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 간담회서 시장 혼란 사과···"실수요자 대출절벽 없게 노력""당국 규제는 최소한의 기준"···'강한 개입'서 한 발 물러난 이복현점진적 가계대출 총량관리 주문···"투기성 대출심사는 더 강화해야"
이 원장은 10일 오전 은행연합회 14층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엄중한 가계부채 관리의 필요성을 인식한 은행권은 대출 심사에 대한 적절한 기준을 세우고 일부 그레이존에 대해서는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이번 간담회는 금융당국이 최근 은행권의 가계대출 취급동향과 관련해 은행권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자리에는 이 원장을 비롯해 5대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시중은행 7곳과 지방은행 5곳, 특수은행 3곳, 인터넷전문은행 3개사 은행장이 참석했다. 특히 최근 잇단 금융사고 이후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았던 조병규 우리은행장도 모습을 드러냈다.
"스스로 관리해달라"···김병환 금융위원장과 목소리 통일
이날 이 원장은 기존 가계대출 감독기조를 접고 은행에 '자율적인 관리'를 주문했다. 당초 이 원장은 "감독당국의 강한 개입이 필요하다"며 김병환 금융위원장과 엇박자를 냈지만 시장 혼란이 가중되자 한 발 물러난 모양새다.
이 원장은 인사말에서 은행들의 가계대출 규제에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하며 자율적인 가계대출 관행이 자리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김 위원장도 경제·금융 분야 협의체인 이른바 'F4' 회의 직후 은행권의 가계부채 자율적 관리 방침을 강조한 바 있다.
이 원장은 "감독당국의 가계대출 규제는 최소한의 기준이고, 은행이 각자의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주택가격 상승 기대를 전제로 한 대출 심사를 보다 강화하는 등 대출 포트폴리오를 건전하게 조정해 나가야 할 시점"이라고 당부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최근 가계대출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거래량이 회복되면서 빠르게 증가해 왔다.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지난 1월 9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으나 6월 5조3000억원, 7월 4조2000억원, 8월에는 9조5000억원 이상 폭증했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0.5%다. 스위스(126.3%), 호주 (109.6%) 캐나다(102.3%)보다는 낮지만 100%를 웃돌아 하향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가계부채를 적정수준으로 긴축하지 못하면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경제성장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는 등 국민경제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최근 은행들은 잇단 금리인상에 이어 1주택자 주택담보대출 금지 등 강도 높은 규제를 통해 대출 문턱을 높여왔다. 하지만 은행마다 대출조건이 달라 시장 혼란이 심화되면서 실수요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원장은 "이제까지 모든 은행이 동일하게 감독당국의 대출규제만 적용하다 보니 은행별 상이한 기준에 익숙하지 않아 발생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금융당국 차원에서 가계대출 규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등 일부 시중은행들은 조건부 주담대를 허용하는 등 실수요자에 대한 대출 규제 완화를 발표한 상태다. 이날 간담회 이후 다른 시중은행들도 주담대 예외조건을 잇따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DSR 효과 지켜본 뒤 추가 조치 검토
이에 대해 이 원장은 "은행별 가계대출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아직 성장목표에 한참 못 미치는 은행이 있는 반면 연간 목표치를 훨씬 초과한 은행도 있다"며 "공통 이슈가 있다면 당국이 일률적으로 정책을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오늘 단계에서 정한 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급격한 가격상승 기대감에 편승해 특정자산(부동산)에 대한 쏠림현상이 있는데, 은행도 리스크가 있지만 차주들도 지나치게 큰 원리금 상환 부담이 있다"며 "다만 대출절벽이 생기면 안되기 때문에 특정시점에 대출을 제한하기보다는 월단위 등 점진적으로 관리해나가는 게 좋겠다는 입장을 은행장들에게 전달했다"고 부연했다.
금감원은 10월, 11월 등 향후 가계대출 증가 추이를 확인한 후 추가적인 조치를 검토할 방침이다. 가계대출 증가세에 대한 적절한 통제는 우선순위에 있는 정책목표지만, 일단 2단계 스트레스 DSR 등의 효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향후 DSR 정책의 방향성과 은행권의 고위험 자산 여신관리 등에 대해서는 단언하기 어렵다는 게 이 원장의 설명이다.
이 원장은 또 정책 대출상품을 내놓고 있는 국토교통부와의 엇박자 지적에도 선을 그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지난 9일 "정책대출을 집값 상승의 직접적 원인으로 보기 어렵고, 금리를 조정할 순 있지만 대상을 축소하진 않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국토부도 금리 차이가 과다하면 정책금리를 조정하겠다고 했고, 그런 과정에서 정책자금의 증가세가 줄어들고 있다"며 "관련 부처와 예측 가능하게 정책일정을 짜고 있어 국토부 장관과의 입장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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