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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실적파티 예고에도 웃지 못하는 은행권···더 짙어진 '연체율' 그림자

금융 은행

실적파티 예고에도 웃지 못하는 은행권···더 짙어진 '연체율' 그림자

등록 2024.10.23 13:14

수정 2024.10.24 08:03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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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대출 성장 앞세워 3분기도 역대급 실적 예상늘어나는 연체율 건전성 '부메랑'···신용평가모형 한계전문가 "비금융정보 수집 난관···마이데이터 활용 관건"

실적파티 예고에도 웃지 못하는 은행권···더 짙어진 '연체율' 그림자 기사의 사진

은행권은 올해 3분기에도 역대급 호실적을 예고했지만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급증하고 있어서다. 일각에선 건전성 관리를 위해 신용평가모형을 보다 정교하게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JB금융지주를 시작으로 금융권에서는 잇따라 3분기 경영실적을 발표한다. 금융투자업계는 금융지주들의 호실적 행진이 올 3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상반기 대비 대규모 일회성 비용이 줄어든 데다, 대출 성장률도 우려에 비해 견조해서다.

주택담보대출 중심의 대출 성장과 시중금리 하락으로 순이자마진(NIM)이 다소 위축됐지만 3분기 대출 성장률은 당초 예상을 뛰어넘은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은행권의 3분기 대출 잔액은 전분기 대비 1.6% 증가했고, 같은 기간 주담대는 2.3%나 급증했다.

주요 금융지주들의 3분기 순이익은 은행권의 호실적을 바탕으로 1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증권은 KB금융의 3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2.2% 증가한 1조541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기간 하나금융(1조1090억원)의 순이익도 15.8% 늘었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출 성장은 은행권의 호실적을 견인했지만, 건전성 측면에선 부메랑이 되고 있다. 경기침체 여파로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차주들이 대거 늘어나고 있어서다. 연체율 급등에 따른 대손충당금 확대로 이익 증가분 일부를 반납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이 조사한 지난 8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전년 동기 대비 0.1%p(포인트) 상승한 0.53%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말과 비교해도 0.06%p 높은 수치다. 은행권의 이 같은 연체율은 지난 2018년 11월(0.60%) 이후 69개월 만에 최고치다. 대기업 대출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연체율이 증가한 결과다.

특히 중소기업의 연체율은 전년 동기 대비 0.25%p 상승한 0.84%에 달했다. 자영업자의 연체율(0.70%)도 0.20%p 뛰면서 상승 폭이 재차 확대된 모습이다.

기업의 은행 연체잔액은 전년 동기 대비 41%나 급증한 것으로 추산된다. 자영업자의 연체 증가율은 둔화되고 있지만 1%대의 낮은 대출 성장률 탓에 연체율 상승세는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8월 말 기준 가계대출 연체 잔액도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3분기 0.35%였던 가계대출 연체율은 올해 8월 0.40%까지 치솟았다.

지난 8월 기준 은행권의 신규 연체 발생액은 올 들어 처음으로 3조원을 돌파했다. 이 같은 연체채권 규모는 지난 2018년 4월(3조5000억원) 이후 최대 수준이다. 지난 6월 10조원을 밑돌았던 전체 연체채권 잔액도 12조5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연체되는 대출은 꾸준히 쌓이고 있지만 연체채권 정리 규모는 정체된 모습이다. 지난 8월 은행권의 연체채권 정리 규모는 1조4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1000억원가량 줄었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체 정리 규모가 늘어나지 않으면서 연체 잔액 증가율이 다시 상승했다"며 "은행업종의 연체율 상승 추세가 2025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한다"고 평가했다.

지속적인 수익성 개선에도 건전성이 위축되면서 일각에선 기존 신용평가모델이 한계에 다다른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신규 연체율 상승세가 뚜렷한 만큼 신용손실 확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은 자체적인 내부모형을 이용해 대출 승인 여부를 결정하고 있지만, 상향 추세인 신용평가사의 신용점수를 '컷오프' 용도로 쓰고 있다. 문제는 신용점수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신용평가 인플레이션' 현상이 심화돼 왔다는 점이다.

신용평가 점수가 높아진 건 금융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부정적 정보'의 활용 기준이 강화돼서다. 상환능력이 부족한데도 금융거래 이력 누적으로 신용점수를 올려 고신용자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시중은행의 신용평가 기능 자체는 이미 고도화돼 있지만 비금융 데이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문제"라며 "지지부진한 마이데이터 사업을 활성화시켜 금융사 간 다양한 데이터를 공유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신용평가사들이 금융 마이데이터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소비자는 정보 제공에 소극적이고 금융회사도 고객정보를 타 회사와 공유하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에 마이데이터 활용의 필요성 활용 범위, 비용 분담 등과 관련한 사회적 합의 도출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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