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설 경영진단실장에 최윤호 삼성SDI 대표 계열사 컨설팅으로 미래 경쟁력 확보 중책 사업지원TF의 그룹 내 장악력 분산 관측도
재계에선 삼성이 '미전실 시대'의 아성을 되찾고자 지배구조에 변화를 준 것으로 보면서도 사업지원TF와 경영진단실이란 비슷한 성격의 조직이 양립한다는 데 주목하며 그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은 지난 28일 전자 계열사에 대한 사장단 인사를 실시하 1면서 최윤호 삼성SDI 사장을 삼성글로벌리서치 초대 경영진단실장으로 임명했다.
삼성리서치에 사장급으로 꾸려진 경영진단실은 관계사 요청에 의해|경영·조직·업무 프로세스를 진단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도록 돕는 전문 컨설팅 조직이다. 회사별 사업경쟁력 제고와 경영 건전성 확보 등 미션을 수행한다.
삼성 측이 최윤호 사장을 내세운 것은 그만한 식견과 역량을 갖춘 적임자라는 판단에서다. 그는 삼성전자에서 구주총괄 경영지원팀과 미래전략실 전략팀을 거쳤고 사업지원TF 부사장과 경영지원실장을 역임하는 등 현장과 전략 파트를 오가며 성과를 냈다. 이어 2021년 말 삼성SDI 대표로 자리를 옮겨 어려운 환경에도 배터리 사업의 성장기반을 확립했다.
일단 외부에선 삼성이 컨트롤타워를 재구축해야 한다는 여론을 반영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학계와 시장에서 방대한 영역의 사업과 인수합병(M&A) 등의 중심을 잡아줄 조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흘러나온 바 있어서다. 미전실이 2017년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려 폐지된 뒤엔 사업지원TF가 그 역할을 대신했지만, 사업별 중장기 전략 등 세부적인 내용까지 챙기기엔 한계가 있었던 탓이다.
삼성이 사실상 '미전실'을 되살리고자 준비 작업에 나섰다는 시선도 있다. 한 때 저승사자라 불렸을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미전실 경영진단팀'이 삼성리서치에 새 둥지를 튼 것처럼 비쳐서다. 과거 미전실은 커뮤니케이션과 기획·전략·인사·법무·경영진단 등을 총괄했는데, 그 중 경영진단팀은 경영 컨설팅부터 임직원 감사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역할을 담당했다. 특히 이들이 한 번 회사에 들이닥치면 경영진이 교체되고 사업 방향까지 재설정되는 등의 후폭풍이 뒤따랐다고 직원들은 회고한다.
물론 경영진단실이 계열사에 얼마만큼 관여할지는 알 수 없다. 신설 조직이라 업무가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았고, 어디까지나 회사의 '요청'에 의해 업무를 위탁받는 곳이기 때문에 분명히 '옛 경영진단팀'과 차이가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다만 회사 안팎에선 '전략통' 최윤호 사장의 무게감을 고려했을 때 경영진단실이 장차 그룹의 한 축이 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이 가운데 재계가 의아해하는 부분은 삼성을 주도하는 조직이 두 곳으로 늘었다는 점이다. 여전히 중심에 자리한 사업지원TF와 새롭게 떠오른 경영진단팀이 동시에 힘을 쥐는 모양새가 돼서다. 공교롭게 두 곳의 수장 모두 미전실에 몸담았다는 점 역시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경영진단실의 출범에도 조직 내 사업지원TF의 위상은 여전히 굳건한 것으로 감지된다. 실적과 관련해 여러 말들이 오가는 가운데 정현호 부회장 체제가 유지된 게 대표적이다. 또 삼성그룹 비서실 출신 박학규 DX(디바이스경험)부문 경영지원실장(사장)이 합류하고, 후속 인사에서 송방영 상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하는 등 외형적으로는 오히려 탄탄해졌다.
일각에선 삼성이 이른바 '미전실 부활'을 앞두고 일종의 실험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도 존재한다. 내부 살림은 사업지원TF, 성장 전략 수립은 경영진단실에 각각 일임해 시너지 창출을 유도하고, 양측을 경쟁토록 함으로써 그룹 장악력을 분산시키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사실 정현호 부회장을 놓고는 평가가 엇갈린다. 위기 속 등판해 회사를 재정적으로 안정시키는 공을 세웠지만, 소극적 투자로 미래 경쟁력을 키우지 못한 점은 실책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아울러 이 과정에서 정 부회장에게 필요 이상의 힘이 실린 것도 삼성이 풀어야 할 숙제로 지목된다.
삼선전자 관계자는 "경영진단실은 그간 사업지원TF가 수행하지 않았던 컨설팅의 기능을 담당하는 조직"이라며 "기능을 넘겨받는 것은 아니며, 이를 계기로 미전실이 부활할 것이란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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