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강 대표, 메리츠캐피탈·증권 차입 후 뒤늦은 공시소유 주식 98.1% 담보로 걸어 1300억원 자금 조달대부분 타 법인·엔켐 지분 매입 재원으로 쓰여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엔켐은 지난해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 담보제공 계약을 체결했지만 이를 신고 기한 내에 공시하지 않아 불성실 공시 법인으로 지정됐다. 이번 사안으로 부과된 누적 벌점은 9점에 달해 매매가 이날 하루 정지됐다. 코스닥 공시 규정에 따르면 불성실 공시 법인으로 지정되고 부과 벌점이 8점 이상인 경우 매매가 1일간 정지된다. 벌점 외에도 공시 위반 제재금 3600만원도 부과됐다.
문제가 된 대출은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작년 2월 오정강 대표는 보유 주식 258만6821주를 담보로 메리츠캐피탈과 500억원 규모의 대출 약정을 체결했다. 그로부터 두 달 뒤 전 최대주주 브라만피에스창인신기술사업투자조합 제1호가 보유 주식 대부분을 장외 매도하면서 지분율이 기존 14.31%에서 4.53%로 낮아졌다. 이에 기존 2대 주주(지분율 11.25%)였던 오 대표가 최대주주에 올랐다.
올해 2월에는 메리츠증권에 신규 대출을 위해 166만4160주를 추가 담보로 제공했다. 이후 담보로 제공된 상환전환우선주(RCPS)가 보통주로 전환되면서 담보 주식 수도 작년 3~4월 세 차례에 걸쳐 확대됐다. 이밖에 해당 대출 담보 주식에 대한 질권 설정 및 해지도 이뤄졌다. 결국 지난 10월 말 기준 메리츠캐피탈과 메리츠증권에 담보로 제공된 엔켐 주식은 306만8181주로 오 대표가 보유한 엔켐 주식(312만8643주)의 98.1%에 달한다.
이밖에 메리츠에 담보로 제공한 주식은 대표 개인 회사인 아틀라스팔천의 대출에 대해서도 이중으로 담보가 잡힌 상태다. 엔켐은 사유가 발생할 때마다 주식 등 대량보유상황보고서를 공시하긴 했지만, 오 대표가 최대 주주에 오르기 전 일으킨 주식담보대출은 최근에야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오 대표는 메리츠로부터 차입한 자금 1352억원 중 29%(394억원)를 아틀라스팔천에 대여금 등의 명목으로 사용했다. 아틀라스팔천은 이 자금으로 2차전지 소재 기업 광무와 중앙첨단소재의 지분을 확보했다. 오 대표의 엔켐 지분 확대를 위한 15·16회차 RCPS 콜옵션 행사 대금(476억원), 차입금 상환(381억원), 메리츠증권 예금 담보(100억원) 등에도 자금을 썼다.
문제는 주식 거래가 정지된 시점이 미국 대선 개표가 진행되는 날이라는 점이다.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에 힘이 실리자 이날 LG에너지솔루션(7.02%), POSCO홀딩스(5.01%), 에코프로비엠(8.63%) 등 2차전지 업종이 급락했다. 거래가 재개되는 오는 7일 엔켐 주가가 폭락한다면 메리츠는 계약된 담보 비율을 맞추기 위해 추가 담보가 요구될 수 있다. 추가 담보 제공이 어렵다면 담보권이 실행돼 반대매매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
투자자들은 엔켐이 2차전지 소재 기업인 만큼 기민하게 움직여야 하는 시점에 거래하지 못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한 개인 투자자는 "공시에 충실하지 못한 점에서 주주와 시장에 대한 신뢰를 저버린 것"이라면서도 "오늘 같은 날 매매를 정지한 거래소 결정도 융통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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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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