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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국내 제약사, R&D 자회사 분할·IPO 잇단 추진

유통·바이오 제약·바이오

국내 제약사, R&D 자회사 분할·IPO 잇단 추진

등록 2024.12.11 15:29

이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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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C 미국 관계사 나스닥 상장·일동 신약 전담 자회사 출범제일·유한 등 신약개발 자회사 상장 앞둬

그래픽=이찬희 기자그래픽=이찬희 기자

국내 제약사들이 자회사 분할과 기업공개(IPO)를 잇달아 추진하고 있다. 재무 건전성을 개선하고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R&D 투자를 늘리려는 목적이다.

11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녹십자홀딩스(GC)와 GC셀(지씨셀) 미국 관계사인 아티바 바이오테라퓨틱스는 지난 7월 나스닥 상장으로 약 2324억원(1억6700만달러)의 자금을 조달했다.

아티바 바이오테라퓨틱스는 NK(자연살해) 세포치료제 개발을 위해 지난 2019년 녹십자홀딩스와 지씨셀이 미국 샌디에이고에 설립한 회사다. 녹십자홀딩스가 19.1%, 지씨셀이 8.3%의 지분(올 1분기 기준)을 갖고 있다.

아티바의 핵심 파이프라인인 'AlloNK(AB-101)'는 동결보존한 제대혈에서 유래한 기성품(Off-the-shelf) 형태의 NK 세포치료제다. 현재 리툭시맙의 병용치료 임상 1상 등을 진행 중이다.

회사는 CD20 항체와 병용한 AlloNK를 루푸스 신염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 루푸스 테라퓨틱스(Lupus Therapeutics)와 협력하고 있다. 지난 2월 루푸스 신염 치료제 병용요법으로 미국 FDA의 패스트트랙(Fast track) 지정을 받았다. 올해 4월 임상 1상에서 첫 번째 환자에게 투여하는 등 역대 미국 임상 중 처음으로 자가면역질환 치료를 위한 '동종 이종성 기성형 NK세포 치료제'를 투여하는 시험을 진행해 주목받았다.

일동제약은 지난해 신약 연구개발 전담 자회사 '유노비아'를 출범했다. 일동제약의 연구개발본부를 단순·물적분할 방식으로 분사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당시 일동제약이 연구개발 중이었던 ▲GLP-1RA 등 대사성 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소화성 궤양 등 위장관 치료제 후보물질 등을 비롯한 주요 파이프라인 8개를 승계 받았다. 암과 심혈관 질환 등 연구 과제 및 플랫폼 기술, 마이크로바이옴 프로젝트까지 포함하면 약 25개 파이프라인을 갖췄다.

일동제약이 연구개발본부를 떼어내 자회사를 만든 것은 R&D 비용 증액에 따른 적자 기조를 바꾸기 위해서다. 유노비아는 100% 자회사이기 때문에 현재 연결실적에는 R&D 비용이 계속 반영되고 있지만 향후 펀딩 등을 통해 지분율이 낮아진다면 부담이 완화된다는 계산이다.

일동제약의 매출 대비 R&D 비율은 2018년 10.9%→2019년 11.1%→2020년 14%→2021년 19.3%→2022년 19.7%로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2021년(1082억원)과 2022년(1251억원)에는 1000억원 이상을 지출하며 적자 전환을 감수해야 했다.

공시에 따르면 일동제약은 올해 3분기 누적 매출 4569억원과 348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161억원에서 흑자 전환했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완료와 역류성식도염치료제(P-CAB) 치료제 후보 물질을 대원제약과 공동개발 하면서 연구개발비 부담이 줄고 각종 인건비 등이 제거된 영향으로 보인다.

하태기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일동제약은 R&D 투자확대로 지난해까지 대규모 영업적자가 발생했다"면서 "2023년 11월에 연구개발 자회사 유노비아를 물적분할로 분사, 연구개발비가 크게 축소돼 2023년에는 974억원, 2024년 상반기 36억원으로 줄어들었다. R&D비용 축소에 따라 2024년 상반기부터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유한양행 등 자회사 상장 '잰걸음'


