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손보·MG손보·KDB생명···쌓여있는 보험사 매물 비은행 강화 하나금융·사모펀드 잠재 인수 후보 거론가격·건전성 '발목'···우리금융 성과 이후 윤곽 보일 듯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전날 우리금융은 이사회를 열고 동양생명 지분 75%와 ABL생명 지분 100%를 합쳐 총 1조5493억원에 인수한다는 내용의 주식매매계약(SPA)을 승인했다. 인수 PBR은 올해 3월 말 기준 동양생명 0.65배, ABL생명 0.3배 수준이다.
현재 국내 M&A 시장에서 매물로 나왔거나 잠재매물로 거론되는 보험사는 롯데손해보험·MG손해보험·KDB생명·BNP파리바카디프생명(카디프생명)·메트라이프생명 등 총 5곳이다.
그러나 시장에 남은 매물들의 M&A가 성사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가격에 대한 눈높이 차이가 심하거나, 일부 중소 보험사의 경우 건전성 지표가 좋지 않은 탓이다. 적당한 인수 후보가 많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매각 걸림돌은 '높은 가격' 혹은 '낮은 건전성'
먼저 롯데손보의 경우 2~3조원대로 거론되는 높은 매각가가 계속해서 걸림돌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롯데손보의 대주주인 JKL파트너스는 보유지분 77.04%(경영권 포함) 매각을 시도하며 지난 6월 본입찰을 진행했으나, 복수의 투자사들과 조건에 합의하지 못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지 않았다.
롯데손보는 예비입찰에서 우리금융이 투자의향서(LOI)를 제출했으나, 생보사로 눈을 돌리며 본입찰에서는 빠졌다. 이후 JKL파트너스는 상시 매각 체제로 전환했다. JKL파트너스는 본입찰 참여 여부와 관계없이 국내외 투자사들과 접촉해 매각을 협의하고 이후 가격을 비롯한 여러 조건에서 합의가 이뤄질 경우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롯데손보는 건전성과 수익성이 탄탄한 우량매물로 꼽힌다. 지난해 순이익 3024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썼다. 신지급여력비율(K-ICS, 킥스)은 213.2%(경과조치 후)를 기록해 당국의 권고 기준인 150%를 웃돌았다.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663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18.5% 감소했으나, 일회성 요인이 작용한 터라 이를 제외한 경상투자이익은 전년과 유사한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1분기 기준 킥스는 184%로 집계됐다. 하지만 매각가가 높아 큰 금액을 배팅할 만한 곳이 많지 않다.
또 다른 매물인 MG손보도 수의계약으로 전환했다. 예금보험공사는 지난 16일 MG손보 매각 재공고 입찰이 최종 유찰됐다고 발표했다. MG손보의 매각 시도는 이번이 4번째였다. 예비입찰에서는 사모펀드(PEF) 데일리파트너스와 JC플라워 이외에도 메리츠화재가 깜짝 등판해 기대감을 높였으나, 본입찰에서는 아무도 참여하지 않았다.
금융권에서는 수의계약 유력 후보로 메리츠화재가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MG손보 노조가 메리츠화재에 매각되는 것을 강하게 반대하며 잡음이 지속되는 중이다. MG손보 노조는 벌써 3차례 기자회견을 열고 졸속매각 저지·고용승계 보장 등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지난 28일에는 보험업권 간담회를 진행한 김병환 금융위원장에게도 이 같은 입장을 전달했다. 오는 30일에는 예보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 예정이다.
MG손보 노조는 "수의계약으로 진행될 경우 재입찰에 참여했던 업체 중 메리츠화재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메리츠화재는 고용 승계 의무가 없는 P&A방식으로 우량 자산 인수, 예금보험기금 자금지원만을 목적으로 참여해 인수될 경우 700여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게 될 위협에 놓인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MG손보의 경우 매각가가 2000억원~3000억원 수준으로 판단되나, 건전성이 좋지 않아 영업 정상화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MG손보는 지난해 순손실 790억원을 내 전년(341억원)보다 적자 폭이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킥스는 경과조치 적용 후에도 75%로 나타났다.
KDB생명은 매각 작업 중단 이후 자회사 편입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나금융을 지정하며 6수 만에 매각이 성사되는 듯했지만, 실사 과정을 넘지 못하고 좌초됐다.
업계는 KDB생명의 매각가가 3000억~4000억원인 반면 인수 후 정상화를 위해 들어가야 하는 자금은 1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한다. 올해 1분기 기준 KDB생명의 킥스는 44.5%(경과조치 전)로 업계 최하위 수준이다. 지난 6월 산은이 3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면서 총 1조5000억원가량을 지원했으나, 경영정상화의 실마리가 잡히지 않아 원매자를 찾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카디프생명은 MG손보보다는 사정이 낫다. 지난해 순손실은 208억원을 냈으나, 1분기 기준 킥스는 203.8%(경과조치 전)를 기록했다.
메트라이프는 언제 시장에 나올지 미지수다. 지난해 메트라이프의 별도기준 당기순이익은 3735억원으로 전년(5170억원) 대비 27.7% 감소했으나, 킥스는 336%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호실적을 바탕으로 매각설은 잠잠해진 상황이나, 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메트라이프의 지분구조가 바뀐 탓에 수차례 매각 가능성이 제기됐다.
비은행 약한 하나금융 '입'만···업계 "우리금융 성패에 달려"
시장에서 주로 거론되는 보험사 잠재 인수 후보는 사모펀드와 하나금융이다. 특히 하나금융은 5대 금융지주사 가운데 은행 의존도가 높고 보험 포트폴리오는 약한 편에 속한다. 올해 상반기 기준 하나은행(1조7509억원)의 그룹 순이익(2조687억원) 기여도는 84.6%에 달했다.
하나금융 역시 비은행 계열사 경쟁력 확대를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7월 한국경제인협회가 주최한 '2024 CEO 제주하계포럼' 강연에서 "기업가치를 키울 수 있는 사업군을 발굴해야 한다는 생각에 인수합병(M&A)시장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재차 M&A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이 때문에 매물로 남은 보험사들은 하나금융의 '입'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사모펀드도 보험사 매물에 꾸준히 눈독을 들이고 있다. MBK파트너스의 경우 올해 KDB생명 인수를 타진하기도 했으나, 최종적으로는 무산됐다.
보험업계는 당장 M&A 시장에 활기가 돌지는 미지수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다만 우리금융이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온전히 인수한 이후 통합 작업을 진행하고, 시장에 어느정도 안착시키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긍정적으로 흘러갈 것이란 추측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 남은 보험사 매물이 저마다의 걸림돌이 있어 M&A가 쉽진 않아 보이나, 비은행 부문이 약한 금융지주사는 관심을 가질 여지가 충분하다"면서 "우리금융이 동양·ABL생명 인수 작업을 성공적으로 끝낸 뒤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민지 기자
kmj@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