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현장 인력구조 혁신 방안, 신규법인·계열사 전출 시 기본급 삭감통상 임금 낮은 현장직, 계열사로 떼 임금 효율화···임직원 불안 고조유지보수 불안정 야기, 제2의 아현사태 재현될수도···노조 '단체행동'
소식을 접한 KT 직원들은 혼란에 빠졌다. 임금 삭감분 일부를 일시금으로 준다지만, 결국 처우는 악화하는 결과라서다. KT 현장직 한 직원은 "사실상 회사가 정한 방향대로 삭감된 임금 테이블에 사인하라는 것"이라며 "울며 겨자 먹기로 응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토로했다.
통신 현장직 5000여명, 계열사로 빼 기본급 50% 삭감
KT '현장 인력구조 혁신 방안'을 살펴보면, 이번 구조조정에 포함되는 인원은 최대 5750명에 달한다.
선로 통신시설 설계·시공·유지보수와 고객전송·개통 및 사후관리(AS)를 담당하던 4400명 인력을 비롯해 국사 내 전원시설 설계·시공·유지보수 등 담당자 420명은 각각 2025년 1월 1일 설립될 신규 법인인 KT OSP, KT P&M으로 전출한다. 또 고객 민원을 처리하는 C&R과 엔터프라이즈부문 마케팅 분야 직원 일부(170명)를 그룹사인 KT IS와 KT CS로 일부 이관한다. 상권영업이나 법인a가치영업, 현장지원 업무(760명)는 폐지한다.
전출 대상 직원들의 기본급은 삭감한다. 신규 법인으로 가는 이들에게는 기존의 70%, 계열사 간 전출 인력에게는 50%의 기본급만 지급할 계획이다. 차액은 정년잔여기간을 고려해 일시금으로 준다는 방침이나, 길게 보면 처우가 악화하는 결과가 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불복하는 직원에게는 특별 희망퇴직을 제안한다. 특별 희망퇴직금은 월 급여에 산정 월수 지급률을 곱한 금액이 지급된다. 근속연수와 직무에 따라 165%에서 208.3%까지 차등 지급될 예정이다. 일례로 50세인 직원이 특별 희망퇴직에 동참할 경우 기존보다 6000만원 많은 3억2000만원의 일시금을 받을 수 있다.
KT가 고강도 구조조정을 준비하게 된 배경은 본사 기준에 따라 고임금을 받는 현장직 근로자를 계열사로 떼어 냄으로써, 더 적은 임금을 주는 환경을 만들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이는 보고서에 적힌 내용으로 유추할 수 있다. 회사는 "업무 유지가 필요하나 시장 통상 임금이 낮고 기존 그룹사에서도 수행하지 않는 업무는 시장가치에 맞는 회사를 신설하고 업무와 인력을 동시에 이관한다"고 썼다.
유지보수 힘 빠지면 제2 아현사태···노조 단체행동 예고
KT 내부에서는 이런 방식의 구조조정이 강행될 경우, 또 한 번의 '아현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아현사태는 2018년 11월 24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3가에 위치한 아현지사에서 화재가 발생해, 인근 지역의 유무선 통신이 모두 마비된 대형 사고다. 당시 KT 유선망을 이용하는 주변 상권과 거주자들은 서비스 장애로 큰 불편을 겪었고, ATM(현금인출기) 사용 중단은 물론 외출한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아 발을 동동 구르는 사례도 속출했다.
KT 제1 노동조합 관계자는 "자회사는 도급을 받아 운영되는 탓에 KT에서 직접 운용하는 것과는 (예산 삭감 등의 여파로) 질적인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면서 "통신시설 유지보수가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런 문제(아현사태)가 향후 재현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KT 새노조도 공식 유튜브에 영상을 올려 "임금도 삭감해 자회사로 보내면, 누가 애정과 열정을 가지고 일을 하겠느냐"면서 "제2·제3의 아현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KT 노동조합은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반발, 단체행동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 자리에서 노조는 일방적인 구조조정을 철회하고, 현장직이 만족할 만한 각종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달라고 요구할 계획이다. 노조 관계자는 "10월 15일 지방 철야농성에 돌입한 뒤 같은 주 (KT 본사가 있는) 광화문으로 가 강력하게 어필할 계획"이라며 "새로운 전향적인 안이 나오지 않으면 추가적인 투쟁을 준비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해당 사안은 내부 논의 중"이라며 "결정된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임재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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