이미 IPO나 분사에 성공한 기업이 목적을 달성하며 자회사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도 잰걸음에 나섰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올해 초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지주사인 셀트리온홀딩스에 대한 나스닥 상장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서 회장은 나스닥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 중 5조원을 시드머니로 활용해 '글로벌 헬스케어 펀드'에 출자하고, 해외 투자자를 유치해 100조원 규모의 펀드를 결성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 회장은 "지주사를 투자회사로 만들어서 더 많은 투자를 하려고 한다"며 "(펀드를 통해)가능성 있는 많은 젊은이에게 전문가로서 투자해 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제일약품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지난달 11일 기술특례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청구서 승인 후 이달 9일과 10일 일반주주 대상 청약을 진행했다. 오는 19일 코스닥시장에 상장이 예정됐다.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3일까지 진행한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는 842개 기관이 참여해 198.9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수요예측에 따른 공모가는 1만3000원으로 확정됐다. 공모 금액은 202억원 규모로, 상장 후 기업가치는 약 1405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지난 2020년 제일약품의 신약개발 전문 자회사로 설립됐다. 올해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P-CAB) 신약 '자큐보' 품목허가 획득에 성공했다.

자큐보의 올해 국내 매출은 49억원에서 내년 75억원, 2026년 274억원, 2027년 372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회사측은 전망한다. 중국 포함 21개국에 진출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순항하며 오는 2026년 연간 흑자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종길 온코닉테라퓨틱스 CFO는 "자큐보 신약가치를 기반으로 공모가를 산정하였으며 임상 2상단계의 항암신약의 가치를 공모가 산정에서 제외했다"며 "주식 시장이 안정화되면 주가는 꾸준히 우상향하며 본질 가치를 찾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한양행 자회사 이뮨온시아도 지난 10월 한국거래소에 코스닥 상장을 위한 예비 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상장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이다. 유한양행은 이뮨온시아 지분 67.2%를 갖고 있다.

이뮨온시아는 항체기반 면역항암제 개발 전문기업으로 지난 2016년 9월 유한양행과 미국 소렌토 테라퓨틱스가 합작해 설립했다. 지난 4월 기술특례 상장을 위해 한국거래소에서 지정한 전문 평가기관 2곳에서 기술력과 사업성을 인정받아 A, BBB 등급을 받았다.

이번 코스닥 상장을 통해 확보할 공모자금은 이뮨온시아가 개발하고 있는 파이프라인의 임상개발비용 확보와 신규 면역항암제 파이프라인 개발 등에 투자할 예정이다.

이뮨온시아는 핵심기술인 T세포와 대식세포(Macrophage)를 표적으로 하는 면역관문억제제를 개발한다. 대표 파이프라인 'IMC-001(PD-L1 단클론항체)'은 NK/T세포 림프종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한 임상 2상에서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했다.

또 다른 핵심 파이프라인 'IMC-002(2세대 CD47 단클론항체)'는 고형암 치료제로 임상 1a상에서 안전성을 확인했고 지난 6월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 2024)에서 연구 결과를 발표해 주목받았다. 지난 2021년 중국 3D메디슨에 IMC-002의 중국지역권리를 계약금 800만 달러를 포함해 총 4억7050만 달러 규모에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동국제약 자회사 동국생명과학은 지난 8월말 상장예비심사에서 승인을 받았다. NH투자증권이 IPO 대표 주관사, KB증권은 공동 주관사를 맡았다. 예비심사 승인 효력이 6개월인 만큼 내년 2월까지 상장을 마무리해야 하지만, 아직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2017년 5월 설립된 동국생명과학은 주요 제품으로 엑스레이(X-ray) 조영제 '파미레이'와 MRI 조영제 '유니레이' 등을 보유한 국내 조영제 시장 1위 기업이다. 두 제품은 퍼스트제네릭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EU, 일본 등 의약 선진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 25여개 국가에 수출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다.

회사는 조영제 제품군의 견고한 매출 기반을 바탕으로 성장세를 유지하는 동시에 초음파, 이동형 CT, 유방 촬영기 등 영상 진단 장비의 안정적 매출과 의료 AI(인공지능) 사업의 비급여 청구를 토대로 의료기관의 AI 도입 유인을 높이고 시장 점유율을 차츰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기업공개를 통한 신규 자금 확보를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과 인공지능(AI), 바이오로직스, 체외 진단 등 성장성이 큰 의료기기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향후 바이오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한 신약 파이프라인 확보, 인공지능(AI) 사업 협력 강화 등을 통한 글로벌 헬스케어 선도기업으로 도약할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예정보다 IPO 일정이 늦어지며 업계에서는 추진 여부와 시점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동국생명과학은 당초 지난 2021년 상장 준비에 착수해 2022년 상반기 상장을 목표로 일정에 돌입했으나, 경제 상황 악화 등으로 추진 일정을 연기했다. 올해 다시 추진한 상장 역시 하반기 들어 급격히 얼어붙은 투심과 정치 불안정 등이 겹치며 흥행 가능성이 점차 낮아지고 있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광약품 등 국내 상장 포기하기도



실제 내외로 악재가 겹치며 올해 기업공개를 추진했다가 포기한 기업도 있다.

