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내달 임시주총 안건 확정···이사 수 상한·집중투표제 등MBK·영풍 이사회 장악 어려워져 질 가능성···"최 회장 악용" 지적소수 보호 강화 순기능···'집중투표제 찬성' 국민연금 표심 자극
예상치 못한 반격을 맞은 MBK·영풍 연합은 즉시 반발하고 나섰다. 양측이 '묘수와 꼼수 사이' 집중투표제를 두고 또 한 번 공방전에 돌입하면서 경영권 갈등은 격화되는 양상이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다음달 23일로 예정된 임시주주총회에서 논의할 안건을 확정했다.
주주친화와 권익보호에 최우선 방점을 찍은 이번 안건에는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과 소수 주주 보호 규정 신설, 분기 배당 도입, 발행주식의 액면 분할 등의 내용이 담겼다. 앞서 MBK·영풍 측이 제안한 집행임원제도 도입과 14명 이사 선임 안건도 모두 상정된다.
특히 주목할 만한 안건은 집중투표제 도입이다. 고려아연은 정관을 바꾸는 동시에 이를 전제로 한 집중투표도 이번 임시주총에서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집중투표제는 이사를 선임할 때 주식 1주당 선임하고자 하는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10명의 이사를 선임할 땐 주식 1주당 10개의 의결권이 부여된다. 이 의결권을 특정 이사 후보 1명에게 몰아줄 수 있다.
고려아연은 "집중투표제는 소액주주의 권익보호와 이사회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가장 대표적인 조치"라며 "소수주주들의 의결권이 사표가 되지 않도록 하는 상법상 대표적인 소액주주 권리보호 방안으로 평가된다는 점을 고려해 이를 적극 수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소수주주 보호 강화 명분···사실상 '반전' 꾀할 승부수
고려아연은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는 표면적인 이유로 소수주주 보호 강화라는 명분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지분 열세에 놓인 최 회장이 표 대결 규칙을 재설정함으로써 반전의 꾀하겠다는 의도로 보고 있다.
집중투표제는 대주주가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경우 적은 지분율로도 기업 이사회를 뚫을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제도다. 정부도 소수주주의 권리를 보호하는 대표적인 장치로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의 핵심지표로 설정하는 등 권장하고 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MBK 연합이 우호세력 지분을 더해 의결권 기준 과반 지분을 확보하더라도 이사회 과반을 장악하지 못할 수도 있다. 최 회장 측이 전략적으로 의결권을 특정 이사에게 몰아주는 방식으로 이를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올해 3월 KT&G와 JB금융지주 주총에서 행동주의 펀드가 집중투표제를 활용해 자신들이 지지하던 이사를 이사회에 진입시키는 데 성공시킨 바 있다.
이처럼 대주주에 불리한 점 많다는 이유에서 실질적으로 집중투표제를 채택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강원랜드·한국가스공사·한국전력공사·KT&G 등 정부의 입김이 강한 기업이 대부분이다. 10대 그룹 중에서는 국민연금이 최대주주인 포스코홀딩스나 과거 오랜 기간 산업은행의 관리 체계를 경험했던 한화오션 등이 있다.
고려아연으로서는 집중투표제 도입에 찬성하는 '캐스팅보트' 국민연금의 표심을 자극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9월 말 기준 국민연금은 고려아연 지분 7.48%를 보유 중이었다. 공개매수 과정에서 시세차익을 위해 일부 지분을 정리한 점을 고려하면 현재 지분율은 4~5%로 추산된다.
'유미개발' 가족회사 동원 논란···'합법 vs 위법' 치열한 장외 공방전
다만 최윤범 회장의 묘수 '집중투표제'에도 논란의 여지는 있다. 가족이 지배하는 관계사를 동원해 소수주주의 권한인 집중투표제의 취지를 몰각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번 집중투표제 도입은 고려아연 지분 1.63%를 소유한 유미개발이 주주제안으로 제출했다.
현행 상법과 그 시행령에 따르면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상장회사의 의결권 지분 1%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집중투표 방법으로 이사를 선임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유미개발은 소유와 경영 모두 최씨 일가에서 지배하는 가족회사다. 사실상 최 회장 측이 가족회사를 이용해 소수주주의 권한을 악용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를 두고 고려아연과 MBK·영풍 연합 간 날 선 공방전도 거세지고 있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고려아연과 "꼼수이자 법률 위반"이라는 MBK·영풍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MBK·영풍은 "표 대결 판세에서 불리한 최윤범 회장이 주주간 분쟁 상황을 지속시키고 어떻게 하든 자신의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집중투표제를 악용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임시주총에서의 의결권을 행사할 주주를 정하는 20일까지 유미개발의 주주제안을 숨긴 것 역시 문제될 수 있다"며 "집중투표제 도입안건과 연이은 집중투표방식 이사 선임안건이 임시주총에서 다뤄질 것을 몰랐던 주주들의 판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주주권 행사에도 제약을 받게 됐다"고 지적했다.
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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