 활용하는 연금저축 계좌 개설 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퇴직연금 명가로 꼽히는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적립금이 25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전체 증권사 적립금(90조7041억원)의 28.1%를 차지하는 규모다. 1분기 말 기준 미래에셋증권권이 운용 중인 퇴직연금 자산은 25조5177억원으로 전년 동기(20조9307억원) 대비 22% 증가세를 보였다.
미래에셋증권은 로보어드바이저와 MP(Miraeasset Portfolio)구독 서비스 등을 통해 운용 전문가가 자산 배분 포트폴리오를 정기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퇴직연금 일임형 로보어드바이저를 출시하고 개인연금으로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회사는 오는 2030년까지 퇴직연금 운용 규모 100조원 달성을 목표로 세우는 등 연금시장에서 파이를 넓히기 위한 공격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점유율을 살펴보면 현대차증권이 미래에셋증권의 뒤를 잇고 있다. 현대차증권의 1분기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액은 16조380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77%에 달하는 12조6615억원은 현대차 계열사의 지원에 힘입어 운용되고 있다.
이어 한국투자증권(13조5714억원)과 삼성증권(12조8612억원)이 격차를 줄이며 현대차증권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이밖에 향후 퇴직연금 시장에서 현대차증권만큼 성장이 기대되는 증권사도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최근 LS증권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범LG가(家) 증권사로 새로 출범했다. LS증권은 그룹 계열사의 후광에 따라 범LG가 임직원들의 퇴직연금이 큰 수익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 시장의 성장세가 예견됨에 따라 증권사들의 퇴직연금 시장 진출 속도도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시장에서 점유율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증권사들은 미래 먹거리가 절실한 상황에서 막대한 성장이 기대되는 시장을 그냥 두고 보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증권사가 연금시장에서 갖는 장점이 명확한 만큼 판도는 점점 기울어질 것"도 덧붙였다.
뉴스웨이 안윤해 기자
runhai@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