부광약품의 덴마크 자회사인 콘테라파마는 당초 올해 국내 상장을 추진하고 있었으나 핵심 파이프라인 임상에 실패하며 상장을 포기했다.

콘테라파마는 핵심 파이프라인인 파킨슨병 치료 부작용 치료제 'JM-010'을 개발 중이었지만 지난 5월 후기 임상 2상에 실패하며 개발을 중단했다.

부광약품은 지난 2021년 콘테라파마에 대한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을 추진했지만 심사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고배를 마셨다. 이후 글로벌 상장을 노렸지만 모두 연기됐다. 특히 이번 핵심 파이프라인 개발 실패 기업공개를 무기한 연기한 상황이다.

부광약품은 최근 콘테라파마 경영진을 개편하고 한국지사 폐쇄와 덴마크본사 통합을 단행했다. JM-010 개발 중단에 따라 향후 R&D 비용 지원도 줄일 전망이다. 현재 콘테라파마는 파킨슨 아침무동증 치료제 'CP-012'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김소현 NICE디앤비 연구원은 "부광약품은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원가율은 하락했으나, 자회사의 높은 R&D 비용 투자 지속으로 판관비율이 전년 40.2%에서 46.5%로 증가했고, 3억4000만원의 영업손실, 52억6000만원의 순손실로 적자를 지속했다"면서 "3분기 말 부채비율 52.3%, 유동비율 684.3%로 개선됐으며, 개선 원인은 자회사 콘테라파마의 일부 파이프라인 임상 중단에 따른 기타금융부채(유동부채) 감소 등에 기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웅제약은 본래 내년을 목표로 추진 중이던 자회사 아이엔테라퓨틱스 IPO를 2027년으로 연기했다.

아이엔테라퓨틱스는 지난 2020년 대웅제약에서 분사한 신약 개발 전문기업이다. 이온 채널 신약 개발 플랫폼을 비롯해 ▲비마약성 진통제 ▲난청 치료제 ▲뇌질환 치료제 등을 개발하고 있다.

주력 파이프라인은 최근 2상 IND 승인을 받은 'iN1011-N17'이다. iN1011-N17은 전압 의존성 이온 나트륨 채널의 일종인 Nav 1.7을 저해하는 물질이다. 기존 마약성 진통제의 부작용을 해결할 수 있는 비마약성 진통제 후보물질로 평가받고 있다.

아이엔테라퓨틱스가 그동안 유치한 누적 투자금액은 400억원 이상이다. 계획대로 신규 투자금을 조달하면 누적 투자금 규모를 700억원대로 끌어올릴 전망이다. IPO 추진 시점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내년으로 밝혔으나, 올해 들어서는 오는 2027년으로 미룬 상태다.

증권가는 내년에도 국내 제약·바이오 시장은 불안정한 투심을 보여 활발한 IPO는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선경 SK증권 연구원은 "국내 시장은 글로벌 기술이전 계약, FDA 신약 승인,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의 의미 있는 매출 실적 달성 등에 따라 투자자들의 관심을 유도했으나 IPO, VC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사이클로 연결되지는 못했다"면서 "국내의 경우 상장폐지 및 M&A가 전무함에 따라 제약·바이오 산업 내 선별 기능이 작동되지 않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형 성과의 창출에도 불구하고 해외와 달리 IPO, VC 투자의 회복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사이클을 이끌기엔 역부족"이라며 "이는 금리 인하가 기대보다 느리고, 시장 선별 기능을 통해 상장 바이오텍의 옥석 가리기가 지연되는 것과 함께 IPO 시장에 신규 진입한 바이오텍들의 미래 성장 잠재력이 투자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준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VC의 신규 투자 금액이 21년도 이후 계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이며 코스닥 신규 특례 상장 기업 중에서도 바이오 기업 비중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만큼 시장의 눈높이를 충족시켜 줄 기업이 한정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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